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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한 뼘 더 성장하기 위한 변화들_고양문화재단 정재왈 대표이사

한 뼘 더 성장하기 위한 변화들

 

고양문화재단에게 2020년은 개관 이후 최고의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도약하는 해가 될 것 같다.
시즌제를 도입하여 국내외 동시대적인 예술작품을 빠르게 선보이는 것은 물론 패키지 프로그램 도입,
기관지 <누리>의 복간 등 공연애호가는 물론 남녀노소 다양한 관객층을 흡수하겠다는 섬세한 계획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어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와 성장의 중심에는 정재왈 대표이사가 있다.
editor 이민정 photographer 장호

 

 

지난해 9, 고양문화재단 대표로 취임 후 가장 변화가 필요한 부분을 어디라고 판단하셨나요.
우선 고양문화재단에서 일하는 이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싶었어요. 제가 이곳에 직접 와서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문화예술계 안에서 본 이곳의 시각은 퍽 만족스럽지 않았고,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겠지만) 지역사회에서도 호의적이지 않은 느낌이 있었어요. 고양문화재단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 또 이곳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중심이 되어야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자신감을 불어넣고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다양한 활동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직원들도 좋은 리더가 와 주기를 기다리지 않았을까요.
제가 직원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판단이 틀릴 수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다행스럽게 맞았던 것 같습니다. 일찍이 직원들이 화답해줘서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운이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일을 잘할 수 있는 조직, 그리고 조직의 일하는 동력으로 여성 팀장을 배치했습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서는 대개 여성 팀장을 꺼려하는데 조금 다른 생각이셨던 것 같습니다.
세상의 반은 여성이잖아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유리천장이 존재합니다. 더욱이 문화예술이라는 분야는 섬세함이 요구되는 곳이죠. 여러 가지 조직 구성, 일의 성격 등을 살펴볼 때 여성들을 전면 배치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어요. 서로가 불이익이 없도록 남성과 여성 팀장의 비율이 딱 반반이에요.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배려한 거에요.
 
고양이라는 지역, 고양시민들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나요.
두 단어로 요약을 하나는 경계지()’, 또 하나는 복합지입니다. 경계지라는 것은 도시와 농촌의 경계라는 특성을 지녔다는 의미이고, 복합지는 상의한 요소, 가령 건축적으로는 아파트와 기존의 전통가옥, 신도시와 구도심,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요소들이 맞물려 들어가는 공간이라는 의미입니다. 재미있고 특이하고 특별한 공간인데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능동적〮적극적으로 문화예술을 소비할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으며,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지닌 곳입니다.
 
고양문화재단의 기획프로그램을 의미하는 새로운 브랜드인 아트시그널 고!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예술을 의미하는 아트(Arts)와 신호를 의미하는 시그널(Signal)을 결합한 표현입니다. 고양문화재단이 문화예술의 발신지, 즉 신호의 중심이 되어 곳곳에 전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어요. 이제 침체기에서 벗어나 다같이 합심하여 공연예술을 유통하고 좋은 조직의 문화가 될 수 있도록 문화적 자산들을 자신감 있게 외부로 발신하자라는 의지입니다. 공연사업팀을 중심으로 프로그래밍을 혁신하기 위해 어떻게 브랜딩화를 할까를 고민하는 와중에 막내 직원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우리의 지향과 다짐이 들어있는 듯하여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어요. 엠블럼으로 이미지를 형상화시키는 작업에서는 제 아이디어도 반영됐고요. ‘아트시그널 고!을 중심으로 프로그램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궁극적으로 시즌제 형태를 보여줄 수가 있게 되어 여러모로 만족스럽습니다.
 
