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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는 현_가야금 연주자 박순아

경계를 넘는 현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는 어떤 이념과 국경에도 갇히지 않는 영원성을 연주에 담아내길 소망한다.
editor 김은아

 


 

조선 국적재일교포 3북한에서의 가야금 유학공연 타이틀인 <노쓰코리아 가야금>까지가야금 연주자 박순아가 걸어온 길을 설명하는 데에는 한국 사회에서 곱지 않은 눈초리를 받기 좋은 단어들이 놓여 있다그의 연주 앨범도독주 공연 포스터에는 위압적으로까지 느껴지는 강렬한 붉은 색의 배경과 이와 같은 빛의 립스틱을 바른 박순아가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는 장면이 담겨있다마치 자신을 향한 우려와 편견을 알고 있으며이 터부를 정면으로 깨나가겠다고 선언하는 듯이그래서일까인터뷰 장소에 안경에 후드티를 걸치고 수줍게 웃는 소녀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 그의 모습이 의외로 느껴진 것은가야금 연주에 북한도남한도 아닌 그저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는 박순아는 그 시작으로 자신의 출발점을 명확히 들려주고자 한다지난해 12월 이틀간 열린 공연에 쏟아진 뜨거운 호응에 다시 한 번 앙코르 공연 <노쓰코리아 가야금>을 준비중인 그는 조총련계 민족학교에서 가야금을 배우고 고등학교 때 북한의 예술가양성기관인 국립평양음악무용대학에서 수학했던 가야금 연주자로서의 시작점을 연주한다.

 

 
지난 12월에 열린 공연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첫 독주회인 만큼 긴장도 많이 되었겠다.
아무래도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걱정이 되었다공연 제목도 제목이지만,  가사가 없는 연주곡이긴 하지만 전쟁을 소재로 한 음악이나 혁명 가요도 있다한국 사회 통념상 거북할 수도 있지 않나특히 반공 교육을 받은 세대라면 더더욱그런데 열린 마음으로 들으러 와주셨다공연 초반에는 마냥 신기하게 바라보셨던 분들도곡에 대한 설명과 이야기를 들려드리자 마음이 풀어지고마음이 한 데 섞이는 느낌을 받았다뒤로 갈수록 박수가 따뜻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는지 궁금하다.
연주하는 곡에 대한 설명도 있었지만 그보다 재일교포 3세로 자라온 시간들에 대해 말씀드리는 시간이 많았다그래서인지 더 긴장했던 것 같다저라는 인간을 낱낱이 밝히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이제까지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니 쑥스럽기도 하고 용기도 필요했다예를 들자면 이런 이야기들이다재일교포로 일본에 살다가 처음 북한에 갔을 때 드디어 조국 땅을 밟는다는 생각에 첫 발을 왼발로 디딜지 오른발로 디딜지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두 발로 뛰어내렸다한국에 처음 올 때도 마찬가지로 같은 고민을 했다그런 이야기를 할 때 관객들의 반응이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준다는 느낌이었다마치 보호자 같은 마음으로 바라봐주는 것 같았다공연 팀과의 호흡도 좋았지만 이러한 관객들의 공감 덕분에 이제까지 느껴본 적 없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가야금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하다.
민족학교에는 방과 후 소조라는 과외 수업이 있다초등학교 4학년 때 가야금부에 들어가 친구들과 함께 악기를 배웠다그러던 중 일본에 온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의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다얼마나 연주를 잘 하는지부럽기도 하면서 나도 그 친구들처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그 이후로 꾸준히 가야금을 연주했고고등학교 때 북한 유학을 떠났고 금강산가극단에서 활동하게 되었다그때까지만 해도 가야금 연주자로 평생 살겠다는 결심까지는 하지 못한 상태였다그러나 가극단을 나와 다른 공부를 할 생각으로 연주를 10년 정도 중단하게 되었다그 시간 동안 가야금이 얼마나 그리웠는지한 번 해볼 때 까지는 해보자는 결심을 했고본격적으로 연주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삼십 대 중반에 한국으로 온 것도 우리의 전통음악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였다조선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에 망설임이 있었으나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한국에 건너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전통음악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뿌리는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남한과 북한의 전통음악의 현재 모습은 어떻게 다른가.
남한은 전통음악의 원형을 지키면서 발전시켜나간다옛 가락을 실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쉽게 말하면 왕이나 귀족을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 여전히 연주되고 있다북한은 전통을 현대에 맞게 계속해서 변화시키는 것에 중점을 둔다악기를 개량해 가야금 현()의 수나 음계도 역사 속의 원형 악기와 많은 차이가 있다인민을 위한 음악이라는 점에서도 다르다가야금 연주곡 중에서는 혁명 가요도 있고비교적 최근이 이야기를 담아낸 곡들도 많으니까또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 서양의 클래식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곡들도 많다.

