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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Kevin Kenner Only

누구의 협주자도 아닌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가 온다. editor 김은아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는 한국 관객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그는 2011년 평창대관령음악제를 통해 처음 내한한 이후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아 관객을 만났다. 주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함께였다.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듀오 무대를 장식한 이후, 정경화는 케빈 케너를 ‘음악적 동반자’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부르며 각별히 챙겼다. 정경화의 소개로, 쇼팽 콩쿠르를 앞두고 조성진에게 레슨을 해준 덕분에 생긴 ‘쇼팽 멘토’라는 별명 역시 케빈 케너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별명이다. 

그러나 여전히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는 낯설다. 오롯이 그의 피아노만을 감상하는 자리는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9년 동안 한국 관객을 만났지만 공식 리사이틀은 이제서야 두 번째라는 점만 봐도 그렇다. 그는 하이든, 쇼팽, 슈만, 파데레프스키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한 두 번째 리사이틀에 <유머레스크>라는 제목을 붙였다. 엄숙한, 고전적인, 낭만적인, 서정적인 등의 익숙한 형용사 대신 ‘유머러스한’이라는 의외의 단어를 꺼내 든 것이다. 그는 이번 무대를 통해 기발함과 놀라움, 혹은 위대함과 고통을 담은 복합적인 유머를 음악에서 발굴해낼 예정이다. 오롯이 그의 건반에 집중할 수 있는 무대를 앞두고 메일로 케빈 케너가 유머러스한 인사를 건네왔다.

그는 1990년 쇼팽 피아노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와 폴로네이즈상 수상,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3위, 영국 테렌스 저드 상까지 한 해에 굵직한 성적을 거두며 클래식계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협연해온 그는 쇼팽, 라벨, 슈만, 베토벤, 파데레프스키 등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을 레코딩했다. 그중에서도 쇼팽 음반은 폴란드 올해 최고음반상과 영국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되는 등 쇼팽 스페셜리스트다운 면모를 증명했다. 그는 영국 왕립음악원을 거쳐 현재 마이애미대학 프로스트음악원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쇼팽 콩쿠르와 부조니 콩쿠르를 포함한 세계적 권위의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Versatile Light


 
이번 리사이틀의 제목은 ‘유머레스크’다. 유머라니, 피아니스트의 리사이틀 주제로는 색다른 느낌이다.
유머는 예술의 위대한 주제 중 하나이자, 인간 정신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유머를 발견하지 못하는 사람은 인생에서 소중한 관점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리사이틀은 피아노 레퍼토리 속 유머를 탐구해보는 자리로, 이 시간이 관객들에게 약간의 위안을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충격적인 소식들이 뉴스에 넘쳐나는 요즘, 어느 때보다 삶의 밝은 면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음악과 유머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음악이 무엇인지, 유머 없는 삶-다시 말해, 지루하고 싱거운 날들-을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유머는 단지 코믹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유머는 우리의 다양한 감정을 더 완전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모든 감정의 근원이라고 할까. 우리가 음악에서 유머를 발견할 때, 우리는 모든 종류의 유머에 눈을 뜰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음악과 연주에서 유머는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는가. 
하이든의 피아노 소타나를 권해주고 싶다. 그의 음악이야말로 고전적인 유머를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든은 작곡을 시작한 초기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코믹 오페라를 작업했는데, 이를 통해 음악적으로 유머를 구현하는 법을 터득했다. 이를테면 갑작스러운 분위기의 전환이나 과장·아이러니를 표현하기 위한 수사적인 장치 같은 것들 말이다. 이것은 우리가 평소 대화할 때 유머를 구사하는 방식과 매우 닮아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뛰어난 유머감각의 예술가가 궁금하다. 
피아니스트이자 코미디언인 빅터 보르게(Victor Borge, 미국의 피아니스트로 피아노와 코미디가 결합된 공연을 선보였다)야말로 이 질문에 대한 명백한 답일 수 있다. 그러나 유머의 정의를 조금 더 넓힐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유머는 완전히 살아있는 감각, 그리고 자유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슈나벨(Artur Schnabel)이 베토벤 소나타를 연주한 음반을 추천하고 싶다. 베토벤은 그 자체로 유머의 대가이기도 하고. 

무대 위의 연주자가 아닌 공연장 밖의 케빈 케너는 유머러스한 사람인가.
음, 가족과 친구들이 종종 나를 비웃기는 하는데, 정작 내 농담에는 많이 웃지 않는다(웃음). 슈만이 사랑한 독일의 소설가 장 폴 리히터(Jean-Paul Richter)는 인간의 약점은 그 자체로 유머러스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자신의 약점에 대해 웃을 수 있는 것이야말로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웃을 일이 많은 것은 이런 이유겠지. 하하. 

연주자로서 중요하게 수행하는 자신만의 의식 또는 루틴이 있는가.
물론이다. 나는 쉽게 산만해지는 편이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한다. 다른 일상으로 머리가 복잡해지기 전에 말이다. 음악으로 하루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아주 멋진 일이기도 하다. 매일의 연습 과정에서 어떤 문제를 마주하고 이를 해결하는 작업 또한 나에게 성취감을 안겨주는 일이다. 이렇듯 일상에서의 체계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이야말로 무대 위에서 공연할 때 자유로워질 수 있는 비결이다. 