2020 기획공연의 면면을 보면 다양한 분야에서 인기있는 레퍼토리를 알차게 구성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서울에서 꽤 많은 문화비를 지출해야 볼 수 있는 작품을 비교적 싼 가격으로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고양시민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래 시간 장르 구분 없이 최전선에서 동시대 작품들을 보고 소개하는 일들을 했었기 때문에 대학로라는 상징적인 무대에서 펼쳐지는 한국적 소극장 작품들은 물론 장르로 치면 전통, 연극, 무용 등 광범위하게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할 수 있었던 하나는 당대 정보에 빨리 반응해야 한다는 생각, 또 다른 하나는 선택입니다. 사실 제 취향과 감시관이 의도를 하지 않아도 들어갈 수밖에 없었을 텐데 직원들 입장에선 까다로운 대표를 만족시켜야 하니 정보 취합에 부리나케 뛰어다니지 않았을까요.(웃음) 제가 엉터리는 아닌 것 같으니 이에 동의하고 빠른 시기에 상차림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고양아람누리에 있는 오페라극장, 새라새극장, 음악당 가운데 새라새극장에 초점을 더 맞춘 듯한 느낌입니다.
극장의 조건을 따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람오페라극장은 19백석에 가까운 대극장으로, 굉장히 터프한 공간이에요. 사실 이 공간을 꽉 채우면서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연을 서울에서도 찾기 힘들죠. 오페라, 뮤지컬, 발레 등 전략적으로 대형작품이 와야 살아남는 한정적인 곳이에요. 기본적 여건을 감당하기에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모두를 만족시키려면 대관형태로 보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나머지 두 공간에 아람누리의 특성을 견인할 수 있는 작품을 고려했습니다. 음악당의 경우 음향이 좋기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관객은 물론 연주자들도 좋은 평가를 하죠. 고양시민의 클래식 관객층도 견고하고요. 선우예권, 김선욱, 클라라와 손열음, 마티네의 부활 등 음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알차게 구성했습니다. 새라새극장은 이곳의 자랑거리로 가변형 극장으로서의 기능을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모든 장르를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어요. 연극, 뮤지컬, 콘서트, 무용, 판소리 등 활용 가능성이 엄청 좋아서 이곳에서 열리는 기획공연은 새라새ON 시리즈로 따로 이름 붙였죠.
 
시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난 뒤의 홍보 마케팅은 어떤 과정을 거치고 있나요.
BI를 활용하여 브랜드화를 시키는 동시에 중앙 미디어를 활용하는 일입니다. 실질적으로 이전까지 지역 언론들만 상대했지 중앙의 네트워크는 끊겨있는 상황이었어요. 위에서 언급했듯 고양은 도심과 지역의 경계지로서 서울이라는 거대한 메가폴리스를 오가는 이들을 외면할 수 없어요. 중앙미디어와의 네트워크가 굉장히 중요하죠. 지역에서 인정받고 중앙 커뮤니티의 전문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어찌보면 이중고인데, 둘 다 잘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2020 시즌 작품 가운데 대표이사님의 취향 작품은 무엇인가요.
극성이 강한 작품을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복합적이고 혁신적인 작품으로 LG아트센터와 공동주최하는 램버트댄스컴퍼니와 로이드 뉴슨의 <엔터 아킬레스(Enter Achilles)>를 꼽겠습니다. ‘The Australian’폭력적이고, 추악하고, 정치적으로 부적절하지만 우스꽝스럽다라고 평가한 이 작품은 1995년 초연 후 전 세계 18개국을 투어하는 한편, TV 영화로도 만들어져에미상프리 이탈리아상을 비롯한 많은 수상 이력을 보유하고 있어요. 고양시에 사는 어느 현대무용가가 자신이 이 동네에 수십년 살았는데 여기서 이런 공연을 보게 될 줄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감히 제가 선택한다면 이 작품으로 하겠습니다.(웃음)  
 
