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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하는 마음_극단 <전원> 김상윤 연출·김태현 작가

창작하는 마음

성동문화재단의 청년예술활동 지원사업인 ‘청년예술활(活)성동’의 두 번째 주인공은 극단 <전원>.
<파노플리>, <선긋기>,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등의 창작극을 선보이던 이들은
최근 바리데기 설화를 바탕으로 한 어린이창작극 <바리가 바라는 세상>을 지역 사회에 선보였다.
김상윤 연출과 김태현 작가를 만나 작품과 극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editor 이민정 photographer 나혜인


극단 <전원>의 김태현 작가
성동문화재단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김태현 ‘청년예술활(活)’이라는 지원 사업에 지원했다가 면접에서 떨어져서 아쉬워하던 와중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셨어요. 작품 활동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기회를 놓칠 수 없죠.(웃음) 다만 저희는 이머시브(참여 향) 연극으로 지원을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어린이극으로 찾아가는 연극을 선보였 습니다.

오래되진 않았지만 극단 <전원>의 역사가 꽤 깊더라고요.
김상윤 <전원>은 86년도에 중앙대학교를 졸업하신 분들이 만든 극단인데, 대표님이 저희 학교 교수님이셨어요. 교수직을 맡으면서 극단은 사라지게 됐고요. 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이름만 존재하는 극단을 제가 졸업하면서, 2013년에 뜻이 조금 다른 <전원> 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전에는 자연과 관련된 ‘전원’이었다면 저희는 스위치를 뜻하는 ‘전원’으로, 언제나 온·오프(on·off)하고 다재다능하게 어울릴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찾아가는 어린이극 <바리가 바라는 세상>은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김상윤 최초에 작가님과 기획했던 것은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을 대상으로 바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였어요. 크고 작은 문제에 직면하면서 어린이 대상으로 공연이 확정됐고, 작가님이 말씀하셨던 참여형 연극을 준비했지만 비대면 형식을 고민하다 그림자와 인형극 등의 소재를 활용한 공연으로 급하게 바꿨어요.

소규모로 선보였지만 반응은 좋았던 것 같아요.
김태현 네, 맞아요. 어린이 관객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주는 덕분에 저희가 그 에너지를 받아서 더 즐겁게 할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주로 썼던 작품들이 어둡고 우울한 느낌이었는데 어린이 극을 쓰게 되면서 저도 조금 활기차고 밝아졌다고 할까요.
김상윤 (웃음) 작가님은 진짜 철학적인 메시지가 강렬하신 분이세요.

<바리가 바라는 세상>이라는 작품 자체도 밝지만은 않잖아요.
김태현 바리데기 설화 자체가 어둡고 암울하죠. 지금 생각해도 ‘와, 이런 걸 어떻게 그 당시에 썼을까’할 만큼 버려진 아이가 아버지를 위해 지옥에 갔다가 그 지옥에서 여왕이 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예요. 어린이극으로 바꾸면서 처음 읽었을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보고 느끼게 됐어요. 버려진 바리데기가 지옥에 가서 귀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이 버려졌기 때문에 지옥에서 버려졌던 사람들의 마음을 아니까 위로를 해줘요. 실제 바리데기 설화에는 이 장면이 딱 한 줄이에요. ‘그 강을 건넜을 때 귀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저는 이 대목이 슬픈 위로라고 느껴졌어요. 어린이극으로 만들었지만 어른을 위한 극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소재인 것같아요.

극단 <전원>의 김상윤 연출
작가님과 연출님은 어떻게 처음 만나신 건가요.
김상윤 제 여자친구 동생이 서울예대 다니는데 어느 날 제게 그러더라고요. 학교에 엄청 특이한 작가가 있는데 한번 와서 보라고요. 그래서 갔죠. 공연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어요. 거의 사무엘 베케트!

두 분이 같이 부조리극을 하셔도 좋을 것 같은데….
김상윤 아마 부조리는 작가님이 물 만난 물고기처럼 쓰실 거예요. 일단은 드라마를 조금 하고 부조리는 비장의 카드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연극 <파노플리>,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선긋기> 모두 작가님 작품인가요?
김태현 네, 제 작품입니다. 그때 연출님께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보러 오셔서 인연이 됐죠.

쉽게 말해 먼저 연출님이 대시를 하신 거네요.
김상윤 그렇죠.

