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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Hedwig’s Style!_뮤지컬 <헤드윅> 채송화, 안현주 디자이너

Hedwig’s Style!

 

독 출신의 트랜스젠더 가수 헤드윅그의 정체성을 이루는 것들을 하나씩 떠올리다 보면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있다바로 화려한 가발과 메이크업그리고 의상이다웬만한 사람은 엄두도 내지 못할 번쩍이는 메이크업과 과장되게 부풀려진 가발우스꽝스러울 정도로 거추장스러운 모피 코트…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헤드윅의 상처와 슬픔고통을 숨겨주는 외피일 뿐이다그는 외로움이 깊어질수록 겉모습을 화려하게 치장해나간다.
뮤지컬 <헤드윅>의 분장팀과 의상팀은 이러한 캐릭터의 아픔을 아름다움으로 정교하게 세공해낸다. 2005년 한국 초연부터 작품의 의미를 구현하면서도 배우 개개인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비주얼 작업을 총감독해온 채송화 분장 디자이너안현주 의상 디자이너에게 2019년의 헤드윅 스타일에 대해 물었다.
editor 김은아photographer 구은영

 


Her face


올해 <헤드윅>의 포스터는 심플하다가발을 형상화한 일러스트만이 그려져 있을 뿐이다이처럼 과장된 컬로 잔뜩 부풀려진 금색의 가발은 곧 헤드윅을 상징하는 존재다실제로 가발은 프로덕션 과정에서 가장 먼저 준비를 시작하는 작업 중 하나다배우 개개인에게 어울리는 디자인을 고르고완벽하게 맞도록 머리의 본을 뜨고수작업으로 배우의 헤어라인을 따라 한 가닥 한 가닥 인조모()를 심는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만큼 제작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가발은 <헤드윅>이 공연되는 15년 동안 가장 많은 변화를 거친 분야기도 하다채송화 디자이너가 이끄는 분장팀의 노하우가 쌓인 것은 물론가발 제작 기술 또한 발전한 덕분이다특히 작품의 리뉴얼 버전인 <헤드윅:뉴메이크업(2016)> 공연부터 보다 다양한 시도를 엿볼 수 있다조승우가 착용한 장발 퍼머 가발이 대표적이다이는 분장팀과의 미팅에 많은 시안과 사진을 준비해오는 것으로 유명한 그의 아이디어였다고그라데이션 기법이 들어간 가발 또한 볼거리를 더해주는 요소다이번 시즌 오만석과 전동석의 가발은 각각 세 가지의 금색과 분홍색으로 만들어졌는데다른 톤의 색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헤드윅 분장팀만의 노하우다.

 



헤드윅의 메이크업은 무대 분장을 통틀어 가장 높은 난이도를 자랑한다매 공연의 메이크업에 소요되는 시간만 해도 최소 한 시간 이상이다강렬한 컬러와 반짝임으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총천연색의 메이크업에는 묘한 힘이 있다지금까지 경험할 일이 없었던 화려한 메이크업을 처음으로 받은 남자 배우들은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헤드윅의 마음가짐에 깊이 몰입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마치 메이크업이 주문이라도 건 것처럼이와 더불어 초연 때부터 전통처럼(?) 이어지는 배우들의 반응이 있으니엄마와 누나여동생까지 각자 자신의 여자 혈육을 보는 것 같다며 놀란다고.

 



분장팀은 이번 공연에서 메이크업은 디테일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헤드윅이 객석을 통해 처음 극장에 들어설 때와 공연 후반부에 카메라가 밀착해서 그의 얼굴을 비추기 때문이다채송화 디자이너는 객석 뒷줄에서는 디테일이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웠는데 영상을 통해 자세히 보여줄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특히 오프닝신에서 메이크업을 제대로 보고 나면 잔상이 남기 때문에 배우가 멀리 있어도 화장이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시즌 오만석의 메이크업에는 채송화 디자이너의 오랜 노하우가 집약되어 있다그간 블랙 스모키골드 등 어두운 피부톤과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받아온 오만석은 이번에 누구보다 화려한 색상에 도전했다언더라인을 그리는 글리터만 4가지 색이다이렇듯 화려한 메이크업과 검은 피부톤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하얀색 의상의 조화가 섹시함을 자아낸다는 것이 채 디자이너의 평가다과감하게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배우인 정문성은 검정과 회색으로 이어지는 그라데이션 메이크업은 핑크색 재킷과 세련된 조화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으로 처음 헤드윅 역에 도전하는 전동석은 눈썰미가 좋은 배우다열 다섯 종류가 넘는 인조 속눈썹 중에서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디자인을 단번에 골라낼 정도다눈꼬리로 갈수록 길어지고 깃털 장식까지 달린 속눈썹은 너무 과감한 모양이라 배우가 먼저 선택할 것이라고 디자이너도 생각하지 못했던 디자인이라고메이크업에서도 눈썹이나 입술 라인의 미세한 변화를 캐치하고 어느 편이 더 예쁜지를 분명하게 말한다고.

 


지금 막 패션지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는 평을 받은 윤소호는 열 개가 넘는 다양한 스타일의 가발을 모두 자신의 것처럼 찰떡같이 소화해 스태프들이 감탄했다다음 시즌에 참여한다면 시도해 볼 수 있는 가발이 많아 벌써부터 기대감을 자아낸다고에메랄드 컬러의 펑키 스타일 가발을 쓰고 걸어가는 뒷모습에는 오랜 시간 <헤드윅프로덕션을 함께해온 남자 스태프들 모두가 심쿵했다는 전언이다그는 메이크업 역시 핑크와 하늘색의 투톤 메이크업도 잘 소화해냈다.