스테이지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물론 전시 <‘프렌치모던:모네에서 마티스까지, 1850~1950>를 재개관했습니다.
제가 오기 전에 그림이 그려져 있었어요. 흔쾌히 흡수해서 진행했죠. 브루클린 미술관은 미국에서 인상파 그림을 제일 먼저 확보해 소개한 곳이에요. 근대 미술사조, 짧게는 100년에서 거의 200년 이상의,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작품들을 조감할 수 있는 굉장한 블록버스터 전시입니다. 대개 이러한 전시는 민간기업에서 유치하여 수익을 내는 형태인데, 이렇게 좋은 작품을 저렴하게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우려가 있었을 텐데 코로나 19로 인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시장을 리오픈하고 또 4월말에 연극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감행합니다. 과감한 결정을 하시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지금 여러 곳에서 랜선을 통해 무관객, 무관중 공연을 하고 있잖아요. 이런 좋은 노력들은 앞으로도 해볼만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공연예술을 아끼는 사람으로 공연의 본질에 대해서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가급적 보여줄 수 있는 조건이 마련이 된다면 관객 한 사람이 앉아있어도 해야 한다고요. 코로나 19가 최고조에 올랐을 때는 사실 이런 얘기를 못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개인의 자각능력이 있고 억제할 수 있는 노하우도 생겼습니다. 스태프들 마음의 상태라든가 조건이 갖춰있는 상황이라면 관객을 모시고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생각하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극장 안에서 실현하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4월말에 있는 연극을 오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무모한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본질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시작했습니다. 상황들이 호전이 되면 서서히 늘려갈 예정이고요.
 
이번 코로나 19를 계기로 많은 단체에서 장기적인 영상 제공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듯합니다. 손바닥 안의 공연이 어느 정도 파급력이 있을지는 미지수인데, 이러한 상황에 관한 대안을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유튜브 라이브 공연이라는 서비스 방식을 환기시켜줬다는 건 좋습니다. 특히 미술의 경우 많은 정보를 얻고 다각도에서 밀도있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죠. 하지만 랜선 공연이 현장성이라는 본질을 채울 수는 없습니다. 직접 가야 가치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상황을 개선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수익창출을 하거나 관객을 만들어내거나 창작의 대안이 될 수는 없는 겁니다. 본질을 도와주는 서비스 유형일 뿐이죠.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 또 직면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을텐데 대안을 찾는다는 것은 공연계 모두의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실내극장의 리스크가 크다면 최소화할 수 있는 오픈에어 같은 형식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공연예술의 원형적 형태는 야외였으니까요. 활동 공간의 축이 넓어질 수 있고, 관람하는 형식이 바뀔 수 있겠죠. 이런 의미에서 찾아가는 예술의 가능성도 생각해봅니다. 지금도 있지만 좀더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예술행위가 활성화된다면 예술이 행해지는 스페이스가 달라지고 확장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대단한 워커홀릭이신 것 같습니다. 어떤 리더가 되고 싶으신가요.
감히 저는 이런 리더가 돼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리더는 상황과 조건에 따라 리더십을 발휘하는 방식이 다양한 것 같아요. 단 하나, 유념하는 기술이라고 할까요. 제가 예전에 리더(Leader)‘Reader’라고 표현한 적이 있어요. 다시 말해, 리더는 독해력이 있어야 한다고요. 읽어야 하는 대상이 많거든요. 지역 사회, 직원, 이해 당사자들의 마음들제가 생각하는 지도자의 좋은 덕목 중 하나는 리더십(Readership)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책도 여러 권 내고 신문에 계속 기고도 하십니다. 다시 글 쓰는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가요.
어떤 식으로도 돌아가고 싶어요. 글 쓰는 행위는 계속 실천하고 있기도 한데 결국 제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해요. 언론인으로서, 혹은 책을 쓰는 행위로서 본향으로 회귀하는 것. 지금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즐겁게 본 작품은 무엇인가요.
얼마 전 유튜브를 통해 아무도 없는 밀라노 두오모 성당에서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들으면서 감동을 받는 동시에 예술의 기능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어요. 온라인으로 이런 감동을 충분히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복제예술로서 가장 성공한 장르가 음악이 아닐까 생각했고, 우리 아티스트들도 대담한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예술가로서의 숭고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갖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충분히 위로가 될 수 있는 백신으로 음악의 위대함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대표이사님께서 바라는 고양문화재단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반듯한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계속 건강한 조직, 서비스하는 상품에 대해 충분히 인정 받고 저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자부심을 갖게 되는 조직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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