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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_연극 <데스트랩> 배우 박민성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배우 박민성은 나이듦이란 곧 깊어지는 과정이자언젠가 찾아올 전성기를 기다리는 방법이다.
editor 김은아 photographer 김선진


 

부쩍 따뜻해진 공기에 겨울 내내 어깨를 무겁게 만들었던 두터운 외투를 벗어두는 시기얼어있던 공기에 굳어있던 몸이 말랑말랑 풀리는 듯사람들의 발걸음이 경쾌하기만 하다근 1년간 배우 박민성의 무대에서의 발걸음은 이렇듯 겨울이 가기만을 기다린 사람처럼 가벼웠다결코 그가 거쳐온 작품과 캐릭터가 수월했기 때문은 아니다탄생의 순간부터 고독으로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괴물(<프랑켄슈타인>), 근현대사의 아픈 화살을 맨몸으로 맞아내야 하는 최대치(<여명의 눈동자>), 열등감에 잡아먹혀 가족과 친구자신마저 저버리고 마는 메셀라(<벤허>) 오히려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캐릭터는 배우에게 매번 새로운 도전과도 같았다그러나 자신을 몰아붙이며 하나씩 관문을 통과한 보상은 박민성에게 배우로서의 여유와 깊이를 선물해주었다지난 2출연중이던 <영웅본색>의 조기폐막이라는 아픔을 겪은 그가 연극 <데스트랩>으로 돌아온다작품은 작가 지망생 클리포드 앤더슨과 그가 보낸 훌륭한 대본을 자신의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극작가 시드니 브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박민성은 시드니 브륄 역을 맡아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를 오가며 관객을 거듭되는 반전 속으로 몰아갈 예정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보일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는 자신의 내공을 더하여.
 
지난 2월 출연 중이던 <영웅본색>이 갑작스럽게 막을 내렸다배우로서 마음이 씁쓸했겠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는 점이다마크라는 캐릭터에도 남다른 애착을 가졌기에 아쉬움이 크다. ‘내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더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만들었던 캐릭터다맞는 옷을 입었다고 생각하니까 무대 위에서도 연기를 위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놀 수 있었다덕분에 관객분들께 사랑도 많이 받았고한편으로는 폐막을 둘러싸고 비난이나 추측들이 많아서 가슴이 아프다.

<데스트랩>은 두 번째 연극이다첫 연극 도전이었던 <벙커 트릴로지출연 결정은 나름대로 전략적인 선택이었다고 들었다.
<벙커 트릴로지>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후 첫 작품이었다앞서 1인 2역으로 연기한 앙리와 괴물은 정말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 캐릭터다그 역할을 맡은 이후의 행보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적어도 그에 버금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그때 김태형 연출 생각이 났다. 2018년에 <홀연했던 사나이>를 함께하면서 언젠가 꼭 연극을 함께하자고 말한 적이 있었다안부 인사차 전화를 했는데 마침 100석 규모의 연극을 준비 중이라고 하더라심지어 캐스팅 작업을 진행하던 차였고덕분에 일사천리로 참여하게 되었다오롯이 연기에 전념해 보자초심으로 공부하자는 생각으로 참여했던 작품이다.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서보니 어땠나.
뮤지컬에서 음악을 걷어내고날것의 연기로 승부하는 것이 연극 아닌가연극영화학과 졸업 이후로는 해본 적이 없으니 나에게는 도전이고 부담이었다대극장이건 소극장이건 배우가 쓰는 에너지의 양은 같다어쩌면 연극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쓸지도 모른다마이크가 없으니까온 객석과 무대를 목소리와 몸으로만 채워야 하고아무리 작게 내뱉는 소리라도 관객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하니까반대로 몸에 마이크팩을 차지 않고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자유롭기도 했다출연 배우들이 주로 연극을 해온 동료이라 그 사이에 잘 섞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했는데당시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다 보면 웃느라 밤을 샐 정도로 정말 즐겁게 작업했다.

