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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Natural Born Sophie_배우 루나, 이수빈

Natural Born Sophie

루나와 수빈은 타고난 사랑스러움을 <맘마미아!>의 무대 위에 꺼내 놓는 일만 남았다.
editor 김은아 photographer 장원석


푸른 지중해 위의 작고 아름다운 섬. <맘마미아!>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소는 이토록 평화롭건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중년의 여성 도나 앞에 20년 전의 ‘구남친’ 세 명(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스쳤던)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도 모자라, 도나의 딸 소피의 아빠가 자신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이 막장 아닌 막장(?)의 연출가가 누구인가 했더니, 다름 아닌 소피다.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이 당돌한 아가씨는 자신의 삶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고 싶다며 아빠 후보들을 호출하고, 사랑과 꿈 사이에서 갈등하고, 엄마와 치열하게 싸우고 화해한다. 서투르게나마 자신이 벌여놓은 모든 일을 하나씩 매듭지어가던 그가 마침내 마지막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때 <맘마미아!> 역시 막을 내린다. 이것이 <맘마미아!>의 소피 역의 배우가 다른 캐릭터보다 특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극의 핵심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의 카리스마, 지중해의 햇살 아래 자라난 건강한 미소, 아무도 말릴 수 없는 당돌함과 명랑함을 모두 표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역대 최고의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2019년 <맘마미아!>의 소피 역에 낙점된 두 명, 루나와 이수빈은 이러한 에너지를 가진 배우다. 이들이 어떻게 창작진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짧은 시간의 인터뷰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부러 연기하지 않아도 이미 소피였던 두 배우의 이야기.

이번 역대 오디션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이 높았다고 하죠. 치열했던 오디션 당시의 기억부터 얘기해볼까요.

루나 잘한다는 배우들이 다 모여서 긴장을 더 했죠. 저는 2010년 <금발이 너무해>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을 때부터 꼭 하고 싶은 작품 일순위로 언제나 <맘마미아!>를 생각해왔어요. 뭘 시키시든 다 해내겠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오디션을 준비했어요. 연기나 노래는 물론이고 외모에서까지 제가 생각한 소피를 보여드리려고요. 머리를 탈색하고 메이크업도 시안을 찾아서 그대로 재현해갔죠.

수빈 그렇게 완벽한 모습으로 오디션장에 들어오는 언니를 보고 속으로 그랬어요. ‘아, 다 끝났다, 집에 가야겠다’(웃음).

루나 저야말로 수빈이를 보고 ‘올 게 왔다’ 싶었는걸요. <웃는 남자>에서도 그랬고 지난 작품들을 지켜보면서 뛰어난 배우라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동시에 오디션에서는 어떤 걸 보여줄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마침내 수빈이가 연기를 시작하는데 느낌이 왔죠. ‘이 친구, 진짜 소피다’. 합격한 뒤에 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 신기했죠.

이렇게 꼼꼼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당황하게 만든 어려운 과제가 있었나요?

루나 즉석에서 디렉션을 주셨는데, 이전에는 즉흥연기를 해볼 기회가 없어서 어려웠죠. 가장 당황했던 순간은 ‘애교를 다 빼고 연기해 보라’는 주문이었어요. 제가 워낙 애교가 많기도 하고, 소피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라서 애교스럽게 대사를 쳤나 봐요. 그런데 애교를 빼라고 하니 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감이 안 오더라고요. 결국 선머슴처럼 대사를 읊었죠.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하셔서 또 한 번 ‘멘붕’이었죠. 처음부터 끝까지 다 꼬이더라고요. 그게 참 어려웠어요.

수빈 <맘마미아!>가 보는 것과 하는 것의 차이가 정말 큰 작품인 것 같아요. 저도 나름 생각했던 소피의 이미지대로 준비해 갔는데, 심사위원분들은 설정이 느껴지는 연기가 아니라 캐릭터가 배우에게 자연스럽게 묻어나오기를 원하셨어요. 볼 때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느껴져야 하지만 연기할 때는 의식하고 표현하면 안 되는 부분이 많아서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동안 쟁쟁한 배우들이 소피 역을 거쳐왔어요. 영화에서 소피 역을 맡았던 어맨다 사이프리드를 포함해서요. 이들과는 다른 자신의 소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은 없나요?

