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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One Fine Day_뮤지컬 <아이다> 배우 정선아

One Fine Day

그녀는 곧잘 대화 중에 제가 잘 까먹어서요.”,”저 진짜 정신이 없죠?” 하며 까르르 웃곤 했다함께 있으면 덩달아 웃게 되고 긴가민가했던 것들도 맞장구치게 만드는 사람한남동 카페 안으로 부서지는 겨울 햇살은 눈부시게 빛났고맑게 웃는 정선아는 인디안 썸머처럼 따뜻했다
editor 이민정 photographer 장원석 stylist 조윤희 hair & make-up 재클린 place 그랜드뮤즈 


 

프릴 장식의 드레스는 앤아더스토리즈, 크리스털 귀고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드 립스틱이 유독 잘 어울리는 정선아는 붉은 입술만큼이나 폭발할 듯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는 열 살 된 반려견 볼프강을 껴안은 채 나무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오자 순식간에 공기의 색과 질감이 변해버린다늘상 보던 스태프들이지만 먼저 다가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걸고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에 감동하다 촬영할 옷들을 찬찬히 보며 작은 탄성을 지른다말로만 듣던 초긍정 에너자이저를 맞이한 순간은 정다운 우리 집처럼 화기애애했다여기에는 그녀가 상대의 긴장을 풀어주는 배려까지 겸비하고 있어서였을 테지만.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던 정선아는 2002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이래한뼘 한뼘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조금씩 생을 밀어내고 있을 뿐 아니라 길지 않은 한국의 뮤지컬 역사를 함께 쓰고 있는 중이다파워풀한 가창력자연스러운 무대 매너섬세한 감정으로 버무려진 그녀의 캐릭터는 언제나 생명력으로 꿈틀거렸고날카롭고 객관적인 관객들의 마음도 사르르 녹여냈다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그 어떤 곳보다 무대를 사랑하기 때문에여기까지 달려온 여정은 숨가팠지만 즐거웠다그녀는 테이블을 앞에 두고 인터뷰를 하는 이 시간 또한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제 <아이다공연의 반응이 엄청 좋았다고 들었습니다.
<아이다>는 매일 매일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어제는 막이 오르자마자 관객분들의 반응이 뜨거웠어요오랫동안 무대에 서니 객석에서 들려오는 박수 소리가 클 때와 잦아들 때의 차이관객들이 지금 어떤 느낌으로 보고 있는지어떤 부분에서 집중하고 있는지 피부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오늘처럼 공연을 하지 않는 날에는 주로 어떻게 지내나요.
암네리스의 분장이 정말 쎄요’. 얼굴에 금칠을 한 뒤 첫 장면을 하고 싹 다 지우고 또 칠하고를 여덟 번이나 반복하죠요즘 같은 날씨에는 피부가 찢어질 정도로 건조해져요피부에 숨통이 트이도록 관리받기도 하고 체력 유지가 중요하니 꼭 운동하러 가고 볼프강과 집 앞을 거닐기도 해요공연하는 날을 위해 몸을 사린다고 할까요사실 어렸을 때는 체력 하면 정선아라 할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 감기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걸 알았어요죽을 만큼 힘들 때도 있지만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마르지 않아요이제 무대 위에 책임감을 짊어지고 올라가야 할 나이가 됐고요인간인지라 컨디션이 나쁘면 두려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티 나지 않게 관객분들을 만날 수 있는 내공이 좀 생긴 것 같아요.
 
열정만으로 가질 수 없는 이 내공은 언제 생긴 걸까요.
2010년 <아이다>를 무려 3개월 동안 원캐스트로 한 적이 있어요자그마치 120회를 혼자 다 했죠배우들 사이에서도 센세이션한 일이었어요그땐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혼자 하는 게 두렵지도 않았고 별문제 없이 잘 마무리했어요그때 자신감도 붙었고 내공이 그때 많이 쌓이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런 <아이다>를 지금 세 번째 하고 있어요같은 역할을 하게 되면 전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암네리스가 생길 것 같아요.
정말 많아요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요같은 대사인데도 단어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서 콕 박혀요. 2막 때 이런 대사가 있어요. ‘라다메스가 왜 날 보러 오지 않는 걸까사흘 뒤면 우리 결혼식인데…’ 예전에는 왜 보러 오지 않지?’ 궁금해하는 투였다면 지금은 너무 슬퍼서 말을 내뱉기도 힘들어요암네리스의 넘버인 ‘I Know the Truth.’를 부를 때도 눈물을 참으며 부르죠신시 대표님도 이렇게 말씀하세요. ‘배우는 같은 작품을 두 번은 해야 깨달음이 생긴다한 번은 아쉬워.’ 저는 이번이 세 번째지만 네 번 하면 또 다른 깨달음이 생길 것 같아요.
 
