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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REVIEW] 결국은 하나로 수렴된다_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결국은 하나로 수렴된다

 

12 13일부터 21일까지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 무대에 오른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writer 김일송


 

 

“심정지는 더 이상 죽음의 신호가 아니며이제부터 죽음을 확정 짓는 것은 뇌 기능의 정지다다른 말로 하자면 이렇다만일 내가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면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제목이 알려주듯 작품은 장기이식 문제를 다루고 있다문제는 공여자가 사망자가 아니라 뇌사자라는 사실그런 점에서 작품은 보다 정확히 뇌사자의 장기이식 질문한다결론 하나를 당겨 말하자면이 작품은 예술의 기능 중 하나인 공적담론을 이야기하는 중공공적 성격의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100. 100분 동안 관객들은 한 청년의 죽음정확하게는 뇌사와 뇌사 이후에 벌어지는 사건을 경험하게 된다그 과정에서 지난 가을 시작되었던 이 청년의 첫사랑과 먼 바다로 향해 파도를 가르고 나가려는 청년의 욕망그리고 교통사고를 마주하게 된다그리고 이 사실을 모른 채 울리지 않는 전화를 바라보는 한 여인의 기다림과 비극적 사건을 마주한 청년 부모의 신음을 보게 된다그리고 장기이식 여부를 두고 쉽게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하는 유족들의 내적갈등과 이들의 결정을 침착하게 기다리는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의 절제마침내 장기이식이 결정된 후 청년의 장기를 적출하고 그 장기를 수혜자에게 이식하기까지 의료진의 분주한 움직임 등을 지켜보게 된다.

 

 

24시간이 모든 이야기는 만 하루정확히 24시간 동안 벌어진 이야기다사고는 아침에 났고구조대원의 연락을 받은 어머니가 병원에 도착한 건 정오가 다 되어서다의식도 감각도 없이 의료장비에 의지하는 생을 연명시킬 것인가아니면 이 상태를 죽음으로 받아들여 다른 이들의 삶을 연명시킬 것인가쉽게 대답할 수 없는 이 문제는그러나 고민할 시간을 오래 주지 않는다부모는 한 나절을 고민한 끝에 장기이식을 결정한다다음은 더 긴박하다공여자의 몸에서 적출한 심장은 보존되는 시간은 4시간그 안에 수혜자의 몸에 이식되어야 한다하지만 사고는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350km 떨어진 노르망디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났고수혜를 받을 이는 파리에 거주 중이다조바심이 드는 건심장을 운반하는 의료진만이 아니다객석에서도 같은 마음으로마음 졸이며 이 수술에 동참한다.

17이처럼 이 연극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한 줄 대사로 등장하는 장기 전문운송인까지 셈에 넣으면 모두 17명이다청년과 그의 애인부모코디네이터의사간호사 등등그리고 서술자성별과 연령이 다른 17명이 등장한다그리고 이 모든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배우 한 사람이다.

1결국은 하나로 수렴된다연극은 1인극으로배우로서는 고통스러운 작업이었을 것이다무엇보다 기댈 배우가 없다몸을 가릴 무대도 없다이 공연의 소품은 테이블과 의자가 단 둘뿐이다그런데 대사량은 방대하다방대할 뿐만 아니라생소한 용어들도 자주 등장한다생경한 지명다양한 인명전문 의학용어전문용어와 일상어가 혼재되어 있다어떤 문장은 현실적이고또 다른 문장은 문학적이다원작소설의 번역자 말을 옮기면“길게 이어지는 문장등과 짧은 호흡으로 끊어지는 문장들의 어지러운 갈마듦”이 이어진다.

그러면서 17명을 연기하는데강조하고픈 사실은 인물수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17명의 역할을 한 배우가 연기하면서 발생하는 어떤 감각이다각각 인물의 연령과 성격에 어울리는 17명의 배우들을 출연시켰다면극의 사실성의 확보에는 더 유리했을 것이다아무래도 혼자 모든 일물을 그려내기란 쉽지 않다그러나 1인극이라 더 유리한 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이 공연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하나의 역할에 밀착되지 않아 발생하는 거리가 존재하는데이 거리감으로 인해 오히려 여러 역할에 조금씩 마음을 내어둘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물론이 모든 게 가능했던 데에는 배우와 호흡을 맞춘 조명음향영상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이 지점에서 손상규와 윤나무를 비롯해원작자 마일리스 드 케랑갈번역자 임수현연출자 민새롬작곡가 박승원 등의 이름을 복기해 놓아야 할 것이다그 옆에 프로젝트그룹 일다와 우란문화재단도 함께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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