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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원은 달린다_뮤지컬 <썸씽로튼> 펜타곤 여원

여원은 달린다

아이돌그룹 ‘펜타곤’의 리드보컬로, 드라마 주인공으로, 뮤지컬 <썸씽로튼>의 나이젤 바텀 역으로,
스스로의 표현에 따르면 그는 온종일 ‘소처럼’ 일하고 있다.
뭐 그리 열심히 사냐고 묻자, 아직 시작도 안했다고 말한다.
editor 이민정 photographer 김선진


뮤지컬 <썸씽로튼>의 홍보자료에 따르면 나이젤 바텀은 닉 바텀의 동생이자 열정 넘치는 극작가, 여성캐릭터인 포샤를 처음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는 세심하고 감성적인 로맨티스트다. ‘펜타곤’의 여원이 나이젤 캐릭터로 분할 거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세심하고 감성적인 로맨티스트’ 라는 문구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여원을 마주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콤함으로 중무장하고 있는 비주얼에 깜짝 놀라고 마니까. 오후 3시에 마주한 그는 인터뷰가 끝나면 오늘 있을 무대를 위해 분장실로 향한다고 했다. 처음 올라가 보는 대형 뮤지컬 극장의 두 번째 무대. 긴장과 떨림보다는 기대하고 설레는 마음이더 크다는 그는 1시간 내내 뮤지컬에 대한 ‘깊고 큰 사랑’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공연에 오르기 전 5시간인데 꽤 여유로운 표정인걸요?
지난주 토요일 첫 번째 공연을 실수 없이 마쳤어요. 그런데 선배들이 두 번째 공연에서 실수가 더 많이 나온다고 얘기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어제 늦게까지 영상 모니터하고, 대본도 꼼꼼하게 다시 봤어요. 첫 번째 공연이라는 마음으로 올라가려 해요. 이 공연의 개인적인 목표가 끝날 때까지 실수 없이 하는 거라서요.

펜타곤은 팬들 사이에서도 ‘실력 좋은’ ‘열심히’라는 이미지가 강하거든요. 그럼에도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새롭게 도전한 이유가 뭔가요.
워낙 어릴 때부터 <노트르담 드 파리>, <지킬앤하이드>는 물론 소극장 뮤지컬과 연극을 좋아해서 많이 보러 다녔어요. 저는 드라마를 병행하고 있어서인지 뮤지컬을 할 기회가 좀처럼 없었는데 저희 팀에 뮤지컬 경험이 있는 진호 형이 있거든요. 군입대할 때 즈음, 좋은 작품이 있다고 얘기해줘서 운 좋게도 하게 됐죠. 데뷔작을 이렇게 큰 곳에서 대단하신 선생님, 대단하신 선배님들과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감개무량합니다.

이 작품은 대본 자체가 굉장히 탄탄하고 재미있어요. 대본 속에서 만난 나이젤 바텀이라는 인물은 어떻던가요.
제가 이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선생님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는데 제가 만든 나이젤은 이래요. 일단 자기 일에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이고요. 조금 덜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천재성을 지닌데다, 그런 천재성이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중요한 순간에 드러나는 친구. 누구보다 진지하며 사랑하는 무언가가 생기면 형과 대립할 정도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같은 역을 맡은 임규형, 노윤, 곽동연 배우와 캐릭터에 대해 나눈 얘기들이 있나요.
두 달 동안 저희 넷은 형제처럼 살았어요. 혼자 머리 싸매고 싸우는 것보다 머리가 4개면 더 좋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다양한 의견을 내고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추려놓은 것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선생님께 컨펌받으면서 계속 수정을 거친 뒤 완성된 대본이 나왔어요. 신기한 건 그럼에도 4명의 나이젤이 다 다르다는 거예요. 저희 중 맏형인 규형이 형이 가장 귀여운 나이젤, 연기를 오랫동안 한 동연이는 배테랑 나이젤, 피지컬이 좋은 윤이형은 남성미가 넘치는 나이젤….

여원의 나이젤은 어떤가요.
조연출 선생님께서 한 번은 제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원작의 나이젤과 가깝다고요. 원작은 코믹스러운 부분이 강한데, 저는 그 부분을 살리고 싶었거든요.

