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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ONLY ONE_에스메 콰르텟

ONLY ONE

프랑스 옛말로 사랑받는이라는 뜻을 지닌 에스메((Esmé).

이름 그대로 전세계 실내악 팬들을 사로잡고 있는 에스메 콰르텟이 드디어 한국에서 데뷔 리사이틀을 갖는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날숨과 들숨까지 똑같이 사랑스러운 이들의 무대가 기다려지는 이유.

editor 이민정

 

 

TV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보석 같은 신인을 발견했을 때 심사위원은 종종 이런 칭찬을 한다.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무대를 즐기고 있는데, 저런 사람을 어떻게 이길 수 있겠어요?” 에스메 콰르텟의 뛰어난 연주 영상을 보면서 ‘재능’과 ‘즐거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이는 나만이 아닐 테다. 성별이 구별되지 않을 만큼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열정, 마치 하나의 악기에서 나오는 듯한 통일감, 부드럽고 조용한 음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깊은 울림… ‘어마어마한 연습벌레 4명이 뭉쳤다’라는 소문은 진실이었고, 무단한 노력이 무대 위에서 즐거움으로 변하는 환희의 순간을 그들은 경험하고 또 경험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배원희와 하유나, 비올리스트 김지원, 첼리스트 허예은으로 구성된 에스메 콰르텟은 ‘뭐 이런 팀이 있나’ 싶을 정도로 결성하자마자 놀랄만한 성과와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창단 직후 쾰른 실내악 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2017년 독일 바이커스하임 실내악 페스티벌에서 신인상, 노르웨이 트론헤임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현악사중주 부문 3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창단 2년째를 맞이하는 2018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런던 위그모어 홀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에서 한국인 실내악단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그들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게 됐다. 콩쿠르 우승이 언제나 실력과 완벽하게 일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동양에서 온 작은 여성들의 연주는 콧대 높은 유럽인들의 마음을 완전히 녹일 정도로 이견 없는 찬사 일색이었다. 게다가 베토벤과 모차르트 작품을 가장 잘 연주한 팀에게 주어진 알란 브래들리 모차르트상, 브람 엘더링 베토벤 상을 각각 수상했고, 에스테르하지 재단상, 프로콰르텟 재단상까지 총 4개의 특별상을 차례로 석권하며 독보적인 우승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뒤이어, 지난 해 스위스 루체른 음악축제 데뷔 무대를 가진 이들은 베토벤 현악 4중주 1번, 영국 작곡가 프랭크 브리지의 ‘현악 4중주를 위한 노벨레텐’, 진은숙의 ‘파라메타스트링(ParaMetaString)’이 담긴 첫 앨범까지 선보였다. 그리고 이제 에스메 콰르텟은 오랫동안 기다려온 한국팬들을 만나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이곳에 도착했다.

 

한국 정식 데뷔 리사이틀이 코앞으로 다가왔어요. 모두들 코로나 바이러스로 취소되면 어쩌나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정식 데뷔 리사이틀은 위그모어 콩쿠르 우승 이후로 저희들이 가장 기다려온 무대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3월 15일 이후의 모든 유럽 연주들이 다 취소됐기에 청중들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고국의 무대에서 청중들과 함께 호흡할 생각을 하니 정말 설레네요.

 

어쩔 수 없이 갖게 된 휴식 기간에는 무엇을 하셨나요.

현재 9월말까지 예정돼 있던 유럽 연주들이 모두 취소돼 기대했던 무대들에 오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커요. 지금은 우리 모두 안전하게 서울에 도착해서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6월 연주 준비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쉬는 동안에는 바빠서 하지 못했던 편곡과 독서, 음악 감상을 하면서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의 무대이기에 이왕이면 더 많은 곡을 들려주시고 싶었겠지만 추리고 추려 3곡을 선정했습니다. 이 가운데 진은숙 작곡가의 파라메타스트링은 많은 이들이 의외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음악, 지금 우리가 살아있는 이 시대의 음악을 청중들에게 전하는 것은 음악가로서 중요한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세계의 무대에서, 세계적인 한국의 여성 작곡가 진은숙 선생님의 곡을 연주하는 것은 저희들에게 무척이나 자랑스럽고 의미있는 일이에요. 2005년에 크로노스 콰르텟이 서울에서 초연한 이후로 한번도 연주된 적이 없는 이 곡을 작년 에스테르하지에서 직접 만난 크로노스 콰르텟 멤버들과 온라인으로 레슨을 받기도 했죠. 한국 관객들에게도 특별한 시간이 되리라 의심치 않습니다.

 

처음 에스메 콰르텟을 결성하면서 ‘우리도 이러한 콰르텟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롤모델이 있었나요.

콰르텟은 여러 가지 이유로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저희같이 모두가 여성 멤버로 구성된 실내악단은 활동을 오랫동안 이어가는 경우가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아주 드문 편이죠. 저희의 목표는 저희의 의지가 아닌, 다른 외부적인 요인에 휘둘리지 않고 가능한 한 오래 함께 연주하는 것입니다!

 

유튜브를 통한 영상을 보면 모든 멤버들이 옆집 언니 동생처럼 친근한 느낌인데 연주할 때 보면 엄청난 집중력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어느 정도의 연습을 하면 이런 하모니가 나오나요.

저희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일년 365일 중에 360일을 만났다고 이야기하곤 해요. 4명의 다른 사람들이 만났지만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치열하고 성실하게 연습에 임하는 편입니다. 연습을 함께 오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아우라에 감응하는 능력과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저희만의 특별한 하모니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해요.

