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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일상의 영웅, 여자들_연극 <메리 제인>

일상의 영웅, 여자들

 

연극 <메리 제인>은 가장 보통의 여성들의 연대가 만들어내는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editor 김은아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인공 동백이는 아홉 살 아들과 함께 사는 싱글맘이다연고 없는 마을에 정착한 그는 작은 가게에서 두루치기를 팔며 생계를 꾸려가지만 벌이는 쌓이는 온갖 고지서를 간신히 해결하는 수준이고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쇄살인범이 그를 좇는다이 고단한 삶을 버틸 수 있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이웃이라는 동지다정확히는 같은 골목의 아주머니들비록 살갑고 살뜰한 보살핌은 아니고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처럼 버릴 바에는 누구라도 주는 게 낫다며 떡을 가져다주는 식이지만동백이는 말한다김치를 챙겨주는 덕분에  일상의 이웃은 그렇게 연대하는 동지가 된다.

영국 극작가 에이미 헤르조그의 연극 <메리 제인>에는 이러한 연대 고리가 더욱 선명하다주인공 메리 제인 역시 혼자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이지만어깨에 얹힌 짐은 동백이보다 무겁다그의 세 살 아들은 미숙아로 태어나 중증 뇌성마비를 앓으며 혼자 몸을 가누지도음식을 먹지도목소리를 내지도 못한다그러나 메리 제인은 분명 특별하다엄청난 비극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그 한 가운데에서도 긍정과 유머를 잃지 않는 그 자신과그의 고된 일상을 견딜 수 있도록 묵묵히 돕는 여성 여덟 명의 연대가 있기 때문이다메리 제인은 절망하지도슬퍼하지도분노하지도 않으며 지극히 아들을 사랑하며 웃음과 삶의 온기를 찾아 나간다.

연극 <메리 제인>은 극단 맨씨어터의 신작이다. 2017년 미국에서 초연한 따끈따끈한 신작을 이렇게 빨리 한국에서 만나게 된 데에는 극단 대표이자 연출가인 우현주의 결심이 결정적이었다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수작을 알아보는 뛰어난 선구안으로 인정받는 그는 대본을 처음 읽자마자 꼭 맨씨어터에서 올리겠다고 생각했다맨씨어터는 여성 대표를 중심으로 여성의 삶에 대해 적극적으로또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창작 집단전 출연진이 여성으로 꾸려져 있고여성의 삶과 여성들의 연대에 대해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 <메리 제인>은 그야말로 맨씨어터 스타일이었다.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메리 제인>에는 공연계의 내로라하는 여성 배우들이 모두 모여있다우현주 연출이 단숨에 <메리 제인>에 매료되었듯배우들 또한 우 연출과 작품의 의도에 적극 공감하며 흔쾌히 참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루디와 텐케이’ 역의 예수정·홍윤희를 비롯해 작품에서 주역을 맡아온 배우들을 조연으로 만날 수 있는 희귀한(?) 광경은 이 덕분이다최근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이봉련은 대본을 읽지도 않은 상태에서 우 연출에 대한 신뢰만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내왔다이들은 아파트 관리인부터 승려까지흔히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전형적인 모습에 갇혀있지 않은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한다작품은 결국 여성의 보편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인 관계로, 2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배우들은 연습실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꺼내놓는다고.

우 연출은 <메리 제인>을 이렇게 설명한다. “막이 내린 후 10분 울게 되는 작품이라고공연 안에서 신파로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자신의 인생을 그 이야기 안에서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자신의 인생 때문에 울게 될 거예요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에 대한 감동이라고 할까요.” 그가 관객들과 나누고자 했던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그렇기에 배우들에게는 연기하면서 울지 말라고 주문한다이 작품의 감동과 눈물은 관객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대신 연습장면을 지켜보는 순간만큼은 배우들이 눈물을 멈추지 못한다고. “공연계 관객 중 98%는 여성임에도 작품에서 여성 서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어요저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자 극단을 만들면서 지금까지 내내 고민해왔던 점입니다. <메리 제인>은 이 모든 조건이 그야말로 전부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여성 서사에 갈증을 느껴온 관객들에게 선물 같은 작품이기 되기를 희망합니다.” (우현주)

 ATTENTION PLEASE!
연극 <메리 제인>
기간 2019년 12월 7일-2020년 1월 19일
시간 평일 20:00 | 주말 14:30, 18:00
장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출연 이봉련, 임강희, 예수정, 홍윤희, 정재은, 이지하 외
가격 전석 5만원
문의 02-79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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