수빈 <맘마미아!>는 제가 ‘척’하거나 억지로 표현하려고 하면 역효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기 색이 나올 수밖에 없는 역할이에요. 당연히 역대 소피와 같을 수는 없죠. 언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품을 준비하는데, 같은 감정선이더라도 표현 방식은 정말 다르거든요. ‘루나 소피’ ‘수빈 소피’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할까요.

루나 소피는 ‘어떤 사람이야’하고 정의할 수 없는 캐릭터예요. 그런 점에서 이전까지 작품에서의 접근 방식과는 다르게 캐릭터를 만들고 있죠. 지금까지는 어떤 캐릭터에 다가갈 때 ‘루나가 깃들어있는 A’를 만들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순수하게 소피가 어떤 친구인지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도 연구 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소피랑 어느 정도 친해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루나 소피, 수빈 소피의 장점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 볼까요.

루나 일단 수빈이가 노래를 부르면 목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서 계속 듣고 싶어요. 제가 상상한 소피는 아름답지만 아름다운 척을 하지 않는, 그래서 자꾸만 보게 되는 친구거든요. 수빈이 목소리가 그래요. 그리고 나이는 세 살 어리지만 일찍 데뷔해서 뮤지컬에서는 저보다 한참 선배인데, 본받을 점이 정말 많아요. 작품에 접근할 때도 분석적이고, 아역배우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내공이 느껴져요. 아마 관객분들도 수빈 소피는 사랑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장담해요.

수빈 <맘마미아!>는 소피가 일으킨 문제들로 시작해서, 소피 덕분에 일이 마무리되며 막을 내리죠. 그래서 소피를 연기하는 배우는 이 흐름을 이끌어갈 에너지가 필수적인데, 언니는 그 힘을 가진 사람이에요. <금발이 너무해> 때부터 배우 루나의 공연을 다 챙겨봤는데, 그때마다 언니의 에너지가 정말 좋다고 생각했죠. 언니처럼 당당하게 등장인물들을, 또 관객들을 이끌어가는 그런 사람이 바로 소피거든요. 춤 한 동작을 춰도 자신만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죠.

자신과 소피와 닮은 부분을 발견하는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루나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 그리고 사람들을 정말 많이 사랑하고, 때로는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런 면은 소피와 제가 닮은 부분이에요. 물론 다른 점도 많죠. 일단 애교가 없다는 것. 조금… 아니, 사실 많이 힘들어요. 하하하.

수빈 저는 소피에게 대리만족(?)을 느낄 때가 있어요. 갓 스무 살을 넘긴 친구답게,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눈치 안 보고 지르는 면이 있거든요. 반면에 문화 차이에서 오는 힘듦이 있어요. 극 중에서 어른들에게 열쇠를 건넬 때 저도 모르게 두 손으로 공손히 드려서 연습실의 모든 사람이 빵 터진 적이 있어요. 소피라면 한 손으로 쿨하게 척 건네야 하는데. 이런 문화적인 차이에서 제 스스로를 더 깨나가야 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지금 이십 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두 분의 마음에 가장 와닿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수빈 소피와 엄마 도나와의 장면이요. 엄마에게 화를 내고, 다시 먼저 손을 내미는 장면들. 그 과정들이 저에게는 마음 깊이 와닿아요. 소피가 엄마의 일기장을 보면서 엄마의 젊은 날에 대해 알게 되고, 내 엄마이기 전에 한 사람이자 한 여자라는 걸 깨닫는 장면이 있어요. 저 역시 이 사실을 알게 된 지 얼마 안 되었거든요.

루나 2막 1장에 ‘Under Attack’이라는 곡이 있는데, 세 명의 아빠들, 약혼자, 엄마와의 갈등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소피의 마음을 표현한 장면이죠. 누구나 살면서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잖아요. 저 역시 지금이 그런 때인 것 같고요. ‘벼랑 끝에 선 기분’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어디로 갈지 모르겠고, 벌여놓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마음을 정말 소피답게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가사는 이렇게 처절한데 음악은 반대로 굉장히 신나서 더 인상적인 장면이기도 해요.

