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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예술가의 작업실②_연출가 박소영

예술가의 작업실

 

음악과 글과 연출로 지어지는 무대 위 예술이라는 세계그 우주가 지어지는 공간에서 만난 2020년의 예술가들.
editor 김은아 photographer 도진영

 


사람에게서 희망을
연출가 박소영

 

 

작곡가에게는 건반작가에게는 키보드창작진의 작업실을 떠올렸을 때 꼭 갖추고 있을 것만 같은 물건들이다그렇다면 연출가의 경우는무대 위 아래의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를 총지휘하는 연출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그보다작업실이라는 격리된 공간이 필요하긴 할까온갖 궁금증을 안고 서울 홍은동에 위치한 연출가 박소영의 작업실을 찾았다작업실 한 가운데에는 한 때 유행한 대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시트콤에서 온갖 사람이 모여드는 응접실을 생각나게 만드는 소파가 있었다박소영과 <여신님이 보고계셔> <등을 함께 작업한 작곡가 이선영이 직접 만든 사과청으로 차를 내왔다여기에 연극 <프라이드> <킬 미 나우>의 작곡가 김경육까지 세 사람이 작업실을 함께 쓴다작업 과정에서 음악을 쓰고 들어야 하는 작곡가들의 공간은 작은 방에 분리되어 있지만박소영의 공간은 거실과 연결된 열린 공간에 놓인 책상과 책꽂이 정도로 심플했다저는 공간보다 함께하는 사람에게서 받는 영감을 받는 편이에요책상에 앉아 대본을 분석하기도 하지만문틈으로 흘러나오는 두 작곡가의 음악을 듣고대본의 글이 음악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보고그 사이에 일어나는 시행착오를 가까이에서 함께하는 것 자체가 뮤지컬 연출가로서 많은 도움을 받죠.” 대부분의 작업 시간을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보내다 보니 작업실에서는 조용한 공간이 주는 힘을 충전하기도 한다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혼자만의 시간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그럴 때 작업실은 침착히 생각에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준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2019)>

 

그는 최근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여섯 번째 시즌을 무대에 올렸다작품은 2011년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를 통한 리딩 공연, 2013년 본공연부터 올해까지 꾸준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스테디셀러 창작뮤지컬이다박소영에게 이 작품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그의 연출가 인생의 시작을 함께한 데뷔작이기 때문이다. “초심을 상기시키고저를 나태하지 않게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작품이에요극이 촘촘하게 짜여있기 때문에 안일한 마음으로 접근했다가는 작품이 가진 힘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거든요작품 말미에 무인도에서 100일을 함께 보낸 다음의 캐릭터들의 감정이나 관계성도 세심하게 쌓아나가야 하고요그런 점에서 저를 채찍질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같은 작품을 벌써 여섯 번째 연출하는 데도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있을까그는 더없이 치열하고 뜨거웠던 초연의 기억을 풀어놓았다텐투텐(연습 막바지에 오전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내리 연습하는 작업)을 8주 동안 했어요이 얘기만 들어도 그 열정치열함정열이 짐작 가지 않으세요장면을 완성하고도 뒤집고또 뒤집고더 좋은 것은 없을까 끊임없이 찾으려 했죠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배우들은 공연일마다 오후 2시부터 극장에 나와 몸을 풀고저 역시 딱 두 회차를 빼고는 모든 공연을 모니터했어요정말 모두가 치열하게 임했던 것 같아요그때의 뜨거움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죠.” 이번 공연을 위해서는 2019-2020년의 시선에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정석 작가와 함께 작품이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요즘 시대에 발맞출 수 있게 하는 작업을 함께 했어요이런 과정이 작품을 오래 숨쉴 수 있게 하는 작업인 것 같아 좋았어요지금까지 이 작품에 참여했던 배우들도 많은데처음 참여하는 것처럼 에너지를 내줬어요그러면서도 새로운 배우들이 주눅들지 않도록 배려하고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줬어요그 앙상블을 보면서 이번에도 이 작품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으로 나올 수 있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죠즐거운 시간이었어요.”

