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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한여름 밤의 발레 축제 _무용수 김기완·홍향기

 

한여름 밤의 발레 축제

전세계에서 날아온 발레의 별들이 <Ballet of Summer Night>에 모인다.
editor 김은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절정 부분인 후반 20분은 라이브에이드(LIVE AID) 장면으로 채워진다. 퀸이 7만 명의 관객 앞에서 열정을 쏟아낸 이 공연은 이들 외에도 폴 매카트니, 마돈나, 엘튼 존, 에릭 클랩튼, U2,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한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역사적인 공연으로 회자되곤 한다.

오는 7월 열리는 발레 갈라 <Ballet of Summer Night>의 성격을 이해하려면 이 라이브 에이드를 떠올려보면 될 것 같다. 세계적인 발레계 스타들이 <스파르타쿠스> <라 바야데르>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지젤> <로미오와 줄리엣> 등 명작들의 주요 장면을 한 무대에서 펼쳐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갈라는 세계적인 발레단이 가진 다양한 스타일과 무용수들의 장점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공연보다 매력적이다.

이번 공연에 기대감을 더하는 것은 무엇보다 화려한 출연진이다. ‘무용수가 가장 닮고 싶어하는 무용수’로 꼽히는 마리아넬라 누녜즈(로열발레단), 무려 두 차례(2013·2019년)에 걸쳐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최고 남성 무용수 상을 수상한 로열발레단의 바딤 문타기로프, 발레 종주국인 러시아의 양대산맥인 마린스키와 볼쇼이 모두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예브게니아 오브라쵸바(볼쇼이발레단) 등 세계 무대에서 손꼽히는 발레 스타들이 총집합한다.

한국 출연진 역시 ‘국가대표’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무용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국립발레단의 김지영, 김기완, 이재우와 유니버설발레단의 홍향기 등 국내에서 활동하는 무용수는 물론, 헝가리 국립발레단의 김민정, 미국 보스턴발레단의 한서혜와 이수빈 등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이들도 출연한다. 특히 지난 6월 <지젤>을 통해 국립발레단을 퇴단하고 무용수 인생의 새로운 막을 시작한 김지영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팬들의 아쉬움을 달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빈사의 백조’, 후배 무용수인 이재우와 함께 <스파르타쿠스> 아다지오·<탈리스만>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완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홍향기는 이색적인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장을 역임한 김선희 교수가 예술감독을 맡아 공연을 진두지휘한다. 그는 높아진 한국 발레의 위상에 어울리는 발레 갈라 공연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 특히 대한민국 발레의 수준과 함께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에 부응하는 공연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 공연을 구성할 때 염두에 둔 것은 다양한 국가와 다양한 스타일의 공연을 선보임으로써 관객들에게 발레의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는 것. 더불어 세계적인 무용수들과 한 무대에 서는 한국 무용수들의 기량이 결코 모자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한국 발레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기를 희망했다. 이에 출연진을 선정하는데도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쳤다. “해외무용수의 경우 한국의 발레 팬들이 어떤 무용수를 만나고 싶어하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프로 무용수, 취미 발레인, 발레 전공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사전조사를 실시했죠. 국내무용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수’가 캐스팅 기준이었습니다. 발레계의 국보라고 생각하는 무용수 김지영부터 저의 제자들이자 지금은 한국 발레계를 이끌고 있는 무용수 김기완, 이재우, 홍향기 등이 그들입니다.”

김선희 예술감독은 <Ballet of Summer Night>를 일회성 공연이 아닌, 지속하는 기획공연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이 발레 갈라가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에 걸맞은 문화콘텐츠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내년 공연에는 올해보다 더욱 내공있는 무용수들이 캐스팅될 것입니다. 발레 관객들이 ‘올해는 과연 어떤 무용수들이 올까?’ 궁금해하고 7월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드는 공연이 되도록 발전시켜나가겠습니다.”

 

‘향기’로운 ‘기완’ _무용수 김기완·홍향기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무용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발레 갈라 <Ballet of Summer Night>에서도 발레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무대가 있다. 바로 한국 발레의 두 중심축,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들이 꾸미는 특별한 컬래버레이션 무대가 그것이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완과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홍향기는 이번 갈라에서 창작발레 <심청>의 하이라이트인 ‘문라이트 파드되’ 무대를 꾸민다. 두 발레단의 무용수가 함께 무대를 만드는 것은 199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 그야말로 ‘적과의 동침’이라 할 수 있는 작업인 만큼, 이들 사이에 혹 미묘한 경쟁심이 흐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잠시 머리를 스쳤다. 약속이라도 한 듯 상아색의 의상을 맞춰 입고 웃으며 약속 장소로 들어서는 김기완과 홍향기의 모습에 이내 날아가버렸지만.

