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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그래서 다시, 춘향_국립창극단유수정 예술감독

그래서 다시, 춘향

국립창극단 유수정 예술감독이 부임 1년만에 첫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그를 판소리 세계로 이끌었던 것이 ‘춘향가’였듯 예술감독으로서 새로운 서막을 여는 창극 또한 ‘춘향’이다.
editor 이정민 photographer 김선진

 


벚꽃이 흩날리던 4월의 화창한 오후, 유수정 예술감독을 만나기 위해 찾은 남산 국립극장은 설렘 그 차체였다. 한창 새 단장 중인 해오름 극장, 게시판 가득 붙은 다양한 공연 포스터, 그리고 연습실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힘찬 노랫소리. 모든 것이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낯선 방문객에게까지 희망찬 에너지를 선사하는 곳. 지난 30년 넘게 단원으로 활동하다 새로운 도전에 나선 유수정 예술감독 역시 이런 긍정의 기운 속에서 분명 설레는 맘으로 첫 작품을 준비할 터. 전임 감독이 계획했던 공연을 완수하느라 부임한 지 1년만에 첫 작품을 선보이지만 감독 데뷔를 국립극장 개관 70주년 기념공연을 통해 한다니 뜻 깊을 것이고, 소리꾼으로서 운명을 부여해 준 ‘춘향’을 자신의 개성을 담아 소개할 수 있음에 어찌 설레지 않겠는가.

“저 조차 결과가 궁금해지는 실험이에요.” 예술감독이기 전에 창극단원이자 소리꾼으로서 수 없이 춘향 역할을 해왔던 그녀는 이번 ‘춘향’만큼 현실적인 캐릭터는 없을 거라 했다. “제게 그 동안 한 역할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걸 꼽으라 하면 주저 없이 <별주부전> 토끼라고 해요.” 감정을 꾹꾹 누르고 애잔하게 ‘도련님’을 부르는 춘향이를 반복하다 당당하게 할 말을 내뱉는 토끼가 되었을 때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란! 수십 년간 춘향 역할을 해 본 사람만이 창조할 수 있는 춘향, 5월에 우리 곁을 찾아 올 유수정 예술감독의 창극 <춘향>은 그래서 더 궁금하고 기대된다.

 

국립창극단의 예술감독으로 부임한지 1년이 되었습니다. 성과를 내기에 긴 시간은 아니지만 처음 계획한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지난 1년은 제가 예술감독으로서 워밍업을 하며 전반적인 분위기 파악을 한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33년간 국립창극단 단원으로서 공연 자체에 집중하다 예술감독 자리에 앉아보니 처리해야 할 행정적인 업무가 많다는 데 새삼 놀랐어요. 그리고 이전 감독님께서 2019년 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무대에 올릴 공연을 계획해 놓고 가셨던 터라 이를 완수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였지요. 대신 저의 첫 작품은 국립극장 70주년 기념 공연을 목표로, 판소리 5대가 중 꽃이라 할 수 있는 ‘춘향가’로 정했습니다. 불멸의 고전이다 보니 극본, 연출 그리고 배우까지 심혈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단원으로 실무를 담당하다 예술감독이 되셨습니다. 단원으로서 극단 및 예술 감독에 느꼈던 아쉬운 점이 있었을 텐데, 이를 첫 무대에서 해결해 본 게 있다면 어떤 것이었습니까.

일종의 노사 갈등을 미연에 방지했다고 할까요. 엄밀히 말하자면 이제 저는 사측이잖아요? 그만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일이 많지만, 최대한 단원들의 생각과 의견을 듣고 이를 제 능력이 되는 한 실무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출진과 출연진 양쪽 모두 아는 만큼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소통 창구가 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답니다. 적어도 중견급 이상은 제 역할을 인정하고, 지금의 소통 문화가 자리매김할 수 있을 때까지 예술감독 직을 오래 해달라고 말이죠. 하지만 생각할 게 많고 복잡한, 버거운 자리임을 다시 말씀 드립니다.(웃음)

예술감독 부임 후 첫 신작으로 <춘향>을 공연합니다. ‘춘향전’처럼 상징적인 작품을 예술감독이자 작창자로서 임하게 된 기분이 남다를 듯합니다.

국립극장 개관 70주년 기념 공연을 기획할 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춘향전’을 무대에 올리겠다고 했어요. 오랜 세월 국악을 해오면서 ‘춘향’처럼 음악적으로나 문학적으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 작품이 없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죠. 현존하는 고전 판소리 5바탕 중 ‘꽃 중의 꽃’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데다, 현재 국립 창극단의 전신인 국립 국극단(國劇團)의 창단작도 ‘춘향전’이었을 만큼 특별 기념 공연으로 이를 대체할 작품은 없다고 봅니다.