작가님은 연출님의 어떤 면이 끌리셨나요.
김태현 <사무엘 베케트> 3부작을 보러 갔는데 너무 재미있고 마음에 들어서 첫 제안에 ‘감사합니다’하고 작품을 다 드렸어요. 연출님은 저보다 나이가 3~4살 위인데도 항상 호칭을 작가님이라 해주시고, 어찌 보면 아직 등단을 안했는데도 기회를 많이 주세요. 늘 감사하죠.
김상윤 제가 하도 많이 바꿔 놓아서 작가님이 많이 힘드실 거예요. 연출가도 다 만들어놨는데 배우들끼리 연습하다 바꿔놓으면 뚜껑이 열리는 게 사실이거든요. 바리데기 작품도 그랬어요. 작품 자체가 너무 비극이라 5~7세들이 아닌, 중고등학생이나 성인에게 맞는 극이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계속 ‘재미있게’ ‘재미있게!’를 재차 부탁했어요.
김태현 쓰는 입장에서는 이런 의견들을 잘 모르잖아요. 쓰고 피드백이 오면 연출님이 균형의 추를 잘 맞춰주시는 편이예요. 제가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는 것을 반대편으로 이끌어주고 배우들의 피드백을 지혜롭게 전해주시니까 휘청휘청하면서도 앞으로 나아 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극단 <전원>이 바라는 이상은 무엇인가요.
김상윤 정치적인 색 없이 다재다능한 극단이 됐으면 좋겠어요.
김태현 창작극이 많은 극단이었으면 좋겠어요. 바리데기 같은 경우는 특별하지만 다른 고전설화는 가부장적이거나 현재 시대상이랑 맞지 않는 게 많거든요. 창작극을 많이 올려서 ‘아, 이건 우리들의 이야기다’라고 많은 이들과 함께 느꼈으면 좋겠어요.

연극인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너무 어렵잖아요. 그럼에도 이 길을 계속 걷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상윤 왜 힘든지에 대해서는 생각 안 해봤어요.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도 힘들어 하더라구요. 연극이 힘들다고 하는데 저희가 선택한 일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요. 저는 아버지가 배우여서 어릴 때부터 따라다니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만해야겠다 할 때쯤에 김태현 작가님을 만난 거예요.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라는 작가님의 대본을 보고, 제 표현으로 말하자면 맛이 간 사람을 만난 느낌이라(웃음), 많은 자극이 됐습니다. 알고 사랑하는 건 아니니까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연극을 사랑하니까 알게 되는것 같아요.

다양한 글의 장르 가운데 하필이면 무대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신 이유가 뭘까요.
김태현 제가 생각하기에 연극은 좀 더 자유로운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 쪽 공부도 했었는데 거기는 점 하나 쉼표 하나가 다 돈이더라구요. 1시간 혹은 정해진 시간 안에 해야하니까. 연극은 아무래도 그런 것 없이 배우가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면 더 지를 수있고,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도 눈치 주는 사람이 없어요. 물론 시나 소설도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겠지만 제가 써서 발표하면 끝이잖아요. 그런데 연극은 제가 쓰고 처음으로 연출님과 배우분들한테 보여주면 그것에 대한 반응이 보이니까, 그러다가 또 극장에서 관객들과 같이 공연을 보면서 그때의 반응도 확실하게 보이니까 실시간으로 전달이 되거든요. 저한테 많은 자극이 될 수밖에 없어요. 자유로운 동시에 살아있는 것 같다고 할까요.

최근에 본 작품 중에 인상 깊은 작품이 있나요.
김상윤 워낙 많은데 기억나는 건 <와이프>와 <리차드 3세>. 정말 멋있었습니다.
김태현 국립극단 유튜브로 박근형 연출님의 <페스트>를 인상 깊게 봤고요. 배삼식 작가님의 연극 <1945>는 너무 충격이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요
김상윤 저희가 이미 저질러 놓은 일이 많았는데 <파노플리> 이후에 조금 멈춰 있어요. 극단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연을 꾸준히 하고 싶고요. 저희 극단의 기획자를 한 번 찾아보려고 합니다.
김태현 개인적으로 신춘문예를 준비하고 있어요. 지금도 좋긴 한데 등단하는 것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다르기도 하고, 나름대로 당선되면 작가 인증서 같은 걸 받는 느낌이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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