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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박슬기의 타이틀_국립발레단 박슬기

박슬기의 타이틀

작품의 타이틀 롤을 도맡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슬기그러나 그는 간판 무용수보다는 믿을 수 있는 무용수로 불리기를 희망한다
editor 김은아photographer도진영

 


국립발레단의 창작발레 <호이 랑>은 대한제국 시대의 언론인 장지연이 엮은 열전 <일사유사>에 등장하는 효녀 부랑의 이야기를 예술적 상상력으로 무대 위에 펼쳐낸 작품이다그 중심에는 노쇠한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군에 들어가 반란군을 물리치는 이 있다그는 여타 발레 작품의 주인공들과는 다르다작품의 주 배경이 군대와 전쟁터인 만큼흔히 발레리나’ 하면 떠올리는 가볍고 하늘거리는 동작이 아닌 스테미너 넘치는 강인한 동작을 선보이기 때문이다동료 군인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해 훈련하는 장면전쟁의 격렬한 격투 장면과 더불어 20여명의 남성 무용수를 이끌고 군무를 선보이는 신 또한 랑의 꿋꿋한 에너지를 잘 드러낸다동시에 이 강인한 이면에 아버지를 향한 효심과 더불어 소녀의 순수함이 깃들어있는 복합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그만큼 랑을 맡은 무용수에게 높은 역량을 요구하는 셈이다.

지난 5국립발레단 창단 이래 처음으로 서울이 아닌 여수에서 신작을 초연한 <호이 랑>의 첫 공연 무대에는 수석무용수 박슬기가 올랐다어느덧 이름 앞에 국립발레단의 간판 무용수라는 타이틀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그는 안정적인 테크닉과 감정 표현을 선보이며 신작을 성공적으로 출항시켰다오는 11서울에서의 첫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박슬기를 만났다.
 
창작발레의 초연이라는 점에서 <호이 랑>의 첫 공연은 조금 더 긴장되었을 것 같다.
맞다여러 측면에서 새로운 도전이라 설렘과 불안이 공존했다시나리오무대 등 국립발레단과 새롭게 호흡을 맞추는 창작진들과 함께했고강효형 안무가 역시 이제 막 발을 뗀 신인이라고 할 수 있으니가다행히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주셨다공연 중에는 관객의 반응을 살필 겨를이 없었는데 끝나고 극장을 나설 때 많은 분들께서 밝은 표정으로 맞아주시기에 안심을 할 수 있었다.

<호이 랑>의 은 지금까지 맡아온 다른 작품들의 여자 캐릭터와는 사뭇 다르다.
그전에는 소품이라고 해도 부채처럼 가볍고 하늘하늘한 것이 전부였는데이번에는 활이나 검 같은 무거운 소품을 들고 동작을 해야 하기에 조금 고생을 했다특히 전쟁신훈련신에서는 넘치는 에너지를 보여주어야 하는데아무래도 남자 무용수들에 비해서는 힘이 부족하다 보니 절도 있는 동작에서 칼 끝이 흔들리더라보통 발레리나들은 팔보다는 다리 힘이 강한데이 작품에는 팔의 힘을 이용한 동작이 많아 상체 운동을 병행하며 준비했다또 연습하는 동안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았더니 많은 힘을 쏟지 않고도 절도 있는 동작을 만드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

액션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섬세한 묘사가 필요한 작품이다.
랑이 처한 상황이 상황인 만큼아버지를 향한 그리움 등의 감정이 있는데겉으로 표출하기보다는 속으로 앓거나 삭이는 것이 어울리는 캐릭터다한국인의 정서다운 부분이랄까그러나 랑의 슬픔이나 만감이 교차하는 감정이 관객에게는 분명 보여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표현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지난 초연에서 아쉬움이 남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난 공연 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았는데열심히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팔을 쓰는 장면이나 군무신에서 아직까지 어색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그런 부분을 보완하고 싶다. <호이 랑>은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해야 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 등을 하면서 체력적으로도 관리를 하고 있다그래도 한 번 참여해본 공연이기 때문에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호이 랑>은 국립발레단의 강효형 단원이 안무를 맡은 창작발레라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그렇다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강효형 단원의 작품이다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안무가와 주역 무용수들이 늦은 시간까지 연습실에 남아 의논하고 아이디어를 내면서 장면을 만들어나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안무가 아니라 감정적인 표현이 들어가야 하는 마임 부분에 있어서 직접 춤을 추는 사람의 입장에서 조언해줄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이를테면 전쟁 중 지휘관인 이 부상을 입어 의 호위를 받는데부하인 이 반역을 일으키는 장면그런 극적인 신에서 드라마를 좀 더 살릴 수 있는 부분을 함께 고민했던 것 같다.