저는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아름다운 사랑보다 암네리스의 사랑을 응원하는 쪽이에요실제 정선아가 암네리스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는 어땠을까 궁금해집니다.
예전에는 암네리스를 이해 못했어요평생 마음 바쳐 사랑했던 라다메스와 믿었던 친구인 아이다가 사랑을 나눈다고난 그걸 결혼식 하루 전에 알게 된다고어떻게 그 슬픔과 분노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지 상상이 안 됐어요근데 이번에는 달라요이제야 비로소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할까요제게 큰 아량이 생겨서 그런 건지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사랑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어요마지막에 두 사람을 한 무덤에 넣어서 죽이라’ 이 대사를 할 때 미움이 사라졌어요아름답게 보내주며 성숙해진 제 모습을 느낄 수 있었죠실제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사랑은 이유가 없잖아요소리 없이 찾아와 스며드는 거니까저는 놓아줄 것 같아요사랑은 손으로 움켜쥐면 쥘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버리는 거니까요. ‘물 흐르듯이가 제 인생 모토이기도 하고요.
 
인생에 도가 튼 사람으로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공연을 많이 하며 다른 사람의 삶을 살다 보니제 안에서 시시때때로 애늙은이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포근한 터틀넥스웨터는 온앤온, 후프 골드 귀고리는 H.r. 크리스털장식의 귀고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정선아가 나온 작품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위키드>의 글린다를 보면서 적잖이 놀랐습니다스스로를 내려놓더군요.
그래야 사랑 받는다는 걸 전 알고 있으니까요내려놓는 거 제가 참 잘합니다하하

무대 위에서의 완벽함을 위해 보통 무대 밖에서 경험을 쌓기 마련입니다배우 정선아의 경험은 무엇을 통해 얻어지나요.
여행이요몇 개원 동안 작품에 몰입하다가 마지막 공연까지 무사히 끝내면 배우들은 허무함을 느껴요다른 작품이 바로 들어가면 괜찮겠지만그렇지 않은 경우 며칠 동안 멍한 상태가 되죠저는 이때마다 여행을 떠나는 편이에요여행은 제 인생에서 뮤지컬만큼 뗄 수 없는 취미이자 저의 한 부분이에요더 큰 세계를 밝아보면서 진짜 내가 누군지 알게 되고 찾게 되거든요제가 뮤지컬 배우인지 아무도 관심이 없고공연 생각을 안 해도 되고다이어트나 목 관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요새로운 에너지로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로 충전이 되어 돌아오게 됩니다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냐만 저는 정말 여행을 좋아해서 죽기 전까지 전 세계를 다 가보고 싶어요.

여행지에서 공연 보나요?
왜 봐요?(웃음오히려 유럽에 가면 발레나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연극교회에서 하는 오페레타아프리카 아메리칸들이 부르는 가스펠 등을 보러 가요뮤지컬을 보면 갑자기 직업병이 발동하죠저 배우 긴장하고 있구나딴생각하는구나노래가 왜 이리 불안하지생각이 많아지니 불편할 수밖에요.

이런 얘기 늘상 듣겠지만 정말 밝으시네요대개 이런 분들이 속은 썩어 문드러져 있을 경우가 많죠.
사람은 동전의 양면처럼 밝기만 한 사람도 없고우울하기만 한 사람도 없어요그럼에도 저는 누구보다 밝은 편이에요물론 저에게도 슬픈 일걱정되는 일 있어요슬프지 않으려고 애쓰지도 않아요욱할 때도 있어요뒤끝이 없어서 그렇죠누구와 싸웠다는 기억조차 없어서 다음에 보면 안녕?” 반갑게 인사하죠상대는 저 사람 왜 저래?’하는 눈으로 쳐다보고요저는요일어날 일은 일어난다고 생각해요걱정도 습관이에요될 대로 되라모르겠다하고 그냥 넘겨버려요배우라는 직업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사는 터라 한없이 좋을 때가 있는 반면 무대에서 실수하거나 사적으로 잘못하면 엄청나게 비판받기도 해요다른 이의 눈을 신경 쓰면서 살아가기에 외로울 수 있는데그럼에도 저는 제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크게 무너지지 않아요극복도 빠른 편이고요제가 지닌 자존감 덕분인 것 같아요언젠가 우혁 오빠(민우혁 배우)가 그러더라고요. “정선아로 태어나는 것이 내 꿈이야.”