 

‘국립극장 70주년’을 맞이해 선보이는 창극 <춘향>의 새로운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지난 30년간 단원으로서 극장장, 예술 감독, 연출가를 수십 명을 모셔봤어요. 그런데 다소 아쉬웠던 점은 새로 오는 분들마다 작품을 보는 잣대가 달라서 같은 ‘춘향전’이라 해도 어느 것은 전통적이다가 어떤 작품은 지나치게 현대적인 해석이 들어가는 등 편차가 컸지요. 하지만 저는 뿌리는 하나, 즉 전통이 없이는 현대화 할 수 없는 것이 창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춘향>은 무엇보다 전통 소리를 많이 들려주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지난 7년 간 전임 예술감독님이 전통과 현대를 잘 조화시킨 덕분에 관객층의 폭이 넓어졌고 창극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습니다. 그런 만큼 관객도 이제는 공력과 예술성이 진하게 깃든 전통의 소리를 듣고 싶어할 때가 되었고, 실제 그런 관객의 요구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통으로의 급선회는 아닙니다. 조금씩 야금야금 보여주면서 어느 부분에서는 진짜 전통의 소리를 들려주자는 의도에요. 이를 위해 김명곤 연출가를 섭외했습니다. 전통 소리와 연극, 양쪽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분이라 극본까지 다 맡으셨는데, 고민이 많으셨지요. 연출자 입장에서 시간상 어느 부분을 잘라내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이번만은 연극적인 대사를 덜어내더라도 노래를 더 많이 담는 방향을 선택했어요.

김명곤 연출가가 판소리 고어를 현대어로 쉽게 풀어내 대본을 작성했다고 하는데, 이를 받았을 때 느낌은 어땠는지요? 두 분의 케미도 궁금합니다.

김명곤 연출가와는 국립창극단에서 작품을 많이 해봤습니다. 적벽가만 빼고 고전 판소리 4바탕을 같이 했던 기억이 있어요. 수궁가를 할 때는 연출, 춘향가 때는 극본을 맡으셨고, 당시 제가 각 작품에서 토끼와 춘향 역할을 했었기에 그분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춘향>에서 전통 소리를 관객에게 잘 전달해 줄 연출가로 김명곤 선생님을 섭외했던 거죠. 세트나 기본 음악은 현대적인 기존 창극 스타일을 따르되 전통 소리가 이질적으로 들리지 않게 풀어낼 적임자는 이분 밖에 없으니까요. 판소리 고어를 쉽게 풀어 썼다는 의미는 낯선 고사성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 낸 정도로 보면 됩니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에요. 너무 격하게 풀다 보면 노래 붙임새가 살지 않는지라 완급 조절이 관건인데, 김명곤 선생님이 소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터라 매끄럽게 잘 나왔습니다. 여기에 제가 작창을 했고요.

 

요즘 우리 사회의 여성의 모습과 춘향전에서 묘사되는 춘향은 전혀 다릅니다. 창극 <춘향>에서 의 주인공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당당하게 사랑을 선택하는 주체적인 인물이라 들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연출가와 이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나눴습니다. 이번 <춘향>에 전통 소리를 많이 넣긴 하지만 춘향 캐릭터가 원전대로 지고지순한 여인상으로 그려질 필요는 없지 않겠냐고 말입니다. 이도령이 떠나는데 말 한마디 못하는 춘향이 요즘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리 없잖아요. 그래서 이번 공연에서 춘향이는 불의에 반발할 줄 알고 자신의 의사를 똑 부러지게 개진하는 통통 튀는 성격으로 바꿔놨습니다. 연출적인 면에서도 과감한 변화가 일어났죠. 예를 들어 ‘사랑가’를 부를 때 춘향과 이도령의 입맞춤은 부채로 가리거나 은유적으로 표현해 왔는데, 실제 입맞춤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의견을 냈죠. 연출가도 흔쾌히 받아줬어요. 관객 입장에서는 창극에 대한 새로운 면모에 놀라면서도 극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배우들이 당황하긴 했지만 제가 쿨하게 설득(?) 했어요. “여러분, 영화 못 봤어요?”

 

 

고전 작품은 나이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볼 때마다 새롭게 해석되고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유수정 감독님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춘향’을 접할 수 밖에 없었을 텐데, 개인적으로 춘향 그리고 춘향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사랑의 의미가 어떻게 다가왔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춘향이 역을 맡았던 시절만 해도 춘향이는 원본 그대로, 신분의 격차 때문에 항상 낮은 자세로 ‘도련님’을 조심스레 입에 올려야 했던 인물이었죠. 사랑하지만 서로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었기에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할 수도 없었던 게 고전 속 춘향이었습니다. 처음엔 저도 이게 원전이기에 당연히 받아들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점이 바뀌었어요. 일례로 제가 춘향이와 심청이를 연기하다가 별주부전에서 토끼 역할을 할 때면 그렇게 속이 시원할 수가 없었어요. 자신의 생각을 자신있게 표현하니까요. 지금 제 안의 춘향이는 보다 주체적이고 당당한 여성으로 성장해 있습니다.

예술감독에 따라 창극 스타일이 달라지곤 합니다. 이번 공연 역시 예술감독으로서 개성을 듬뿍 담았을 것 같은데, 관객은 어떤 관점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요.

