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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INTERVIEW] 언제라도, 정원영다움_뮤지컬 <미스트> 배우 정원영

언제라도, 정원영다움

 

정원영은 성실하게 무대 위의 공기에 위트를 불어넣는다그 시대가 일제강점기심지어 지옥이라고 하더라도.
editor 김은아 photographer 장호

 


 

웃을 때 생각이 유연해진다고 믿어요경직된 분위기에서는 머리가 굳을 수 밖에 없잖아요공연을 만드는 과정의 앙상블이 잘 어우러져야 무대 위에서도 그 시간이 반영되는 건 너무나 당연하잖아요.” 정원영과 함께 작업한 이들이 그를 언급할 때 왜 사람 좋다는 말이 빠지지 않는 이유는 그의 작업 과정에 대한 몇 가지 금세 알 수 있었다분위기를 풀어내는 것 또한 공동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영락 없는 팀 플레이어다작업 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연출가마저 웃게 만드는 재능은 머리를 맞대야 할 것도조율할 것도 많은 창작뮤지컬 초연에 그를 향한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오는 봄정원영은 두 편의 창작뮤지컬 <미스트> <신과 함께저승편>에서 다소 무거운 시대 배경 속으로 뛰어들 참이다일제강점기에서 독립군과는 다른 길을 가는 친일파일명 조선 귀족’ 김우영지옥에 갇힐 위기에 처한 우리네 평범한 이웃 김자홍의 얼굴로그러나 캐릭터가 시대의 무게 속에 침잠해도정원영만의 위트는 무대 위에 한 줄기 숨 쉴 공간을 창조해낸다.

 

 
<미스트>는 뮤지컬 <워치> <미인>에 이어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세 번째 작품이에요무대 위에서 같은 시간대를 살아본 경험이 지금의 캐릭터에 접근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미스트>에는 독립군과 조선 귀족으로 분류할 수 있는 네 명의 청년이 등장해요모티프를 따온 인물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허구의 인물들이죠그렇지만 앞선 두 작품들의 경험이 있기에 이들을 둘러싼 배경 상황이 좀 더 쉽게 이해되죠독립운동을 하는 청년들이 조선 귀족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지친해질 이유조차 없는 전혀 다른 두 집단의 청년들이 마주칠 때의 감정이 어떨지에 대해서 명확해지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조선 귀족 김우영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과정에서 가장 고민했던 점은 무엇인가요.
김우영뿐만이 아니라 나혜인아키라이선까지 네 명 청년들의 관계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풀어갈지가 전부 고민이었어요작품에 중심이라고 할 만한 사건이 없기 때문에 인물간의 대화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어야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찾아가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특히 신념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독립군 아키라와 조선 귀족 우영의 대화에서 어떤 긴장감을 주어야 할지 톤을 고르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죠같은 배역을 맡은 배우끼리도 인물 간의 관계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다 보니 같은 대사를 치더라도 표정이나 말투가 달라졌던 것 같아요저 또한 제 해석을 바탕으로 인물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몇 가지 대사를 추가하기 시작했죠.

창작뮤지컬 초연이기에 가능한 부분이겠지만극작가가 완성한 대본에 배우가 대사를 추가하는 것이 조심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을 것 같아요.
아무리 악역이어도 배우가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그 인물을 이해해야 해요저는 우영이라는 친구를 연기하지만조선 귀족이라는 친일파는 한 순간도 미화시키지는 않고 싶었어요그럼에도 우영이 하는 말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작품을 준비하면서 떠올린 기억이 있어요독립운동가들이 고초를 겪었던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했던 경험인데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그림으로 가득찬 방이 있었죠당시에 고민을 해봤어요지금은 독립운동이 너무나 당연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만약 이 시대를 살았다면 나와 내 가족의 목숨을 걸고 투신할 수 있었을까그런 고민을 다시 한 번 꺼내보내다가 우영 나름의 핑계를 만들어주기로 했고작가님과도 의논을 했죠작품 결말부에서 우영의 마지막 대사에도 애드리브를 추가했고요그 적절한 선을 지키는 것은 내가 인물을 어디까지 이해하는지에 달린 것 같아요.

이러한 애드리브 때문일까요맡는 캐릭터마다 정원영스러움이 드러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그 정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위트 아닐까 싶어요저는 모든 상황에 절대적으로 위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미스트>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는 아키라에게 우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것 또한 이런 맥락에서죠이름조차 알려주지 않는 사람에게 이름을 지어주자는 혜인의 말이 정원영의 우영에게는 설득이 되지 않는 면이 있거든요그래서 이 순간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 우연히 나타난 사람이니 우연으로 부르겠다는 대사에 관객분들이 즐거워하신 것 같아요상황 속에 필요한 것보다는 제가 설득한 인물로서의 애드리브인 거죠물론 이 재미도 어디까지 인물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봐요.

