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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최선입니까_전시 <가능한 최선의 세계>

최선입니까

 

 

학습이 필요한 전시일 수도, “이게 뭐야라며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은 전시일 수도 있다그런데 신기하게도 잠들기 전 몇몇의 이미지가강렬한 색상이 머릿속에 빙빙 맴돈다.
editor 이민정

 


 

 

별의 별 콜라보레이션이 있지만 이 전시는 요즘말로 신박하다새로움으로 무장한 소설에세이평론 등 뭐든지 잘 쓰는 정지돈 작가가 상상한 미래의 세계열 명의 작가들은 그가 제시한 미래의 세계를 창작해 내고이런 작품의 조각들을 다시 소설가가 짧은 글로 화답한다다만 정지돈이 시놉시스를 통해 그려낸 미래의 세계에는 알고리즘에 의해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한 블루프린트와 규칙이나 일관성이 없는 레드프린트로 명명된 세계가 설정되어 있다때문에 전시 입장과 동시에 블루냐 레드냐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것선택에 따라 색안경과 지시문을 전달받은 관람객은 안내대로 전시장을 헤매며 함께 배치된 이야기들을 수집할 수 있다이 수집된 이야기들은 개인의 선택에 따라 취사선택 혹은 재배열되며 자신만의 가능한 최선의 세계로서 완성된다.

관객 입장에선 다소 복잡하고 귀찮게 보이는 전시이나이들이 상상한 미래의 모습은 꼬리의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점철돼 있다지금까지 미술 작품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 도록을 들여다보며 더욱 거세게 머리를 흔들었던 경험이 있다면 <가능한 최선의 세계>에서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미래란 어차피 정답이 없고 아무도 미래를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미래를 그리는 참여작가

ⓒ곰디자인, «SeMA 예술가 길드 만랩» 전시전경,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2018

곰 디자인

강태오변상환심희규장성욱장지운이웅열(대표)로 구성된 콜렉티브 그룹인 곰 디자인은 조각설치가구디자인그래픽디자인 등 각자의 역량을 살려 다채로운 미술관에서 작품활동을 해 왔다이번 전시에서는 전시디자인과 더불어 개인 작업을 선보인다강태오는 플랫폼엘 중정에 레드프린트의 세계와 블루프린트 세계 중 어디에도 속할 수 있는 망원경을 건설해 두 세계를 관찰하고 엿보는 가상의 장치를 세운다변상환은 오랜 시간 하나의 정물을 관찰하고 그 변화를 한 화면에 통시적으로 담아낸 작업을 전시하고심희규는 평소 설치 작업을 하면서 자주 접했던 좌대와 조명을 작품으로 변환시켰다장성욱은 대상과 관계그 속에 대한 질문을 레이저로 구현한다장지운은 두 개의 세계에 형태는 같지만 소재가 다른 의자를 제작해 각각의 세계에서 사물을 다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권아람, «납작한 세계» 전시전경, 원앤제이 플러스원, 2018

권아람

언어신체미디어 사이의 개념적인 연계성을 압축적이고 은유적인 방식으로 드러내는 권아람은 자신의 작업을 매체를 통한 매체의 사유라고 설명한다세계 5대 미디어 기업들의 단서들로 이루어진 <AACTF(2019)>는 기존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이지만 이미지의 재생을 통해 사회를 주동하는 원천 기업들을 상징적 대상으로 모사한다거울과 미디어 스크린의 물리적 특성을 이용해 실제 세계와 비실재에 대해 질문하는 작업을 선보인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미디어를 통해 각종 정보를 조장하는 이면의 대상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김희천, <메셔(Every Smooth Thing through Mesher)>, 2018

김희천

건축과를 졸업한 작가는 페이스 스왑 모바일 앱가상현실구글 어스 등의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현실과 가상이 혼재하는 영상 작업을 진행해왔다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메셔(2018)>는 증강 현실폐색신경망에서 출발한 작업으로 피부를 납작하게 누를 때 사용하는 이식 수술 도구에서 그 제목을 가져왔다작가는 빛이 부족한 곳에서 촬영한 불완전한 영상을 통해 무형의 온라인 공간에서 이동하면서 신체는 어떠한 물리적 자취를 남기며이러한 자취는 어떻게 알려지거나 사용돼 인간적 친밀함을 가장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은새, <계속해서 미끄러지는 아이스크림>, 2014

이은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풍경들을 포착해 그 찰나의 순간을 회화로 담아낸다이은새는주로 주변의 풍경이나 대중매체 등에서 소재를 찾는데평온한 듯 보이지만 미묘하게 균열이 가거나 심리적인 파장이 일어나는 순간에 관심을 갖고 있다이번 전시에서는 2012년부터 최근에 진행했던 작가의 작업들을 주제나 제작 년도의 구분 없이 뒤섞어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본격적인 작업의 시작점이었던 <돌 던지는 사람(2012-2013)>과 소설 속에서 내면을 묘사할 때 사용한 장면을 작가의 감각적 기법으로 풀어낸 <계속해서 미끄러지는 아이스크림(2014)>, 술에 취했지만 자유롭고 강인한 여성들을 그려낸 <밤의 괴물들(2017-2018)> 시리즈 등의 작업들을 전시한다.