나이젤이 쉽지 않은 역할이긴 하죠. 첫공에 들어가면서 두려움이 컸나요, 자신감이 컸나요.
두렵지도, 자신감이 넘치지도 않았어요. 굉장히 설레었으니까. 펜타곤으로 활동하지만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것도 엄청 재밌거든요. 심지어 여장남자 역할을 할 때도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걸 시도하는 자체를 즐기는 편이고, 했는데 잘 못하면 ‘혼나고 고치면 되지’ 이런 생각이에요. 일단 열심히 하는 거죠.

지난 달 저희 책 표지가 이 작품의 주역인 서은광 배우였어요. 같은 소속사이기도 한데, 조언과 도움을 받고 있나요.
은광이 형은 정말 천사예요. 제가 워낙 부족하니까 처음부터 피드백을 부탁했거든요. 연습할 때마다 이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게 더좋지 않을까, 여기는 좋으니까 더 살려도 될 것 같다, 이런 식으로 계속 말씀해주세요. 본인도 연습하느라 땀에 푹 젖어 있는데도 쉬는 시간을 쪼개서 하나하나 설명해주는데, 진짜 큰 도움이 됐어요.

알다시피 작품의 스태프들이 이 분야에서 손에 꼽는 분들이잖아요. 연습하는 동안 인상 깊었던 일이 있었나요.
연습 시간 자체가 제게는 배움의 시간이었어요. 전 세 분이 기억에 가장 남아요. 이지나 연출님은 배우들이 보지 못하는 영역까지 꿰뚫고 있는 느낌이예요. 배우들은 자신의 캐릭터에 몰입해서 분석을 한 뒤 연기에 들어가지만 연출님은 르네상스 시대에 등장 하는 물건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까지 다 파악이 되어 있으세요. 한번은 이러셨어요. “이 시대에는 남자가 여장을 하는 것만으로도 사형이야. 그러니 이 사람이 여자 옷을 입고 나온 것 자체가 깜짝 놀랄 일이라고. 근데 너네는 놀라지도 않잖아.” 연출님의 디테일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리고 필석이 형님. 공연 한 달 전쯤 첫 런 스루 연습날이었어요. 그날 이미 모든 게 끝나 있는 거예요. 주인공 한 명이 30명을 이끌고 나가는 에너지를 전 그날 필석이 형님을 보고 깨달았어요. 저는 완전 팬이 됐고요, 형이라고 부를수 있는 게 영광이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마지막으로 마이클리 형님. 실력으로는 자타공인 최고라고 인정받는 분이잖아요. 연습실에서는 “마이 러브!”하면서 한 명 한 명 다 안아주시면서 챙겨줘요. 정말 사랑이 넘치는 분이세요. 저는 연습할 때마다 너무 좋아서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어요.

연기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저희가 사는 일상에서 필요 이상의 감정을 쓸 일이 거의 없지 않나요. 특별히 화가 나는 일도, 특별히 슬픈 일도 없는데 연기할 때는 순간적으로 몰입하니까 연기라는 틀 안에서 제가 실제로 겪고 있는 것만 같아요. 기쁜 장면에서 진짜 기쁘게 표현하고 힘든 장면에서는 힘든 것처럼 표현하니까.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들을 연기 속에서 느끼고 경험하니 더 재미있어요. 게다가 저는 평생 펜타곤 여원으로 살 수 있지만 그 외에 다른 누군가로 산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그 어떤 것보다 자극적인 일이에요. 그래서 몸이 닳고 닳아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를 때까지 연기는 꼭 하고 싶어요.

펜타곤의 리드보컬로서 부르는 노래와 뮤지컬 무대에서 부르는 노래는 발성 자체가 다르지 않나요.
리드미컬한 펜타곤의 노래를 부를 때는 연습생 때 불렀던 귀에 꽂히는 소리를 끄집어내는 편이고, 오히려 평소에는 뮤지컬 넘버를 부르면서 다니기 때문에 서로 부딪힌 적은 없어요. 매니저 형님이 가장 피해를 보고 계시죠. 운전하시는데 제가 옆에서 계속 뮤지컬 넘버를 부르니까요. 대기실에서도, 연습실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무대에서 가장 부르고 싶은 뮤지컬 넘버는 무언가요.
최근에 빠진 넘버는 <웃는 남자>의 ‘그 눈을 떠’와 <김종욱 찾기> 의 ‘좋은 사람’입니다. 최근 콘텐츠 촬영도 ‘좋은 사람’으로 했어요.