이번 무대는 김기완으로부터 시작됐다. 갈라 출연 제의를 받은 그가 ‘어떤 파트너와 함께 서겠느냐’는 질문에 홍향기를 떠올린 것이다. “워낙 친한 친구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다른 발레단 소속이다보니 함께 무대에 설 기회가 없었거든요. 이럴 때 함께 춤을 춰보는 게 좋겠다 싶어 조심스럽게 연락했죠. 다행히 향기가 흔쾌히 응해줬어요.”(김기완) “기분이 좋았어요. 사실 갈라 일정이 발레단 정기공연일 코앞이라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으니까요. 그 길로 지도위원 선생님들께 허락을 구하러 갔죠.”(홍향기)

두 사람은 이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데 마음을 모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또 있었다. 이들이 속한 두 단체의 허가가 그것이었다. 정기공연을 불과 며칠 앞두고 외부 공연을 하는 것이나 타 발레단 무용수와 함께 무대를 꾸미는 것은 단체 입장에서 흔쾌히 그러마 하기는 어려운 조건이었다. 심지어 이들이 고른 안무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발레 <심청>의 파드되였으니. “좋아하는 작품이라 언젠가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제가 먼저 <심청>을 해보자고 제안하고는 ‘허락 좀 받아 달라’며 정작 짐은 향기에게 다 떠넘겼죠(웃음).” 홍향기는 최종 허가가 떨어지기까지 말 그대로 삼고초려의 과정을 거쳤다. “발레단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호소를 많이 했어요. 기완이 덕분에 큰 무대에 UBC 이름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니, 놓치고 싶지 않다고요. 세 번에 걸친 설득 끝에 결국 허락해 주셨죠.”

두 사람의 인연은 십대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향기가 선화예중, 김기완이 예원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이미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니까. “당시 예원과 선화가 ‘톱(top)’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때이니, 학교 1등은 당연히 알고 있었죠. 그게 바로 향기였어요. 콩쿠르에서 마주칠 때도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김기완) 그렇다면 홍향기가 기억하는 중학생 김기완은? “꼬마”라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당시만해도 키가 160cm가 채 되지 않았던, 홍향기보다 작고 마른 남학생이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진학 이후 그는 두세 달 발레를 쉬어야 했을 정도로 극심한 성장통을 앓으며 훌쩍 키가 컸고, 지금 우리가 아는 ‘훈남 무용수’로 거듭났지만.

이들이 지금처럼 가까워진 것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중이던 홍향기가 2년 후배인 김기완을 졸업작품의 파트너로 지목하면서부터였다. 이후 두 사람은 프로무대에 데뷔하면서 이런 저런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주고받으며 지금과 같은 ‘절친’이 되었다.

지켜봐온 세월이 긴 만큼, 서로의 장점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김기완이 정의하는 발레리나 홍향기는 ‘기본기가 탄탄한 무용수’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기본기를 쌓아온 사람에게만 할 수 있는 칭찬이죠. 향기는 중심이 잘 잡혀있고 테크닉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2인무를 출 때 남자 무용수를 편안하게 해줘요. 여기에 감정 표현까지 더해지니까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죠.“ 김기완이 고난도 테크닉으로 악명(?) 높은 희극 발레 <돈키호테>의 키트리 역을 소화하는 홍향기를 보며 느낀 감상이다. “저는 기완이가 출연하는 작품을 여러 편 보았는데 특히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인상 깊었어요. ‘기완이의 것’이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으니까요. 테크닉이 탄탄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연기로 극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것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안나 카레니나> 역시 기억에 남아요. 여자무용수가 마음 놓고 춤을 출 수 있도록 리드하더라고요. 그래서 파트너링이 까다로운 <심청>을 제안했을 때도 걱정하지 않았어요.”(홍향기)

이들이 갈라에서 선보일 <심청>의 문 파드되는 심청과 그를 왕비로 맞이한 왕이 달빛 아래에서 추는 2인무로, 남녀 무용수의 호흡이 특히 중요하다. 김기완은 문 파드되를 “음악과 안무의 조합이 잘 이뤄진, 밸런스가 아름다운 춤”이라고 말했다. 홍향기는 섬세한 감정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완성할 예정이다. “기완이와는 친한 친구지만, 무대에서만큼은 정말 사랑하는 사이처럼 보이고 싶어요. 심청과 왕이 처음 손길을 주고받는 순간의 떨림과 설렘을 잘 담아내야겠죠. 첫사랑의 풋풋하고 순수한 느낌을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어리지만은 않은, 그런 사랑을 그리고 싶어요.”

 

 

Attention, Please!

발레 <Ballet of Summer Night>

기간 2019년 7월 13일-7월 14일

시간 토 18:00ㅣ일 15:00

장소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가격 R석 18만원ㅣS석 15만원ㅣA석 12만원ㅣB석 7만원ㅣC석 4만원

문의 02-598-9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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