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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NO LIMIT_안무가 임샛별

NO LIMIT

 

무용수를 넘어안무가로서도 인정받은 임샛별이 세상에 질문을 던진다당신은 진정 안녕하신가요.
editor 정연진 photographer 장호


 

국립현대무용단의 지속 가능한 무용 레퍼토리 발굴 프로젝트 <스텝업(STEP UP)>. 전문가 추천을 통해 무대에 오르게 된 안무가 임샛별의 <안녕하신가요>는 감정노동자의 감정을 표면으로 드러내 스페인 마스단자(MASDANZA) 현대무용대회에서 ‘안무가상을 받고체코·헝가리·이탈리아의 현대무용페스티벌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Hello>를 발전시킨 작품이다임샛별은 영국의 아크람 칸(Akram Khan) 무용단에서 약 3년간 무용수로 활동한 뒤, LDP 무용단에 입단해 무용수이자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사회적인 이슈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각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감정노동자의 외적 상태와 내적 심리를 현실적인 관점에서 표현하고감정을 매개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예술적 논의를 시도한다제한되고 위축된 감정의 재조직화와 감정노동에 대한 인식전환을 제시하며그 안에 내재돼 있는 젠더 계급적 분화저평가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 <안녕하신가요>. 세상의 춥고 어두운 면을 놓치지 않으려는 따뜻한 눈을 가진 안무가 임샛별을 만났다.
 
어떻게 무용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 몸이 좋지 않아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수영을 배웠어요수영을 하면서 점점 건강해졌고실력도 꽤 좋았죠그러다가 수중발레를 하게 됐어요춤선을 잘 표현하고 싶어서 발레 수업도 들었는데부모님께서는 너무 비전이 없는 것 같다며 걱정을 하셨어요사실 외국 선수들의 선천적인 신체조건을 따라갈 수 없잖아요몸도 마음도 힘들어져서 다 그만뒀다가발레 선생님의 제안으로 현대무용을 시작하게 됐어요중학생 때안이 다 보이는 문화센터 통유리 연습실에서 유치원생들이랑 같이 배웠죠당시에는 자존심이 상했는데 덕분에 얼른 잘하고 싶다는 압박감이 생겨서 빨리 늘었던 것 같아요.
 
현대무용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컸나봐요.
그냥 무용이 재미있었어요어렸을 때는 운동보다 쉬워서 마냥 좋았던 것 같긴 한데.(웃음수중발레는 숨 참는 것도 힘들고부력 때문에 정말 유연해야하거든요유연성을 기르는 과정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힘으로만 누르다보니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너무 아팠어요무용을 시작하고나서 충격 받았던 건 근육의 방향탄성과 호흡하는 법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스트레칭을 하니까 몸이 아프지 않다는 거였어요그래서 좀 더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던 것 같아요.
 
무용이 운명이라고 느꼈던 적이 있었나요.
저는 지금도 무용이 제 운명이라고 생각해요제가 다른 일을 할 때는 엄청 잘 까먹고 덤벙대거든요길치라서 내비게이션 없이는 운전을 못하고가끔은 집 비밀번호까지 잊을 정도예요.(웃음그런데 무용 관련된 것만큼은 사소한 것도 오래 기억해요스스로 떳떳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서 예민해진다고 할까요.
 
임샛별이 생각하는 무용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그 공간에 함께 존재해야만 느낄 수 있다는 거죠무용 작품이 10, 20년 길게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공연이 끝나면 그 작품이 날아갔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거든요그 시간에그곳에만 존재하고 사라진다는 사실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영국독일벨기에 등 해외에서 공연을 하는 동안 우리나라 무용 공연계와 다른 점을 느낀 적이 있나요.
무용수가 직업으로 인식되느냐에 대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해외에서는 무용수가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정해진 출퇴근 시간도 있는데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죠예를 들어무대에서 몸을 풀다보면 튀어나온 나사나 떨어진 테이프를 발견할 수 있잖아요우리나라에서는 무용수들이 직접 해결할 때가 많은데해외에서는 기술자들이 달려와서 우리가 해결할 테니당신은 춤만 추면 된다.”고 하더라고요제 몫과 역할에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점이 좋았어요.

 
M.net ‘댄싱9’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방송 이후 달라진 점이 있었나요.
현대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공연에도 전보다 많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해요좀 더 많은 분들께 현대무용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하지만 예술계에서는 너무 상업적인 것이 아니냐는 안 좋은 시선도 많았어요중간의 합의점을 찾는 게 어렵다는 걸 느꼈죠저는 예술가들이 방송에 진출하는 걸 좋게 생각하거든요대중들이 예술에 좀 더 쉽게 접근하고널리 알릴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으니까요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직업적인 무용수의 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고문화의 환경이나 시스템이 변화하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요.
 