제작자 실장님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정선아는 개런티보다 작품이 먼저라고요배역이 들어왔을 때 선택 기준이 궁금해졌어요.
개런티로 선택한 적도 있어요.(웃음개런티는 저의 자존심일 수 있잖아요그러나 매번 중요한 게 아니에요저 역할을 내가 정말 하고 싶으면 하는 거예요저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 그저 직진하는 겁니다예전에 제가 부르고 싶은 작품음악에 신경 많이 써서 골랐어요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노래가 없으면 흥이 덜 나서 킬링 넘버라고 하는 매력적인 아리아가 있는 작품에 눈이 나곤 했죠이제는 대본을 더 많이 봐요. <킹키부츠>의 로렌은 제가 정말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경우에요주인공이지만 제 솔로는 달랑 하나인 데다 제 강점을 보여주는 노래도 아니거든요제가 성량이 커서 뭔가 시원하게 소리 질러 드려야 그래정선아는 저 맛이지” 관객들도 끄덕여주시는데 로렌은 정말 찐따처럼 보일 수 있는 신발 공장 직원이에요주인공이면서 앙상블이었죠그런데 배우들과 어우러지는 쾌감이 있는 거예요그때부터 연기적으로 재미있게 할 수 있는지전체적인 짜임새많은 메시지가 있는 작품을 고르는 편이에요.

포근한 터틀넥스웨터는 온앤온, 후프 골드 귀고리는 H.r. 크리스털장식의 귀고리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루 중 언제가 제일 좋은가요.
공연할 때가 제일 좋고 제일 행복해요쉬고 싶지 않아요.

공연 올라가기 5분 전에는 무슨 생각 하나요.
한참 수다 떨고 노래 연습하다 5분 전에는 조용히 기도합니다오늘도 즐겁게무사히 2시간 40분 동안 이 여정을 잘 마치게 해주세요그때는 또 컴다운이 되네요.

계속 뮤지컬만 고집할 건가요.
예전에는 한길만 걷는 게 좋아 보였어요난 뮤지컬만 할 거야이제는 다른 곳에 기웃하는 게 외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조정석 오빠김무열 오빠배해선 언니민우혁 오빠정영주 언니… 저는 방송에서 이들을 보면 너무 기뻐요제가 아직 자신 있고 행복한 곳은 무대 위인데 더 넓은 길을 걷고 있는 분들을 보면 더 응원하고 싶어져요예술은 다 통하더라고요어디서든 빛난다고 생각하니까 뮤지컬만 고집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사라졌어요.

중국에서 8개월 정도 있다가 <아이다하느라 들어오신 거죠하필 왜 중국이었나요.
중국어 공부를 좀 하고 있었어요. (왜요?) 남들 하니까사드 터져서 다들 돌아올 때였는데 신기하게도 그때 저는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중국 여행을 갔는데 영어를 해도 중국어로 대답하니 진짜 답답했거든요음식점 들어가 하나 달라고 했는데 열 개 싸주면서 돈 달라고 하더라고요이 나라 뭐지모험해 보고 싶었어요이 나라 뭐지가서 한 번 저는 내던져 보고 싶었어요이때 아니면 내가 언제 해하고 떠났습니다. <아이다끝나고 또 갈 예정입니다배웠는데 그새 또 많이 까먹었네요.

더블재킷은 대중소, 화이트 티셔츠는 앤아더스토리즈, 데님팬츠와 골드귀고리는 자라, 샌들은 랄프로렌 제품.

오늘 함께 촬영한 반려견 이름은 <모차르트때 만나서 이름이 볼프강이라고요.
네 맞아요제 강아지 풀네임이 아마데우스 볼프강이죠제게 처음 왔을 때 정말 작았어요얼마나 말썽을 피웠는지 같은 오피스텔에 살던 김호영 배우와 신영숙 배우에게 신세도 많이 졌죠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어릴 때 수의사랑 결혼하는 게 꿈이었어요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새로운 10년의 길목입니다. 2020년. 무슨 어릴 때 보면 SF 영화 제목 같지 않나요.
2020년이 쥐의 해더라고요저 혼자 나의 해~’라고 좋아하고 있어요새해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저도 궁금해요일단 2 23일까지 아무 탈 없이 공연이 끝내는 것이 연초 목표입니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모두에게 인정귀감사랑 받는 건 불가능해요저는 사실 큰 목표 같은 게 없어요지금처럼 솔직하고 셈하지 않고 즐겁게 사랑하면서 끝까지 이 일을 하고 싶어요지금 이대로의 정선아가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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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지면에 데뷔년도와 작품명 등이 잘못 표기되었습니다. 홈페이지 및 네이버 포스트에서는 정정된 버전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욱 꼼꼼히 확인하는 시어터플러스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