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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대학로의 정일우_연극 <엘리펀트송> 배우 정일우

대학로의 정일우

 

정일우가 연극 <엘리펀트 송>으로 꼭 10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다.
editor 김은아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해맑은 남고생, 백성들의 편에 서는 정의로운 의적, 무수리의 아들로 태어나 마침내 대권을 쟁취하는 서자. 이렇듯 줄곧 굳건한 심지를 가진 청년의 얼굴로 우리를 찾아왔던 배우 정일우가 올 겨울에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관객 앞에 선다. 연극 <엘리펀트 송>의 마이클을 통해서다. 자신의 병명을 숨기고 싶어하는 이 소년은 겉으로는 애써 당돌한 척 하지만 내면에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 같은 상처를 숨기고 있다. 실종된 의사를 찾기 위해 병원장 그린버그와 마이클이 이어가는 심리전은 결국 그의 상처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이번 작품은 2010년 한양레퍼토리와 함께한 연극 <뷰티풀 선데이> 이후 정일우의 오랜만의 대학로 복귀작이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더한다. 오랜만의 연극인 만큼 첫 연습이 긴장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러기에는 벌써 데뷔가 13년차”라는 답과 함께 띄우는 여유있는 웃음에서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마이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들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지난 연극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뷰티풀 선데이>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
<뷰티풀 선데이>는 제 연기의 전환점같은 작품이었다. 지금까지 연기를 해오는데 밑거름이 되었다고 할까. 이 작품 덕분에 배운 것도 많고 연기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당시에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고민이 많던 시기였다. 그런데 연극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을 해보니 희열도 느끼고 자신감도 얻었다. 연기가 훨씬 더 재미있어졌다.

첫 연극인 만큼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다.
같은 작품인데도 매일 다른 연기가 나온다는 것. 배우들의 컨디션은 물론이고 관객들 컨디션에 따라 공연이 달라진다는 것.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컷’ 없이 라이브로 한 번에 가야한다는 것도 물론 어려웠다. 그만큼 호흡이 길어야 하니까.

이후에 무대에 또 서고싶다는 생각은 없었나.
배우는 무대에 서야한다고 항상 생각한다. 그렇지만 군대도 다녀오고 계속 여러 작품으로 활동하느라 기회가 닿지 않았다. <엘리펀트 송>을 계기로 다시 무대에 돌아온 만큼 적어도 3년에 한 번씩은 무대에 서고 싶다.

왜 <엘리펀트 송>을 선택하게 되었나.
<엘리펀트 송> 초연 공연을 보았다. 당시 마이클 역을 맡았던 박은석 배우가 대학교 동기이자 굉장히 친한 형이다. 새롭고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우 자비에 돌란의 굉장한 팬이기 때문에 그가 마이클로 출연한 찰스 비나메 감독의 영화도 보았고. 그러면서 보면 볼수록 새로운 것이 발견되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다. 재연 때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아쉽게도 함께할 수 없었다. 군 복무하면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쌓였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마이클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정일우의 해석이 궁금하다.
사랑을 갈구하는 굉장히 안쓰러운 친구다.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지만 받지 못했던. 동시에 사람의 심리를 꿰뚫고, 가지고 놀 수 있는 똑똑하고 재능있는 친구이기도 하다. 아마 작품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마이클 천재성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베우 정일우는 결핍이라는 단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렇지 않다. 여섯 살 즈음 어머니가 공부를 위해 외국으로 가셔서 3년 넘게 떨어져 지냈던 적이 있다. 비록 어릴 때지만 엄마의 사랑을 그리워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물론 꼭 비슷한 경험이 있어야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이클에게는 공감대가 있는 만큼 이해의 폭이 깊지 않나 싶다.

<엘리펀트 송> 출연 배우들과는 이번 작품이 첫 작업이다. 처음 인사를 나누는 상견례 자리는 어땠나.
이석준 선배가 굉장히 유쾌하고 재미있게 이끌어가 주셔서 마음 편히 임할 수 있었다. 이전에 <엘리펀트 송>에 출연했던 배우도 있고 저와 같이 처음 참여하는 배우도 있는데 공통적으로 열정이 가득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트리플 캐스팅이라는 시스템이 처음인데, 긍정적으로 자극이 많이 된다. 강승호·곽동연 배우가 나이로는 동생이지만 배우는 점이 많다.

마이클과 심리적 줄다리기를 하는 그린버그 역 또한 트리플 캐스팅이다.  
이석준·고영빈·양승리 선배의 연기 스타일이 전부 다르다. 선배들과 호흡을 맞출 때 제 연기 또한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석준 선배와는 확실히 안정감이 생기고, 영빈 선배와는 조금 더 따뜻한 이야기가 되는 것 같다. 실제로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승리 선배와 할 때는 마이클이 그린버그를 가지고 논 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든다(웃음). 이런 차이가 이번 공연을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점이 아닌가 싶다.

연습을 위해 매일 대학로로 출근하는 것은 어떤가.
너무 좋다. <뷰티풀 선데이>를 하면서 느꼈지만 대학로만의 느낌이 있다. 공연을 보러오는 것도 좋아하고, 공연 후에 배우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아한다. 그런 것들이 대학로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요즘에는 매일 열 시간 넘게 연습을 하느라 체력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공연이 올라가고 나면 <엘리펀트 송> 배우들과도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개막 전까지는 작품에 집중하려고 한다.

마이클은 무대에 등장한 뒤 퇴장이 없다. 대사나 집중력에 대한 각오가 필요할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두렵다. 죽을 것 같다. 그런데 모든 배우가 같은 마음 아닐까. 철저한 준비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사는 잘 외우는 편이다. <뷰티풀 선데이>때도 대사를 틀린 적은 없었다. 다만 이번에는 마이클을 쉬지 않고 빠른 호흡으로 말하는 캐릭터로 설정했기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한다. 그린버그를 ‘요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대사 속도로 ‘밀당’을 하려고 생각 중이다.

첫 공연이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긴장이 되지는 않나.
첫 공연은 항상 가슴 터질 것 같은 그런 게 있다. 아무리 같은 무대에서 연습을 한다고 해도 객석에 관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라서 아직은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다. 빨리 관객을 만나고 싶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고. <뷰티풀 선데이> 때도 처음에는 많이 떨었는데, 관객과 호흡을 맞춰가는 것이 또 연극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ATTENTION PLEASE!
연극 <엘리펀트 송>
기간 2019년 11월 22일-2020년 2월 2일
시간 월,수,목,금 20:00 | 토,일 14:00 17:00
장소 예스24스테이지 3관
출연 정일우, 강승호, 곽동연, 이석준, 고영빈, 양승리 외
가격 전석 5만5천원
문의 02-3672-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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