연극 무대에서 새롭게 터득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다음 작품이 <여명의 눈동자>였다내가 연기한 최대치는 광기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 장면이 많다비극의 한 가운데에서 주변인과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니까지문에 짐승의 울음소리라고 쓰여있을 정도로 절규하고 오열하며 노래를 하는 장면이 많다연극에서 온몸으로 에너지를 뿜어냈던 경험이 바탕이 된 덕분인지 더 처절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개인적으로는 런웨이 형식의 심플한 무대관객과의 가까운 거리 덕분인지 <벙커 트릴로지>의 연장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데스트랩>을 선택한 데에도 이런 전략이 있었나.  
그보다는 <영웅본색>이 급작스럽게 마무리되었는데 곧바로 뮤지컬을 한다는 것이 전작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그리고 좋은 작품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연극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도 꾸준히 해왔고이전에 호흡을 맞춰본 적이 있는 황희원 연출과 제작사에 대한 신뢰도 있었기에 안심하고 <데스트랩>을 선택할 수 있었다그런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다처음 대본을 폈는데 헉 소리가 날 정도로 대사량이 많더라뮤지컬에서는 3~4분의 넘버 한 곡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는데연극에서는 이 모든 것을 말로 설명해야 하니 그럴 수밖에게다가 시드니 브륄은 한 번에 2~3페이지에 달하는 말을 쏟아낼 정도로 긴 대사를 치는 장면이 많다나는 뮤지컬을 준비할 때 머릿속에 악보를 스캔하듯이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외우는 편인데이 많은 대사를 어떻게 통째로 집어넣을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끊임 없이 반복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데스트랩>은 스릴러와 블랙코미디가 어우러지는 작품이지만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공포스러운 장면도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무서운 영화를 못 본다극장에서 <사일런트 힐>은 보다가 밖으로 나갔을 정도다귀신의 집도 못 들어간다그 정도로 깜짝 놀래키는 것을 싫어한다다행히 배우로 그러한 상황을 만드는 것은 무섭지 않다(웃음). 관객들에게 어떤 분위기를 느끼게 만들지 대본을 충실하게 연구해볼 생각이다더불어 코미디적인 요소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이야기 안의 등장인물들은 진지한데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피식피식 웃음이 터지는 상황을 좋아한다적재적소에 웃음 포인트를 만들고 싶어서 연습실에서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는 중이다.

개인적인 작품 취향을 고른다면 스릴러와 코미디어떤 쪽인가.
어둡고 무겁고처절한 분위기의 작품을 선호한다내가 힘든 만큼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밤에 태어난 개띠라서 고생을 좋아하는 건가 싶다밤에는 개가 집을 지키느라 바쁠 시간이니까하하귀엽고 아기자기한 넘버 보다 슬프고화가 나있고우울한 넘버들이 나와 결이 맞다고 생각한다그래서 <프랑켄슈타인>이나 <잭 더 리퍼>가 딱이었던 것 같다즐거울 때는 즐겁지만후반부로 갈수록 확실한 무게감을 보여주니까.

<데스트랩>은 어떤 매력이 있는 작품인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아무리 반전이 있는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뒤로 갈수록 결말을 추측하기 마련 아닌가그런데 이 작품에는 적재적소에 트랩()이 숨겨져있어 결국 걸려들게 된다뒤돌아보면 진작부터 함정에 걸려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식이다그때부터 등장인물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된다나 역시 그런 단계다. ‘불필요한 것처럼 보이는 대사를 왜 치게 만들었을까?’하면서 작품 속 모든 것에서 숨어있는 의미를 찾아내려고 하는 중인데 재미있다.