<맘마미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ABBA의 흥겨운 노래에 어울리는 신나는 춤이에요. 특히 소피는 앙상블을 이끌며 격렬한 안무를 소화해야 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나요?

루나 제가 보기와는 달리 저질체력이거든요? 이 작품을 시작한 지 몇 주 만에 체력이 장난 아니게 좋아졌어요. 10층 정도는 가뿐히 계단으로 올라간다니까요. 신기한 게, 힘이 생기니까 덩달아서 깡이 세지더라고요. 체력적으로 받쳐줘서 그런지 새로운 도전에도 망설이지 않고 ‘일단 해보자!’ 하게 되더라고요. 이 에너지로 다음 앨범을 내면 댄스팀이 쓰러지는 거 아닌지 몰라요(웃음).

수빈씨는 <웃는 남자> <영웅>처럼 한동안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에 출연해온 만큼 이렇게 신나는 댄스신이 더욱 반가울 것 같아요.

수빈 네, 심지어 전 작품에서는 아예 잘 걷지도 않았다니까요. 눈이 안 보이는 역할이어서 거의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 다녔죠(웃음). 오랜만에 하루 종일 뛰어다니니까 좋아요. 무엇보다 제가 너무나 기다려왔던 섹시한 역할이라 좋아요! 소피에게는 섹시함이 있거든요. 여기서의 섹시함은 섹슈얼한 느낌이 아니라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묻어나오는 아름다움이죠. 소피는 눈빛으로도 스카이를 반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하고 싶어요.

두 사람은 연습이 끝나고 나서도 헤어지지 않는다면서요?

수빈 연습이 끝나면 서로의 집이든 다른 곳이든 함께 가서 저희끼리 연습을 해요. ’오늘 연습에서의 대사는 이런 느낌이었어’라면서 피드백도 주고받고, 연출님의 디렉션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도 해요.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는 언니와 이렇게 많이 얘기를 하게 될지는 몰랐는데, 언니와 같이 정답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요.

루나 다른 배우들과 함께하는 연습은 각자 준비하고 외워온 것을 현장에서 꺼내 놓고 부딪혀보는 시간이라서, 그곳에서의 연습을 다시 정리해볼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집에 가서 혼자 되새겨보려면 쉽지 않더라고요. 무엇보다 연기하는 제 모습을 저는 볼 수 없는데, 가까운 데서 봐줄 수 있는 친구가 있으니까 도움이 많이 돼요.

소피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뮤지컬 <맘마미아!>의 매력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루나 제목 그대로예요. 맘마미아! ‘오 마이 갓’인 거죠(웃음). 볼거리도 많고 스토리도 탄탄하고 넘버도 좋고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하니까요. 한국 정서와는 다른데도 공감 가는 부분이 많고요. 그리고 부모님·친구·연인까지, 누구와 함께 봐도 어색함 없이 볼 수 있는 것 역시 큰 장점이에요. 이것이 <맘마미아!>가 롱런하는 비결인 것 같아요. 연습하면서 “이게 원래 있었던 안무라고요? 이게 원래 있던 동선이라고요?”하면서 깜짝 놀라곤 하는데, 오래전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되었기 때문이죠.

수빈 보통의 작품들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하잖아요. 그런데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작품을 보면 나이별로 느끼는 감상이 다르죠. <맘마미아!>가 바로 그런 뮤지컬이에요. 언제 보느냐에 따라 같은 신에서도 들리는 대사가 다르고, 공감가는 인물이 달라요. 그래서 감히 뮤지컬계의 <어린 왕자>라고 말하고 싶어요. 나이별로, 연도별로 계속 보셔야 한다는 뜻이에요!(웃음)

Attention Please!

뮤지컬 <맘마미아!>

기간 2019년 7월 14일-9월 14일

시간 화,수,금 20:00 | 목 15:00 20:00 | 토,일 14:00 18:30

장소 LG아트센터

출연 최정원, 신영숙, 홍지민, 김영주, 루나, 이수빈 외

가격 VIP석 14만원 | R석 12만원 | S석 9만원 | A석 6만원

문의 02-577-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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