무용수에서 안무가가 된다는 것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많이 부담스러워요무용수는 안무가의 의도나 지시에 따라서 창작을 해내면 되는데안무가는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가면서도 구성연출음악 등 신경 써야하는 부분들이 많잖아요부족한 안무가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었죠하지만 다른 것을 경험할 기회라고 생각했어요몸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무용수와 달리 안무가는 무대로 표현하는 거잖아요제 머릿속의 생각을 현실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죠.
 
안무를 맡은 <안녕하신가요>는 어떤 작품인가요.
어떤 행동이 반복될수록 그 의미가 많이 사라지게 되잖아요반복적인 행동에 감춰진 감정을 찾고어떤 감정을 숨기려고 그 동작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미를 찾는 작품이에요.
 
이번 작품처럼 여성 무용가들로만 구성된 공연의 장단점을 생각해본 적 있나요.
제가 여성들이랑만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고왜 여성들이랑만 하냐는 말을 많이 들어서 조심스러워요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에요분명히 장단점이 있고장점이 좀 더 많다고 생각할 뿐이죠저는 우리나라의 여성 무용수들이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고섬세하면서 세밀한 표현을 잘한다고 생각해요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남성 무용수처럼 남을 들 수 있는 힘이 있는 여성 무용수가 많지 않아서 큰 움직임이나 리프팅은 하기 힘들죠기능적으로 어려운 점은 인정하고다양한 것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신경 썼던 부분들은 어떤 것인가요.
이미 만들어져 있던 작품 <Hello>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작업이라서전체적인 구성의 흐름과 연결변화의 방향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기존에 했던 걸 과도하게 해체시키지 않는 선에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이 공연을 본 뒤에 관객들이 어떤 생각을 하길 바라나요.
작품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고우리 사회에 생각보다 많은 감정 노동자들이 있다는 걸 인식해주셨으면 좋겠어요무용이 사회적인 이슈에 개입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신다면 뿌듯할 것 같습니다.
 
작품에 대해 들었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공연 팸플릿을 보고 감정 노동 직업들을 찾아보게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보람 있었어요공연 의상이 유니폼을 연상시키는 흰색 옷인데일상의 소리를 표현한 음향과 잘 어우러져서 메시지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말도 좋았습니다아무래도 세심하게 신경 썼던 부분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면 제대로 전달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더 기억에 남더라고요.
 
영감을 얻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생각경험단어… 제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과 생활 속 사소한 감정들로부터 영감을 받아요미술음악 등 다양한 형태로 저한테 신호를 주고 있죠예를 들면 저는 어렸을 때부터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그렇게 제 마음을 건드리는 소재들을 머릿속에 많이 쌓아두고 있어요떨어지는 낙엽을 잡으면 그날의 날씨와 감정들이 떠오르는 것처럼 순간순간에 영감을 받아요제가 되게 감성적이라서 작은 것에도 의미를 많이 두는데그래서 일상의 모든 것들이 영감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다뤄보고 싶은 소재가 있나요.
성 상품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 공부를 했었는데관점들이 아주 다양하고 예민하다보니 조심스럽더라고요우리가 어디로 가기 위해서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고 싶어요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랑의 끝은 결혼이고공부의 끝은 교수가 되는 것이다.’ 같이 스스로 한계를 만드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그것이 끝인가무엇을 목적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임샛별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예비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너무 한 가지에만 몰두해서 열심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저는 너무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제가 영국 아크람 칸 무용단에 갈 때대학교 휴학을 하고 갔었어요저 스스로 생각이 넓어지고 많이 성장했다고 느끼면서 돌아왔거든요그런데 다시 학교에 갔더니 제 위치는 바닥이고 친구들은 이미 높이 올라가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사실 높이 올라간다고 해서 마음이 채워지고 지식이 쌓이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따라잡으려고 애쓰다 보니까 제가 좋지 않은 얘기를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힘들다쉬고 싶다시간이 없다… 물론 목적을 향해서 달려가는 것도 중요하지만자신을 버리면서까지 몰두하는 건 좋은 게 아닌 것 같아요마음의 여유를 갖고 주변도 좀 둘러보고 하고 있는 걸 즐기면서 하고 싶을 때 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미래를 꿈꾸나요.
미래의 제가 옛날이 좋았지.”하면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그래서 하루하루 시간을 충실히 보내려고 노력해요매일 현재의 저로서 만족하며 살면 미래의 저도 행복하지 않을까요.
 
 

ATTENTION, PLEASE
국립현대무용단 <STEP UP 스텝업>
기간 2020년 7월 10일-7월 12일
시간 19:30 금|15:00 19:00 토|15:00 일(온라인 생중계)
장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가격 전석 3만원
문의 02-3472-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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