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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사랑을 담아 씁니다_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배우 강필석

사랑을 담아 씁니다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성장기다키다리 아저씨의 후원으로 대학에 가고 마침내 작가가 되는 제루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제루샤의 편지에 비로소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보고세상에 마음을 여는 제르비스 또한 훌쩍 자라나기 때문이다배우 강필석이 ‘시어터에서 이 따뜻한 성장기와 꼭 닮은 시를 읽어내려갔다.
editor 김은아 photographer 도진영


 

 

하재연 시인의 <우주적인 안녕수록작 중 우주적인 안녕을 읽은 소감이 궁금하다.
<키다리 아저씨>와 잘 어울리는 시라고 생각했다인연에 대한 시인데특히 후반부의 느낌이 제루샤와 제르비스의 관계를 떠올리게 만들었다한편으로는 모든 것이 너무 빨라져서 시에 담긴 사유와 사색을 음미하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어버린 것 같아서시를 낭독하는 것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번 시즌에 <키다리 아저씨>의 새로운 캐스트로 합류했다무대 오르기 전후로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나.

대본만 읽었을 때는 세련되고 멋있지만 심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연습에 들어갔더니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이 많았고오롯이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순간이 많았다첫 공연 때는 정말 예상치도 못한 데서 눈물이 막 흐르더라. ‘행복의 비밀이라는 넘버가 나올 때 그랬다그전까지는 가사가 좋다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날은 울컥했다단순한 진리단순한 문장이 담고 있는 큰 힘이 확 와닿았던 것 같다.

강필석의 제르비스는 어떤 인물인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결말이 갑작스럽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의 키스보다는 ‘…’으로 여운을 남겨뒀으면 어땠을까 싶었다그래서 관객들이 결말을 생뚱맞게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캐릭터를 재단했다제르비스가 어떤 편지에서 마음이 움직이고이전 모습과 갭을 가지게 되는지미묘하지만 잘 보일 수 있도록그는 제루샤의 편지로 인해 삶의 패턴이 송두리째 바뀐 사람이니까원작에는 제르비스의 태도는 드러나있지 않기 때문에 캐릭터를 만드는 데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재미있었다.

자극적이고 센 대학로 작품들 사이에서 <키다리 아저씨>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키다리 아저씨>는 가슴 따뜻한 성장 이야기지만아마 소설이 발표될 당시에는 굉장히 센세이션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무엇보다 여성이 서사를 끌어간다는 점에서그때로부터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헤쳐나가야 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관객분들도 이런 부분을 느끼시는 것 같다이런 작품들로 인해 사회가 조금씩 바뀐다고 생각한다배우로서는 넘치지 않아서 좋다무대에서 정말 즐겁고 행복하다자극적인 장치 없이도 세 시간을 쭉 갈 수 있는 것이 작품이 가진 힘이라고 본다고전이 괜히 고전이 아닌 것 같다.

 



뮤지컬은 제루샤의 편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평소 편지와 가까운 편인가.
배우라는 직업의 특성상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편지를 많이 받게 되는데편지를 읽는 시간이 참 좋다좋은 말을 많이 써주시기에 힘을 얻기도 하고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이런 영향으로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변해나가는 것 아닌가 싶다제루샤의 편지로 제르비스가 변했듯이 말이다얼마 전에는 <너를 위한 글자>를 함께 공연한 이정화 배우에게 편지를 받아 답장을 썼다메시지가 아니라 긴 편지를 쓴 건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힘들더라(웃음).

<너를 위한 글자>의 타자기, <키다리 아저씨>의 편지까지 올해 참여한 작품의 주요 소재로 아날로그적인 매체가 등장했다강필석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어떤 쪽에 가까운가.
아날로그적인 것에 끌린다촌스러운 것들대본을 태블릿 PC로 보는 배우들도 있는데 나는 무조건 종이로 뽑아서 손으로 필기해야 한다더 불편할지는 몰라도 더 익숙하다또 사진을 배워서 필름 카메라로 촬영을 하기도 했는데디지털 카메라는 살 생각도 한 적 없는 것을 보면 뭔가 거부감이 있나 보다핸드폰으로 찍으면 몰라도 디지털 카메라에는 마음이 안 간다최근에 다시 필름 카메라를 잡은 적이 있는데 현상해주는 곳을 찾기도 어렵더라그렇지만 요즘 LP를 찾는 사람이 다시 많아진 것처럼필름 카메라도 언젠가 유행이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
 

<詩語(시어)터>
시어터플러스와 혜화동의 시집전문서점 ‘위트 앤 시니컬’의 컬래버레이션 유튜브 프로젝트. 무대 위 공연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은 시를 배우의 목소리로 낭송합니다. 영상은 시어터플러스 유튜브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