연주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 연습 외에 특별히 기울이는 노력이 있는가.
연주에 풍부하고 깊은 해석을 더하는 것은 창조적인 자극을 필요로 한다. 창조적이라는 것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패턴이나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그 의미를 찾아낸다는 뜻이다. 나는 문학과 역사, 철학, 예술 분야에 몰두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예상치 못했던 분야에서 음악과의 접점을 발견할 때가 있다. 실제로 음악을 연주할 때도 이러한 다양한 분야를 통해 쌓아둔 방대한 자료의 네트워크가 나에게 영감을 주곤 한다.

자신의 음악 세계를 잘 표현해줄 수 있는 핵심적인 한 키워드를 고른다면. 
나 스스로를 잘 분석하는 편이 아니라 고민되지만, 적어도 진실성이라는 단어 하나만큼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항상 작곡가와 청중에게, 그리고 내 자신에게 진실하기를 바란다. 피아노 앞에 앉은 연주자가 솔직하지 않으면 나는 금세 눈치챌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모방이나 계산이 없이 순수한 영혼이 깃들어있는 연주는 나에게 커다란 영감을 준다.

쇼팽 콩쿠르 입상 이후에도 쇼팽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 쇼팽 페스티벌 예술감독 등을 맡아왔다.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 타이틀은 내가 얼마나 쇼팽에 대해 조금 알고 있는지를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웃음). 그의 음악적인 정신을 연주에 담아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더불어, 어린 시절의 나를 매료시킨 작곡가가 쇼팽이라는 점이 행운이라고 느낀다. 연주자에게 쇼팽의 작품은 해석과 접근에 있어서 풍부한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쇼팽에 다가서는 작업은 싫증 날 틈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쇼팽은 나를 한 인간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쌍방향의 작업이다. 내가 연주자로서 나만의 감각에 따라 쇼팽의 곡을 완성했다면, 반대로 쇼팽 또한 나에게 말을 걸고,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이것이 연주자로서 느낀 보람 중의 하나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케빈 케너는 내 영혼의 동반자”라는 말에서 깊은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당신은 그를 어떻게 정의하겠는가.
우리 관계에 대해 그보다 더 좋은 말을 찾을 수 없다. 정경화와 함께 작업하고 공연할 때, 우리 듀오를 이끄는 어떤 영혼의 결합을 느낀다. 이것은 우리가 비슷하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조용하고 온화하다면, 정경화는 즉흥적이고, 활달하며 열려있다. 이렇게 다른 우리의 성격이 만나면 유니크한 어떤 것이 탄생한다. 우리의 듀오가 서로의 어떤 부분을 충족시킨다고 믿는다. 그 덕분에 나의 연주는 더 나아졌고, 나 역시 그에게 영감을 주기를 희망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는 그가 쇼팽 콩쿠르에 참가하기 전 레슨을 해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선생이자 쇼팽 콩쿠르 선배로서 그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조성진은 자신의 길을 착실히 밟아가는 중이다. 한 가지 확신하는 것은 그가 음악계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는 점이다. 나는 그에게서 예술에서의 완성을 성취하겠다는 강한 결의를 보았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2011년에 그의 가능성을 발견한 사람으로서, 그의 재능과 인내심이 위대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믿는다.

2011년 이후 여러 차례 한국 무대에 섰고, “한국 관객이 열정적”이라고 말했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전국의 무대를 여행하면서 한국 관객들로부터 매우 강렬한 열정과 표현을 느낄 수 있었다. 연주자는 고립된 공간에서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이 아니다. 섬세한 연주자들은 관객의 소리와 반응에 귀 기울이고 그에 반응한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 관계가 비로소 하나의 공연을 완성하는 것이다. 내가 가장 즐겁고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한국에서의 무대를 떠올리는 것은 아마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케빈 케너에게 ‘좋은 연주’란 어떤 연주를 뜻하는가. 
18세기의 작곡가 카를 바흐가 썼던 글귀가 떠오르는데, 이것이 이상적인 공연에 대한 모범적인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음악가는 자신이 감동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움직일 수 없다.” 다른 관객들과 함께 홀에 앉아 있는 것처럼 나의 음악을 듣고 감동할 수 있을 때가 내게는 가장 보람 있는 경험이자 연주이다. 그 순간의 나는 음악을 청중들에게 전하기 위한 매개체일 뿐인 것처럼 느껴진다.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라는 이름 앞에 붙기를 희망하는 수식어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난 타이틀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언젠가 여동생이 내 묘비에 남길 글귀를 제안했던 것이 생각나는군. 케빈 케너, 아무도 모르지만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Kevin Kenner, the greatest pianist ‘never’ known!)

어떤 이유에서든, 특별한 공연으로 기억되는 무대가 있나.
물론. 그것도 여러 번 있다. 가장 소중한 기억 중 하나는 도쿄 스트링 과르텟과 함께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 참여해 브람스 피아노 퀸텟을 연주하던 때다. 2악장에서 음악이 이끄는 대로 나의 몸을 온전히 맡긴 무아지경의 상태를 정확히 체험했다. 연주가 끝나자 수많은 관객으로 찬 극장에서는 마주하기 힘든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가 관객들이 갑자기 꿈에서 깬 듯 폭발적인 함성을 보냈다. 그 순간은 나와 관객이 완전히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을 경험한 매우 특별한 순간이었다.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의 꿈은 무엇인가.
나는 이미 매일 꿈을 이루며 살고 있다. 나는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즉 음악을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축복받았다고 할 수 있다. 또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나의 지식을 차세대의 젊은 연주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나의 학생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날개를 다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보람을 느낀다. 
 


Attention Please!
<케빈 케너 피아노 리사이틀-유머레스크>
기간 2019년 7월 11일
시간 목 20:00
장소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가격 R석 7만원 | S석 5만원 | A석 3만원 
문의 070-7579-3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