 

그가 연출로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는 순간은 작품에 참여하기로 결정된 그 순간부터다그때부터 장르와 매체를 막론하고 작품의 주제와 관련한 모든 자료를 수집한다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작품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솎아내고 작가작곡가 등 다른 창작진들과도 공유한다음악과 대본이 완성되면 좀 더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나간다이후 무대와 배우동선을 통일성있게 다듬으면서 아이디어들을 하나의 실로 엮어낸다그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건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했는가 하는 것이죠또 스태프들배우들과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나누었는지그래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점을 향해 가고 있는지를 항상 생각하려고 합니다.” 흔히 연출가라는 직책에 떠올리는 냉철한 카리스마나 일방적인 지시는 그가 지향하는 바와 거리가 멀다배우들과 의견이 갈릴 때 조차도 대화는 최선의 해결책이다. “배우가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는 데에는 자신만의 이유가 있거든요일종의 취향 차이에서 오는 문제라고 봐요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야죠저의 취향을 그들이 납득할 수 있게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이는 박소영이 생각하는 연출가라는 직책의 정의를 보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연출가가 다른 스태프보다 위에 있는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저는 스태프들의 작업을 잘 결정하고 선택해야 하는 사람 역할을 맡은 것뿐이죠어떻게 보면 좋은 자질이 있는 스태프들에게 묻어가는 거라고도 생각해요그래서 함께하는 사람들의 작은 소리를 놓치지 않도록 애쓰고그들의 장점을 최대한 뽑아낼 수 있는 연출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의 책임자로서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감정이 있다외로움이다. “매일 느끼는 감정이죠헷갈리고 확신이 없어도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특히 초연 작업들이 그래요깜깜한 길을 가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아서이 길이 맞나저 끝에 빛이 있을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요그렇다고 내색할 수도 없어서연습실에서는 다 잘 될거야’ ‘나만 믿고 따라와’ 라고 말해야 하죠모두 함께 만든 작품이지만 책임감이 좀 더 무거운 건 사실이에요.” 특히 개막을 앞두고는 여러 생각으로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한다그 외로운 순간은 반려견 토리를 안고 가만히 눈을 들여다보며 이겨낼 뿐이다.



2019년은 박소영에게 행복이라는 단어로 기억되는 해다연출가로서 또 개인으로서 모두. “개인적으로는 결혼을 했고작품적으로는 선택에 있어서 기준이 조금 명확해진 시기였어요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가 분명해졌다고 할까요결국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고 전하고 싶은지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았죠.” 그에게 깨달음을 준 작품은 우란문화재단을 통해 무대에 올린 음악극 <>이다장우성 작가이선영 작곡가와 함께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목소리 프로젝트로 선보이는 작품으로선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귀감이 될 수 있는 실존 인물의 삶을 무대에 복원한다전태일 열사를 주인공으로 한 <태일(2018)>에 이은 두 번째 작품 <>은 소록도에서 한센인 환자들을 돌본 오스트리아의 두 간호사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렉의 이야기를 그렸다목소리프로젝트는 주제 의식이 강한 프로젝트 팀이잖아요작게나마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더 많은 것을 공부하고생각하게 되는 그 과정이 좋았어요그러면서 주제의식을 강요하거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연극이 주는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관객과 공유하려고 했거든요감사하게도 저희의 이야기를 관객들이 공감해준다고 느껴서 무엇보다 큰 만족감과 행복을 느꼈죠.”



결국 연출가 박소영이 이야기하려는 것은 음악극 <>과 닿아있는 셈이다결국 인간성이 결국 제일 흥미가 있는 것 같아요인간이 인간다운 것과 인간에 대한 연민그리고 사람의 이야기를 사람 냄새 나도록 다루는 것이 제 마음을 두드리는 것 같아요특히 그 안의 선한 목소리와 공동체의식 등이 그렇죠장르적인 즐거움이 있는 작품을 좋아하는 것도 이를 통해서 사람의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박소영은 2020년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봄을 그대에게>를 시작으로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이번 작품은 1987 6월 항쟁을 둘러싼 청춘들의 이야기결국 이번에도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연출을 통해 조금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요작품을 보는 분들함께하는 사람들 모두에게요그러기 위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시대의 흐름과 시대의 목소리에 늘 귀 기울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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