 

프랑스에서 인터내셔널 데뷔 음반 <TO BE LOVED>에는 베토벤, 프랑크 브리지, 진은숙 작곡가로 구성했습니다. 이렇게 선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번 앨범이 저희의 인터내셔널 데뷔 음반인 만큼 짧지만 치열했던 팀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저희가 나고 자란 고향인 한국, 팀이 결성된 곳이자 음악적 기반이 된 독일, 에스메 콰르텟이라는 이름을 많은 청중들에게 알릴 수 있게 해준 영국, 이렇게 세 나라의 작곡가들과 그들의 첫번째 현악 사중주 작품들을 첫 음반이라는 공통 의미로 묶어보았어요. 젊은 콰르텟으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는 에스메 콰르텟이 선보이는 음악 세계를 함께 즐겨 주시고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TO BE LOVED’라는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2016년 창단 이후 빠른 시간 안에 굵직한 이력들을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위그모어홀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 우승 이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중인데, 에스메 콰르텟은 이것을 ‘달리기’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달리다가 지쳤을 때 힘을 얻는 에스메 콰르텟만의 방식이 있나요.

창단 초기에는 저희가 쉬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매일 연습하며 호흡을 만들었고, 당시에는 서로에게 기대치가 높아서 모두가 지칠 줄 모르고 달렸던 것 같아요.(웃음) 함께 연주 여행을 하거나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맛있는 것도 먹고 수다도 떨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에요. 드문 경우이긴 한데, 연주가 없거나 새로 연습해야 할 곡이 없는 경우, 잠시 휴식기를 가지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짧은 휴식이 오히려 그 다음 프로젝트를 더 기다려지게 만들고 연습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주더라고요.

 

에스메 콰르텟이 받은 많은 찬사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은 멘트는 무엇이었나요.

저희들의 연주가 끝난 후에 청중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4명이 하나의 악기를 한 마음으로 연주하는 것 같다”였어요. 현악 사중주를 잘하는 게 어려운 이유가 악기도 다르고 마음도 다르기 때문인데, 이런 칭찬을 들을 때마다 저희들의 엄청난 연습 과정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 뿌듯하고 행복했죠.

 

영국 투어와 루체른 페스티벌 공연이 인상적이었다는 기사들을 봤습니다. 위그모어홀 우승 후라 많은 이들이 에스메 콰르텟을 더 예리한 눈으로 지켜봤을 텐데, 공연 하나하나가 굉장한 부담감으로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지난 해 9, 10월 두 달 동안 연주가 거의 스무 개 정도 됐고, 바쁠 때는 열흘 중에 8일을 매번 다른 도시, 다른 나라에서 다른 레퍼토리로 연주하기도 했어요. 매일 비행기를 타고 기차를 갈아타고 혹은 직접 운전을 해서 다른 도시로 가서 최선의 다해 무대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마지막 연주까지도 체력 분배를 잘 해야만 했던 것이 제일 부담으로 다가왔었죠. 데뷔 무대인 만큼 우리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부담을 갖기 보다는 에스메의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라갔던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잘할 테니 우리를 기억하셔야 할거다, 이런 마음이요.(웃음)

 

여성으로만 구성된 실내악팀으로 에스메 콰르텟만의 자부심, 우먼파워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콰르텟’ 하면 남성을 떠올리는 많은 분들의 생각을 깰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연주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음악이 강렬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단순히 물리적인 힘보다 저희의 음악 표현으로 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저희의 음악에는 곡의 각 장면에 대한 감정의 표현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스메 콰르텟이 가지고 있는 그 음악 자체가 저희의 힘이고 자부심이에요.

 

내년이면 팀 창단 5년이 됩니다. 에스메 콰르텟이 말했던 ‘진짜’ 콰르텟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 어떤 팀이 되고 싶은가요.

계속 발전하는 팀이 되고 싶습니다. ‘이 팀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라는 감탄을 듣는 팀이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저희가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죠! 표현의 완벽성을 추구하는 저희의 음악을 고집있게 지키려고 합니다. 또한 ‘에스메 스타일’이라는 저희만의 색깔이 묻어있는 음악이 하나의 지침이 돼서, 후배들에게 따라하고 싶고, 닮고 싶은 콰르텟이 되고 싶어요.

 

공연을 함께 해보고 싶거나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아티스트가 있는지요?

저희는 다른 아티스트와의 작업을 항상 고대하고 있어요. 새로운 악기, 새로운 아이디어와의 만남은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거든요. 아직 피아니스트와는 같이 공연을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다음에는 피아니스트와의 만남을 기대해 봅니다.

 

스트링 콰르텟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현악기로만 만들어내는 순수한 울림, 그리고 아주 작은 소리부터 웅장한 화음까지 여러가지 악기를 버무려서 만들어낼 수 있는 무궁무진한 스펙트럼!

 

훌륭한 선배들을 보며 연주자의 꿈을 키웠듯 에스메 콰르텟을 보며 ‘나도 저렇게 음악하고 싶다’라는 마음을 갖게 된 한국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내 음악을 표현하는 것에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음악을 듣고 느끼는 감정에 정답이라는 것은 없거든요.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야 무대에서 나만의 표현을 찾는 데 수월하는 날이 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배원희, 바이올리니스트 하유나, 비올리스트 김지원, 첼리스트 허예은

ATTENTION, PLEASE
<아트실비아 위너스 시리즈, 에스메 콰르텟 데뷔 리사이틀>
일시 2020년 6월 9일 20:00
장소 롯데콘서트홀
가격 R석 6만원|S석 4만원
문의 1577-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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