 

 



왜 위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위트가 필요하다는 것이 심각한 장면에서도 웃겨야 한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에요아마 제가 관객으로서 있을 때 저의 취향이 반영된 것 아닌가 싶어요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심지어 장례식장에서 절을 하다가도 상주의 단추 하나가 터진 것을 보고 울다가도 웃을 수 있는 게 인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가장 심각한 상황에서마저 사소한 것에도 웃음이 터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무대 위의 인물에도 자연히 반영되지 않았나 싶어요. 13년 넘게 공연을 해오는 동안 확고하게 가져가고 있는 부분이에요.
눈물보다 웃음을 주는 일이 어렵다고들 하죠실제로 그런가요.
맞아요코미디 뮤지컬인 <구텐버그>때 그랬어요무조건 웃겨야 하는 작품인데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스트레스가 많았던 작품이거든요완벽한 미국식 유머를 어떻게 소화해서 표현할까 너무 고민이 되는데그렇다고 작정하고 웃기려는 티가 나면 안되는 일이고… 실제로 개막 전 최종 리허설 때까지 정말 이게 될까’ 싶었어요연출님이고 제작사 직원들이고 웃지를 않더라고요그래도 배우들끼리 우리가 만들면서 피식피식 웃음이 터졌으니 관객분들도 분명히 재미있어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무대에 섰죠.

그렇게 확신이 들지 않아 초조한 상황이 올 때면 어떻게 마음을 다잡나요.
오히려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려고 해요. ‘안되면 말고’ 정신 이라고 해야할까요나는 앞으로도 공연을 많이 해나갈 것이고이 작품이 잘 되지 않더라도 참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했지라고 기억될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거죠제가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어요관객들로 꽉 찬 공연인데 내 목상태가 나쁜 공연과 내 컨디션은 너무나 좋은데 객석이 텅텅 빈 공연이 있다면 어떤 무대를 선택하고 싶은지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결국 창작 과정에서 힘들고 초조함이 있더라도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면 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선 질문에 대한 정원영의 선택은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저는 관객들이 덜 차더라도 제가 맘에 드는 좋은 목 상태의 공연을 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제작사의 입장에선 당연히 관객이 많은 게 좋지만배우 입장에서는 저는 노래하고 춤추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잖아요내가 못하는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 보다는 적은 사람들이라도 내가 잘하는 모습을 봐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2017, 2018년에 무대에 섰던 <신과 함께>의 세 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어요. 2년 만에 같은 공연을 하다 보면 그사이 자신의 성장을 체감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스스로의 실력이 늘었다기보다는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넓어졌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아요얼마 전 막을 내린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서 느꼈던 부분인데그전에는 가볍게 지나쳤던 가사의 의미가 깊게 다가오기도 하거든요물 마시는 사람의 그림을 본다고 쳤을 때컵에 맺힌 물방울 하나빨대의 모양 같은 디테일한 부분을 들여다보게 된다고 할까요이번 <신과 함께>에서도 그런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이전 공연에서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관객들이 너무 무겁지 않게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죽음에 대한 간접경험을 어떻게 표현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고 있거든요원작 웹툰에 있는 그대로 좀 더 충실해볼까웃음을 좀 내려놓을까다양한 방향으로요.

<신과 함께>의 김자홍은 관객들이 나라면 어떨까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작품의 주인공이 김자홍이 아닌 정원영이었다면 저승을 잘 헤쳐나갔을까요.
저는 이미 김자홍처럼 살지 못했어요거짓말도 많이 했고 죄를 많이 지어서평생 회개하면서 살아도 될까 싶어요하하사실 웃으면서 작업하고 있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아찔해요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쓰레기 하나 버릴 때도 조심하게 되고운전하면서 욱하는 마음도 누르게 되고. <신과 함께>는 스스로 많은 부분을 정화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올해도 벌써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어요올해 처음 세웠던 목표를 잘 이뤄가고 있나요?
조심스러운 말일 수도 있는데요만약 뮤지컬을 잘 모르는 주변 분들이 요즘 뭐해?’라고 물어본다면 제목만 이야기해도 모든 것이 설명되는 작품들이 있잖아요. <지킬 앤 하이드>처럼요그런데 저는 주로 창작뮤지컬을 작업해오다 보니 그거?’라고 할 수 있는 뮤지컬이 문득 그리워지더라고요지난해 창작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조금 지치는 순간이 있던 것 같기도 하고요그래서 올해는 좀 더 많은 관객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그 방식이 라이선스 뮤지컬일 수도 있고다른 장르에서의 도전일 수도 있고요작년부터 계획했던 꿈이지만 올해는 좀 더 확고하게 추진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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