ⓒ박광수, <부스러진>, 2017, *두산갤러리 제공

박광수

드로잉과 드로잉을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상을 제작한다나무에 스폰지를 펜촉 모양으로 잘라 붙인 직접 만든 펜을 이용해 검은 선을 그려내는 그만의 독창적인 드로잉 기법은 선이 쌓이는 과정과 시간을 담아낸다이번 전시에서는 오랜 시간 관심을 가져온 사라짐과 소멸을 표현한 작업들을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그는 반복적으로 그려낸 선과 농담의 변화를 통해 그림 속 인물과 풍경이 소멸되고 등장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박아람, <핸들>, 2019

박아람

디자인 이미지의 제작 방식을 참조해 회화와 조각퍼포먼스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보기의 행위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회화 매체에 간한 사유를 다양한 매체로 풀어왔다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가상과 현실이 중첩되어 있는 오늘의 시공간을 운용할 수 있는 회화적 상징 형식을 고안하여 작업한다. ‘은 행과 열의 색인으로 기능하며일정한 색조를 띄는 셀은 행렬 상의 특정 위치를 가리키는 손가락처럼 기능한다색의 무한을 전제로 하는 이러한 그림은 심상의 연주를 위한 악보처럼 작동한다벽화로 제작된 신작 <무한 동력(2019)>과 페인팅 <두 해가 진 뒤(2019)>및 회계 소프트웨어로 제작된 드로잉 <스프레드시트 드로잉(2013)>은 미술관 각 층에 나뉘어 놓인 레드프린트와 블루프린트의 두 세계가 특유의 방식으로 엮이는 시공을 그려낸다.

 

ⓒ유영진, <캄브리아기 대폭발>, 2017

유영진

사진을 매개로 장소나 사물 등의 이면에 접근하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최근에는 사진뿐 아니라 드로잉이나 설치 작업을 함께 선뵈며 사라지는 것들이나 소외된 것들과거를 왜곡하는 기억들에 주목한다사진 매체가 갖고 있는 객관성을 사실적인 이미지라는 특징을 활용하며, ‘실재와 기억장소와 공간 기억과 기억을 근간으로 창조된 작가만의 유일한 세계를 주제로 작업한다이번 전시에서는 서울의 다세대 주택의 밀집지역에서 발견된 구조물들을 사진과 드로잉설치 작업으로 풀어낸 작업을 선보인다작가는 폴리우레탄 폼이나 철근 콘크리트, PVC 파이프 등을 덧붙여 만든 건물의 일부분을 건물에 기생하는 하나의 생물로 치환하여 바라본다.

 

ⓒ정희민, <빵과 칼>, 2018

정희민

디지털 시대에 나타나는 이미지의 특징과 그 이미지를 경험하는 방식을 회화와 입체영상 등으로 구현해낸다평평한 그래픽 화면에서 연상된 질감을 작업으로 표현해내거나 3D 모델링 프로그램 스케치업으로 랜더링한 디지털 이미지를 다시 아날로그 이미지로 전환한다이번 전시에서는 2018년 금호미술관에서 진행했던 개인전 <오후 3시의 테이블>에서 선보였던 작업들 중 일부를 선보인다작가는 3D 모델링으로 만들어낸 가상 공간의 정물 이미지를 다시 회화로 옮기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최윤, <시민의 숲>, 2014-2016

최윤

서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날 것 그대로 작업의 소재로 가지고 온 뒤 다양한 설치영상퍼포먼스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시민의 숲(2014-2016)>은 양재 시민의 숲에서 요정을 만나는 여정을 담은 영상 작업이다작가는 공원을 숲이라 부르는 현상에 의문을 갖고공원이 숲이 되듯 시민들을 요정으로 탈바꿈시킨다공원 안에서 비의도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사건들을 서로 연결지어 하나의 페이크 다큐를 완성했다.

ⓒ최하늘, <1)무언가를 기념하지 않고 조각하기>, <2)역사가 없는 상태에서 조각하기>, 2019

최하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대한 다양한 관심사를 3차원의 입체작업으로 선보인다 전통적인 매체인 조각의 특성이나 물성작가의 역할이라는 오래된 주제들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지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작가는 정지돈의 시놉시스를 읽고 역사가 부재하는 상태를 떠올렸다역사가 부재한다는 전체는 역사를 서술하는 기존의 방식이 종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작가는 역사가 부재하는 곳에서도 필연적으로 역사가 서술될 수밖에 없다고 보았고그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게 될 수밖에 없는 기념비를 상상하며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작품을 조각했다결과적으로 총 4점의 작품을 완성했고 이들은 모두 무언가를 기념하지 않는 기념비다.

 
 

ATTENTION, PLEASE
전시 <가능한 최선의 세계>
기간 2019년 12월 10일-2020년 5월 3일
장소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참여작가 곰디자인, 권아람, 김희천, 박광수, 박아람 외
가격 성인 8천원|청소년 6천4백원
문의 02-6929-4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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