시드니 브륄이라는 캐릭터는 어떤 모습으로 그리고 있나.
굉장히 진중한 사람이면서도 항상 미간에 주름이 잡혀있는 사람이다프로파일러들이 범죄자를 관찰할 때 사소한 행동이나 표정도 놓치지 않으려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지 않나늘 뭔가를 궁리하고 머리를 쓰고 있는 인상을 주고 싶다또 작가 특유의 예민하고 짜증이 섞여있는 모습도연습을 지켜본 이들이 같은 역을 맡은 다른 배우들(이도엽최호중)보다 까칠하고 와일드한 시드니라고 하더라그러나 지금은 구체적인 캐릭터의 모습을 잡기보다는 대사나 행동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중이다라이선스 작품인 만큼 정서나 말투 등에서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만들어갈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배우에 따라 조금의 뉘앙스만 달라져도 대사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머리를 맞대고 공부 중이다대본을 분석하느라 이렇게 머리가 아픈 건 오랜만인 것 같다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괴물(<프랑켄슈타인>)부터 최근의 메셀라(<벤허>), 마크(<영웅본색>)에 이르기까지 연이어서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는 좋은 평가를 얻고있다어떤 이유에서라고 생각하나.
나이가 들면서 여유가 생긴 덕분인 것 같다예전에는 무턱대고 젊은 혈기와 에너지로 임했다면 지금은 좀 더 생각해보게 된다. <벤허>에서 초연과 재연 모두 메셀라를 연기했는데배우로서는 재연 때 훨씬 더 힘을 풀고 연기했다그런데 관객들에게 훨씬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재연이었다아마 한 발 물러서서 인물을 들여다보고좀 더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이해하려고 한 덕분 아닐까 싶다배우로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면에서 더욱 깊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은 작품을 하나 꼽는다면 무엇인가.
역시 <프랑켄슈타인>이다정말 연습도 많이 했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혹독하게 몰아붙이면서 극한까지 가본 적 같다.

극한에 다다랐던 경험으로 무엇을 얻었나.
배우로서의 소양캐릭터를 대하는 마음가짐조금 더 넓어진 시야그리고 자신감이 모든 것이 <프랑켄슈타인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것 같다무엇보다 인간군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것 같다세상에 정말 천차만별의 사람이 있지 않나이 작은 공연계에서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도 서로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하물며 이 넓은 세상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스펙트럼은 얼마나 다양하겠나아마 <벤허>의 메셀라를 초연과 재연에서의 깊이가 달랐던 것도 같은 이 덕분일 것이다연극이 하고 싶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인 것 같다뭔가 다른 걸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다.

연기에 임하는 배우로서의 마인드에서도 달라진 점이 있나.
마음을 내려놓게 됐다예전에는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그래서 가짜로라도 멋있게 보이고 싶었다아마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서일 수도 있을 것 같다그런 욕심이 과해지다 보면 무대 위에서도 사적인 감정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그런데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그 자체로 멋있는 역할이다그밖의 무엇을 애써 만들 필요가 없다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역할 자체에만 충실하더라도 사랑받을 수 있구나나도 해낼 수 있구나를 깨달았다이후로는 애써 꾸미지 않게 되었다오히려 캐릭터에 충실해 망가지려고 노력하게 되었고욕심을 내는 데 쓰는 에너지를 연기와 노래를 하는데 집중하고 쏟을 수 있었다그런 점에서 <프랑켄슈타인>은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작품이다. <벤허초연 때 그랬듯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맹목적인 의욕으로 공연에 임했다면이제는 좀 더 깊이와 여유를 가지고 캐릭터의 낙차를 섬세하게 표현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배우 인생에서 지금 어떤 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하나.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정도다겨우 한 걸음 한 걸음 걷기 시작한 단계최근에 전성기 아니냐는 질문을 들은 적도 있는데 아직이라고 생각한다내가 생각하는 배우 전성기를 맞은 분들은 연세가 들어서도 여전히 무대를 지키고 있는 김봉환신구이순재 선생님이다나도 그 나이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무대에 설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고그래서 눈 감는 날까지 무대에 서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그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자배우 박민성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배우로서 한 뼘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연애할 때 밀당이라는 말을 쓰지 않나나를 긴장시키고 밀당하게 만드는 연인 같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나를 안주하지 않게 만들고다시 한 번 출발점에 서게 만드는 작품기존에 참여했던 작품이어도 상관없다그런 열망을 일으키게 하는 작품이라면 <영웅본색>이나 <프랑켄슈타인>에서 그랬듯이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내고배우로서 만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ATTENTION PLEASE!
연극 <데스트랩>
기간 2020년 4월 7일-6월 21일
시간 화-금 20:00 | 토 15:00 19:00 | 일 14:00 18:00
장소 대학로 TOM1관
출연 이도엽, 최호중, 박민성, 안병찬, 송유택, 서영주 외
가격 R석 6만원 | S석 4만원 | 데스트랩석 1만5천원
문의 070-7724-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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