그 동안 국립창극단에서 무대에 올렸던 춘향과 비교해 본다면 확실히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 <춘향>은 6년 전 해외 감독인 안드레이 서반이 한 <다른 춘향> 작품 이후 첫 춘향이고, 전통 창극을 놓고 본다면 10년 전 무대에 올렸던 <21세기 춘향, 창극을 만나다> 이후 처음입니다. 객관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번 공연은 요즘 창극 스타일에 익숙했던 분이라면 전통 소리가 많이 가미되었다는 점이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고, 등장 인물의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한 섬세한 연출도 흥미롭게 느껴질 겁니다. 예를 들어 이도령은 서울 표준어를 써서 엘리트다운 느낌을 주고, 춘향이는 기생의 딸이지만 교양을 쌓았기에 여성스러운 말투를 갖고 있으며 그 외 월매, 방자, 향단이는 전라도 방언을 구사하도록 설정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관객에게 어떤 감흥을 일으킬 지, 아직 미지수지만 배우들이 진정성을 갖고 표현한다면 충분히 전달될 거라 믿습니다.

아무래도 제일 관심이 가는 주인공, 춘향 역은 이소연, 김우정 배우가 맡았습니다. 이 두 배우의 개성과 특별한 점은 무엇으로 보시나요.

공개 오디션을 통해 공정한 심사를 거쳐 발탁한 배우들이에요. 이름도 프로필도 보지 않고 15분간 소리하는 것만 중점으로 보고 뽑은 실력자들입니다. 이소연 배우는 국립창극단에서 오랫동안 주인공을 해왔던 배우여서 순발력 있고 무대 매너가 노련하고 안정감 있는데다 소리의 공력이 뛰어나요. 김우정 배우는 심사위원이 만장일치로 뽑았는데, 나이와 경력에 비해 소리를 무척 잘합니다. 차분하게 소리를 잘 끌어가는 매력이 돋보이고 아직 노련하진 않지만 대신 풋풋한 매력이 색다르죠.

창극은 결국 한국판 전통 뮤지컬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미에서 시각적인 재미를 놓칠 수 없을 텐데요. 이번 작품을 위해 무대 및 의상 디자인에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 대해서 기획팀에 간곡히 부탁했어요. 예산이 없더라도 관객들에게 볼 거리를 제공할 수 있게 무대와 의상을 최대한 멋지게 뽑아낼 수 없는지 말이죠. 특히 극의 전개상 기생들이 나오는 장면은 극강의 화려함을 보여줘야 춘향이 겪는 고난이 대비될 수 있으니, 의상이 특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다행히도 기획팀에서 감각적인 한복 디자인으로 극찬을 받은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이진희 의상디자이너를 섭외했어요. 감사하게도 흔쾌히 응해주셨고요. 의상과 무대 디자인에 대해서는 지금 구체적으로 발설할 수 없지만, 기대해도 좋다는 것은 알려드립니다.

 

국립창극단에서 예술감독으로 재직하는 동안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요?

임기 내 이룰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고전 판소리 5바탕을 다 해보고 싶어요. 각 작품마다 새로운 연출자를 섭외해 달리 해석하는 형식이 아니라 오리지널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가능하다면 완창 판소리 무대도 마련하고 싶은데, 특히 몇 분 남지 않은 인간문화재 선생님들의 공연을 먼저 올리고 싶어요. 물론 이런 구성 사이 사이에 해외 작품, 우리나라 우화를 접목한 창작극도 마련해 작품 스타일을 균형 있게 가져가려 합니다. 여유가 된다면 ‘젊은 판소리꾼’ 시리즈도 기획하고 싶죠. 창극에서 소리는 길어야 8분에서 10분 사이지만, 단원 대부분 꾸준히 판소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완창 무대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겁니다. 이 공연은 하게 된다면 ‘지정’이 아닌 ‘자원’을 받아 할 계획이고요.

개인 유수정으로서 품고 있는 꿈은 무엇인지요.

소문이 나면 안되니까, 공개 가능한 것만 알려드릴게요!(웃음) 개인적으로 학생들에게 김소희 선생의 만정 바디(명창이 스승으로부터 전승하여 한 마당 전부를 음악적으로 절묘하게 다듬어 놓은 소리)를 가르치고 싶어요. 국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만정 바디를 알려주면 처음엔 어렵다고 하다가 그 묘미를 깨닫고 나서 하길 잘했다는 반응이 와요. 어떤 소리도 다 도전할 수 있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게 제 마음입니다. 열심히 후학을 지도하고 제자 양성도 해볼 생각이고, 개인 발표도 하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 이런 개인적인 꿈을 꾸기에는 해결해 나가야 할 현안이 너무 많아요!



 

ATTENTION, PLEASE

창극 <춘향>

기간 2020년 5월 14일-5월 24일

시간 화-금 20:00 | 토•일 15:00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

가격 R석 5만원 | S석 5만5천원 | A석 2만원

문의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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