북한에서의 전통음악은 비교적 동시대적인 요소를 많이 반영하고 있다는 것으로 들린다그렇다면 전통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의 태도에서도 차이가 있을까.
그렇다고 생각한다남한에서의 전통음악은 대중적인 장르라기보다는 일부가 즐기는 음악으로 분리되어 있다처음에 한국에 와서도 왜 이렇게 멋진 음악을 많은 사람들이 즐기지 않을까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아마 너무나 당연하게 우리 것이라는 생각에 진정한 매력을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북한에서의 분위기는 좀 다르다마지막으로 그곳에 갔던 것이 20년도 더 전이니까 지금과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대중음악과 전통음악의 구분이 따로 없었다나이에 상관없이 가야금이나 손풍금으로 연주하는 곡들을 즐겨 들었다북한에도 TV 프로그램 중 음악 경연대회가 인기를 끌었는데그곳에 출연하는 일반인들도 전통음악에 맞춰서 노래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렇듯 다양한 환경에서 전통음악을 접한 특별한 경험이 연주자로서는 어떤 장점으로 작용하는가.
()의 부자가 된 느낌이다전통음악에서 낼 수 있는 음과 창작곡이나 개량 악기로 낼 수 있는 테크닉은 다르다다른 사람들보다 다양한 환경 속에서 탄생한 음악을 많이 접하면서 음악의 재료를 많이 수집했다고 본다이를 적절할 때 꺼내서 잘 사용할 수 있다면 그만큼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넓다고 생각한다.

photographer 도진영



독주자로서의 활동을 늦게 시작했다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자신이 없었다북한에서도 전문 교육을 받았다고 말하기는 힘들고한국의 전통음악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그렇기 때문에 다른 연주자들과 다른 표현을 할 수 있었다고도 생각하지만이러한 자신감은 한예종에서의 공부를 통해 비로소 채워진 것 같다한편으로는 팀 활동이 즐거웠기 때문이기도 하다멤버들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 음악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일본의 바바 노부코중국의 쟝샤오칭과 함께하는 아시아의 금()연주그룹 ‘고토히메’, 한국음악 앙상블 비빙’, 전통불교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바람곶까지 개성이 뚜렷한 세 그룹에서 활동했다각각의 활동에서 얻게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고토히메는 한··일 세 나라의 악기뿐 아니라 문화 안에 흐르는 정서를 이해하게 만들어주었다비빙에서는 처음으로 사람이 아닌 기계로 작업한 음악(MR)과 어우러지는 작업을 경험했다아무리 어려운 박자도 완벽하게 소화하는 컴퓨터를 보며 속으로 내 절대 기계에게는 안 지리라’ 결심했던 기억이 난다(웃음). 치열하게 연습한 끝에 작곡가에게 순아씨방금 전 정말 기계 같았어요!”라는 칭찬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하하이를 통해 감정을 절제하고 표현하는 법에 대해 익힐 수도 있었다바람곶은 작곡을 시작하는 계기를 선물해주어서 특별한 그룹이다당시 바리데기 이야기를 음악극으로 만든 <물을 찾아서>라는 공연을 했는데멤버들이 장면을 나눠 곡을 창작하기로 했다고심해서 한 가락 한 가락을 만들어나갔는데지금 들으면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덕분에 나도 작곡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이후 즉흥곡위촉곡 등의 작업을 했고 작곡한 곡을 1집 앨범에 싣기도 했다.

자신이 만든 곡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정서가 있다면 무엇인가.
첫 앨범에 실린 자작의 제목이 ‘ETERNITY, SPIRIT WALKER’인데, ‘ETERNITY(영원성)’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모든 것이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인데영혼에 와닿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 같다재일교포남과 북이라는 카테고리를 떠나서 보다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단어라는 느낌이 들었다음악을 통해서 근본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이와 닿아있다음악적으로는 멜로디를 중요하게 여긴다국악기 연주곡들은 멜로디보다는 리듬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듣는 이들이 좀 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을 만들고자 했다.

연주자이자 작곡가 박순아에게 영향을 많이 미친 예술가는 누구인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다는 음악은 다 들어보는 편이다피아니스트 키스 자렛을 좋아한다전통음악의 산조처럼 즉흥 연주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예술가다전설적인 플라멩코 기타리스트인 파코 데 루치아 역시 존경하는 음악가다그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을 풀어냈는데그 때문에 정통 플라멩코가 아니라며 음악계에서 배척당했다이들처럼 나 역시 가야금으로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어떤 틀에도 갇히지 않고 자유롭고 싶은 소망이다하나의 악기 안에 자신만의 이야기오늘의 이야기를 담아냄으로써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공감하게 만들고 싶다순간 순간 오롯이 살아 숨쉬는 음악을 하고 싶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들려 달라.
현재는 고토히메 멤버들과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광주와 독일폴란드 등을 찾았을 때 받은 영감이 있는데 이곳들이 가진 장소성을 바탕으로 씻김할 수 있는 음악을 녹음하고 있다현재의 장소가 역사 속에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그곳에 깃든 사연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알고 궁금해하는 편이다지나온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의 이야기를 하고싶다는 소망이랄까그것을 말이 아니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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