이처럼 메이크업은 배우의 피부톤과 이미지개인의 취향까지 반영해 완성되기에 반복되거나 겹치지 않는다같은 배우라고 해도 시즌에 따라 다른 색과 디자인으로 변화를 준다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눈 앞머리의 부분에 굵은 은색 펄로 하이라이트를 주는 것이다. “<헤드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토미와의 사랑이야기 아닐까요헤드윅이 토미가 자신의 진정한 반쪽이었다고 고백하는 장면에서 조명을 받으면 은빛 글리터가 눈물처럼 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채송화)


 

 


Her body

 

<헤드윅>의 의상 디자이너 안현주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우가 무대의상을 내 옷이라고 느낄 정도로 편안하게 느끼는 것이다배우가 두 시간여 동안 무대를 혼자 이끌어가는 데다가의상 또한 단 두 벌(망토·코트 제외)밖에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배우와 끊임 없이 소통하고 개인적인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심지어 촉감을 느껴볼 수 있도록 의상을 제작하기 전 원단을 직접 만져보게도 한다. “무대의상 디자이너가 패션 디자이너와 다른 점이 바로 이 부분이죠배우가 의상을 정말 자신의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에 자신감이 달려있거든요다리를 찢는다거나 손을 번쩍 든다거나 하는 극 중에서의 동작까지 고려해 디자인에 반영합니다.”(안현주)

안현주 디자이너는 캐스팅이 결정되는 순간부터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나간다화장기 없는 맨 얼굴헤드윅 분장을 받은 화려한 얼굴 등 배우에게서 느껴지는 여러가지 이미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스타일과 컬러의 의상을 디자인한다그가 바라본 이번 시즌 배우들은 이렇다초연부터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오만석은 의상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취향이다컬러 선택이나 노출에 있어서 파격적이기 보다는 안전한 길을 선택하는 편이다그러나 이번 시즌에서는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어두운 피부톤과 상반되는 새하얀 색의 의상을 선택한 것. “10년 넘게 관객을 만나온 오드윅에 새로운 변화를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예요지금까지 만석씨의 의상 중 가장 세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파격적이고 과감한 시도를 즐기는 배우로 정문성을 꼽는다지난 시즌에 버건디 컬러의 의상을 소화했던 정문성은 이번 공연에서 보다 화려한 핑크색 컬러에 디자인적 요소가 더욱 풍성해진 재킷을 입는다. 1960년대 패션 아이콘인 트위기처럼 작고 마른 체구만이 줄 수 있는 섹시함을 상상하며 디자인했다는 설명한쪽 소매 밑의 금색 술은 배우의 동작에 하나의 포인트를 준다.

 



어떤 옷을 입혀도 잘 소화해낸다는 칭찬의 대상은 전동석이다큰 키와 또렷한 이목구비고운 피부는 여성의 옷을 소화하는데 적격이라는 것그는 전동석에게 도회적인 느낌을 부여하기 위해 블랙 컬러를 선택했다. 또 신체 노출이 부끄럽지만 한편으로는 도전하고 싶은 배우의 양가적인 마음을 캐치해 의상을 두 겹으로 디자인했다등장할 때는 블라우스처럼 보이지만공연 중반에 겉옷을 벗으면 피부가 훤히 비치는 시스루 의상으로 변신하는 것전동석은 발레리나의 토슈즈에서 영감을 받은 분홍색 끈의 컨버스 운동화를 신는다. “열의가 대단한 배우예요의상 스케치를 보내자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찾아와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안현주)

 

 

윤소호는 가장 어린 헤드윅답게 의상으로도 풋풋함을 표현한다데님 소재의 재킷에 스팽글을 달아 블링블링하면서도 귀여운 느낌을 주었다안에는 강렬한 레드 컬러의 탑을 받쳐입어 저돌적인 인상을 준다.
헤드윅의 의상 역시 15년간 다채로운 변화를 거듭해왔다초연에는 최대한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는 데 집중했다. “벨벳 드레스하이힐밍크 숄을 두른 자기 모습 상상만 해도 정말 죽여줄 것 같아라는 대사에 맞춰 벨벳 드레스 의상을 제작하는 방식으로이후 소재와 스타일에서 점차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헤드윅 스타일을 구축해나갔다그중에서도 안현주 디자이너가 꼽는 가장 혁신적인 의상은 2016년 공연에서 배우 조승우의 착장이다하얀색 면티에 짧은 데님 팬츠그리고 컨버스 운동화까지헤드윅의 의상으로는 다소 밋밋해보일 수 있는 차림이다. “<헤드윅>에서의 파격은 전형성을 벗어나는 데 있다고 생각했어요. ‘헤드윅이 이럴 수도 있구나를 보여주는 모습이랄까요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승우씨도 공감했고이렇게 스포티해도 되나 싶은 의상이 탄생했어요이때 처음 헤드윅이 하이힐을 버리고 스왈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장식한 스니커즈를 신었죠.” 이 공연을 기점으로 헤드윅의 의상이 보다 스타일리시한 톤으로 변화했고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헤드윅> 20주년, 30주년을 맞이할 때까지 헤드윅의 스타일에 새로움과 재미를 더하는 것그러면서도 작품의 가치를 오롯이 전달하는 것그것이 저의 숙제 아닐까요?”(안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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