갑자기 플레이리스트 BGM이 궁금해졌어요.
어제 하루종일 ‘그 눈을 떠’만 들었어요. 음원이 없어서 유튜브에 ‘그 눈을 떠’를 검색하면 폴더를 만들 수 있게 저장기능이 있거든요. 박강현 선배님, 이석훈 선배님, <더블캐스팅>에 출연한 임규형, 박효신 선배님의 연습실 버전을 계속 반복하며 들었어요.

가장 서 보고 싶은 뮤지컬 무대는 무엇인가요.
<지킬앤하이드>와 <데스노트>요. 엘 역할은 진짜 해보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몸 좋은 남자들만 표지모델이 될 수 있는 잡지에 나왔더라고요. 도대체 몸은 언제 만들었나요.
저는 모든 스케줄이 끝나면 집에 도착하자마자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헬스장에 가요. 스케줄 끝나는 시간과 상관없이 어떤 날은 밤 10시, 어떤 날은 새벽 4시. (헬스장이 24시간 영업하나요?) 아니요. 밤 12시에 닫는데 사장님께 부탁했죠. 상황이 여의치 않는 날에는 운동한 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던 것처럼 깔끔하게 정리 하고 나올 테니 열쇠 좀 달라고요. 그 전에 6개월 동안 하루도 안빠지고 운동하는 걸 지켜보셔서 그런지 “그래, 너는 해라”하시더라고요.

운동하는 것도 재미있나요. 아니면 의무감인가요.
운동을 열심히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저희 멤버인 홍석이 형 때문이었어요. 잡지 촬영도 홍석이 형이 먼저예요. 형이 나온 거 보고 ‘나도 찍고 싶다’ 해서 엄청 노력했죠. 몸이 좋아서 생기는 장점은 많아요. 자신감이 높아지고, 땀 흘리면 살아있는 느낌도 들고요. 무엇보다 몸이 좋아야만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거든요. 좋은 배우가 되고 싶기 때문에 좀 더 노력해서 장점을 하나 더 만들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요.

잠이 없나요?
너~무 많아요.(웃음) 다만 요즘에는 자는 시간이 좀 아까워요. 잠은 다음날 스케줄이 지장 없을 정도로만 자고요, 나머지는 발전할 수 있는 시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이제 해뜨고 자는 게 일상이 되었는데, 괜찮아요.

여원이 평생 속해있을 ‘펜타곤’의 자랑을 한번 해볼까요.
정말 많아요. 열 가지로도 부족해요. 멤버들 모두 실력이 출중한 데다 욕심까지 많아요. 제가 참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잘하는 사람들이 만족할 줄을 몰라요. 끊임없이 바꾸고 더 좋은 것, 더 참신한 것, 더 멋있는 것을 무대가 끝나도 회의하고 또 준비해요. 이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모였는데 아쉬운 마음은 생기지 않겠다라는 마음이 들어요. 멤버 한 명 한 명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도 좋고요. 저희는 이제 티격태격조차 안해요. 눈빛, 아니 뒷모습만 봐도 어떤 컨디션인지 감이 오니까요. 이렇게 실력있는 멤버들 속에서 저는업혀간다고 할까요. 펜타곤에 속해있는 게 감사해요.

여원은 노력파인가요, 재주꾼인가요.
저는 이만큼 왔다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자신감은 있지만 출발선에서 이제 겨우 한발 뗀 느낌이거든요. 갈 길이 멀어요, 아주. 결승선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달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저는 재능이 많이 없어서 남들보다 무단히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잠자는 시간 조금 더 줄여서 뭔가 하는 거고요.

목표가 뚜렷할 것 같아요.
어떤 계기가 있어서 22살 때 구체적인 꿈을 세우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세부적인 단계를 세우기 시작했어요. 그중의 하나가 ‘음악방송 1등’과 ‘아이튠즈 차트에 2,30개국 이상 1등’ 하기입니다. 그리고 그 꿈이 이뤄진다면 더 큰 꿈을 꿀 거예요. 뮤지컬과 드라마에서는 몇 작품 이상 출연이 목표가 아니라, 실력으로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는 일. 지금은 역할을 주실 때 걱정과 함께 맡기시거든요. 모두가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필석이 형처럼, 저도 그 위치까지 꼭 가보고 싶습니다.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무단히 노력하는 거잖아요.
언젠가 인터뷰에서 게으르지 않게 일했던 것 같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실제 버거워서 죽을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거든요. 제가 체력이 좋아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지만 버거워서 죽을 것 같은 마음으로 일하고 싶어요. 다 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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