무용수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강효형 안무가의 작품이 궁금하다.
강효형의 안무는 익사이팅하면서도 신선한 움직임을 잘 만들어내는 안무가다이번 작품에서도 이런 장점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 있다사냥개사슴 등 동물들이 등장하는 신인데그 움직임이 사실적이면서도 재미있다.

마찬가지로 안무작을 선보인 적이 있다. <콰르텟 오브 더 솔>과 <스몸비>라는 제목이었다
<KNB 무브먼트 시리즈무대를 통해 선보인 작품들이다안무가로서 작품을 성공시키겠다는 욕심보다는 새로운 도전이라는 부분에 방점을 찍고 임했던지라 만족스럽게 생각한다심지어 첫 작품을 만들고는 혼자 너무 잘 만든거 아닌가?’ 싶었다(웃음). 저는 작품에 메시지를 넣고 표현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또 에둘러 말하기보다는 단도직입적으로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다. ‘스몸비(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라는 사회적인 이슈를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관객들이 이런 의도를 알아주신 것 같아서 만족한다.

창작 과정에서 당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물론 창작의 고통도 있었지만나의 의도대로 무용수들의 표현이 완성되지 않을 때의 스트레스도 컸다저의 색을 무용수들에게 입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까하나 재미있던 건 무용수들이 자신의 개성에 따라 다르게 표현해내는데안무가인 나도 예상하지 못한 좋은 느낌이 날 때가 있더라그래서 무용수가 반이라는 말이 있구나 싶었다이러한 작업을 통해 안무가가 힘들고 고되다는 걸 알게 되었고그래서 <호이 랑>을 작업할 때 어떻게 하면 안무가를 더 잘 도와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 같다.

<호이 랑> 6개월만에 다시 한 번 공연하게 된다시간이 흐른 뒤 같은 작품을 다시 올리면 그 사이 자신의 성장을 확연히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불과 몇 년밖에 흐르지 않았는데도예전 공연 영상을 보면 나에게 무엇이 부족했는지 보인다. <백조의 호수같은 작품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백조는 매년 해도 쉬워지지 않는 작품인데손끝부터 발끝까지 신경써야 백조 특유의 예쁜 라인이 완성되기 때문이다그런데 예전에는 섬세함보다는 타고난 몸이나 에너지에 중점을 두었다는 느낌이 있다그래서 지난 9월 공연에서는 스토리텔링이 더 잘 전달되도록 디테일과 섬세한 면을 표현하는데 더 심혈을 기울였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국립발레단의 간판 무용수라고 불리기 시작했다책임감이 남다를 것 같다.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특히 김지영 선배의 퇴단 이후 여러 생각이 많다여성 무용수로서 유일무이하던 존재이자함께 발레단에서 생활하면서 가까이서 보고 배울 수 있던 분이었기 때문이다이제 그런 존재가 없으니 스스로 성장해나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동시에 제가 선배를 보고 배웠듯이후배에게 제가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잘 해야한다는 책임감도 크고타이틀을 고를 수 있다면 간판보다는 한결 같은 무용수’ ‘믿고보는 무용수라는 이름이 더 가지고 싶다.

무용수 박슬기가 아직도 성장해야하는 부분이 남아있나.
안 그래도 팬분들께서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라저는 잘해도 본전이라고하하예전에는 성장하는 단계였으니까 어느 정도만 보여드려도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지금은 내 역량의 거의 맥시멈에 와있는 단계다때문에 잘해도 기본이고조금만 부족하면 바로 표가 날 수밖에 없다그래서 이제는 누군가의 평가보다는 제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공연을 올리는 것에 목표를 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박슬기에게 만족스러운 공연은 어떤 공연인가.
테크닉에서 실수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정말 작품 안에 몰입한 공연. 2016년에 국립극장에서 올렸던 <스파르타쿠스>가 그런 공연으로 기억된다당시 예기나 역을 맡아 무대에 올랐는데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때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했던 것 같다덕분에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우수 여성 무용수 후보에도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ATTENTION PLEASE!
국립발레단 <호이 랑>
기간 2019년 11월 6일-11월 10일
시간 평일 19:30 | 주말 15:00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가격 1층석 5만원 | 2층석 3만원
문의 02-587-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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