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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GET READY_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GET READY

 

 

지난 2015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순례에 도전한다.
editor 정연진

 

 


ⓒKeunho Jung_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놀라운 집중력과 대담하고 안정된 연주유려한 테크닉을 보여주며 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바이올린 음악의 바이블로 꼽히며 까다롭기로 소문난 바흐와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두 작품의 전곡을 2회에 나눠 만날 수 있는 이번 공연 <SOLO>는 연주회 장소 하면 쉽게 떠오르는 대형 콘서트홀이 아닌 서울시 유형문화재인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과 역사와 문화를 담은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을 무대로 삼아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코로나19로 인해 고통 받는 이 시기에 인류의 문화유산인 음악의 의미를 되새기며 뜻 깊은 시간을 만들고 싶다는 임지영단순히 콩쿠르 우승자라는 수식어에 갇혀있기에는 너무나 아쉬운임지영만의 음악세계가 펼쳐진다.
 
한국예술영재교육원예원학교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 입학까지 클래식 연주자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는데바이올린을 처음 시작했던 때를 기억하나요.
부모님의 권유로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고선생님이 알려주신 것만 꾸역꾸역 연습해가는 평범한 7살 어린이였던 것 같아요부모님께서도 제가 음악에 남다른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어요바이올린을 전공하겠다고 했을 때도 네가 무엇을 선택하든 늘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책임감이 있어야한다.”는 마음가짐만 강조하셨죠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서 대단한 영재들을 보고 충격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그 친구들의 근처라도 따라가려면 연습만이 답이라는 생각으로 레퍼토리를 늘리고테크닉을 숙련하는 데 몰두하다보니 영재 입학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스스로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렇게까지 노력하지는 못했을 거예요부족함을 느껴서 늘 더 배우고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가 생각해도 무서울 만큼 치열하게 노력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하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을 빼놓을 수 없는데그 때를 생각하면 어떤 기억이 떠오르나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제가 모든 참가자들의 무대를 라이브로 챙겨보느라 밤낮이 바뀌었을 정도로 꿈의 무대이자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저 무대에 가볼 수는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교수님께서 먼저 참가 준비를 해보자고 말씀해주셨어요스무 살의 어린 나이였던 만큼 이 콩쿠르를 준비한다는 것현장에서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죠그래서 결과에 매달리기보다는 모든 무대에서 준비한 만큼 최선을 다해 연주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피말리는 대회에 참가해서 한 달 동안 긴장을 풀지 않고 무사히 끝마쳤다는 것준비한 곡들을 모두 연주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뻐서 결선 무대에서 마지막 음을 끝내는 순간 눈물이 터졌어요그 날 가장 감격스러웠던 기억은 제가 우승자로 호명되던 순간보다 연주를 마치던 순간이에요.
 
스무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한국인 최초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얻은 뒤에 무엇이 가장 많이 바뀌었나요.
누구에게나 졸업이라는 것이 주는 혼란스러움이 있잖아요콩쿠르에 참가했을 때 대학교 4학년이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대학원에 가야하나유학을 가야하나앞으로 무엇이 돼야하나…’ 그런데 콩쿠르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하나도 정해진 게 없었죠그러던 와중에 콩쿠르에서 우승을 하고연주자로서의 새로운 삶이 바로 시작된 거예요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었는데순식간에 연주자로 데뷔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변화였죠.
 
바흐와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순례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어렵기로 소문이 자자한 이 곡들로 공연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었나요.
저도 바흐나 이자이의 바이올린 무반주 작품들은 연륜이 필요한 대곡이라고 생각합니다평행적이면서도 수직적이고입체적인 음악이죠활은 어떤 속도로 어느 정도 양을 쓰고 얼마만큼의 무게를 실어서 어떤 소리를 낼 것인지비브라토는 어떻게 넣을 것인지 고민하고화성 진행을 분석하고음악적 스타일을 연구하고… 정말 많은 것을 고려해야하는 레퍼토리인 만큼 평생을 공부하고 연주해도 완성하기 힘든 과정이라고 생각해요그래서 오히려 그 어렵고 긴 과정의 첫걸음을 지금 떼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이 레퍼토리에 대한 경험이 많을수록 스스로에게 맞는 기법과 해석을 찾아 연주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이번 연주를 추진하게 됐습니다.
 
무반주 연주 공연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신경 쓰는 것들이 있다면요.
마라톤처럼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오롯이 혼자서 이끌어 가야 하기 때문에 평소와 다른 호흡과 체력 분배계획이 필요하죠악기와 활이 습도에 민감한데투명한 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을 때 무리하게 소리를 내려고 하면 몸에 힘이 들어가기 쉬워서 힘을 주지 않기 위해 신경 쓰고 있습니다.

ⓒKeunho Jung_뮤직앤아트컴퍼니 제공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홀을 공연 장소로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우선작곡된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음향적 특성을 고려했어요바흐가 이 곡들을 썼을 당시에는 성당작은 교회에서 연주회를 했기 때문에 규모 면에서도 시대적 배경에 적합하죠그리고 겹겹이 쌓이는 화성 진행이 많아서 어쿠스틱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했어요어쿠스틱만 적당해도 연주하기가 수월해지고 음악 자체에 집중할 수 있거든요바이올린은 울림이 적절하지 못할 경우에 프레이즈 처리나 아티큘레이션이 연주자가 의도하는 바와 전혀 다르게 전달될 수 있으니까요인류의 문화유산인 음악의 가치를 되돌아보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가 또 다른 문화유산인 역사적 건축물이 아닐까 생각했어요인류가 구축해온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보고 들으면 더 감동적이지 않을까요저도관객들도 내면에 몰입하고 성찰하면서 위대한 작품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SOLO I, II> 공연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어떤 것인가요.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이 시기에 살고 있는 연주자로서음악을 통해 희망을 전달해드리고 싶었어요고통과 외로움을 견디고 있는 많은 분들께 위안과 격려의 메시지를 드리기 위해다른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무대에 혼자 서서 바이올린 한 대만으로 전해야 하는 바흐와 이자이의 무반주 곡을 선택했습니다마음을 치유하는 음악의 힘으로 연주를 듣는 동안만이라도 평안함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공연에서 연주할 1717년 제작 스트라디바리 사세르노는 어떤가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 특전이었던 스트라디바리 허긴스 4년 동안 쓰다가 작년에 사세르노로 바꾸게 됐어요화려하고 밝은 소리를 내는 허긴스에 익숙해져서 처음 소리를 내보고는 생각보다 볼륨이 작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허긴스가 워낙 밝은 톤을 지녔고사세르노는 포근한 느낌을 주는 차분한 톤에 더 깊고 숙성된 소리를 내니까 대조가 됐던 거죠마침 제가 소리 톤을 조금 더 부드럽게 내보려고 시도를 하던 시기에 운명처럼 사세르노를 만나게 돼서 지금은 제게 딱 맞는 악기라고 생각해요.

연주가 끝난 뒤관객들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은가요.
제 음악이 위로와 힘이 됐다는 말수고 많았다는 말이 가장 듣고 싶어요특히 이번 연주는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음악을 통해 마음을 전하는 연주로 기획했고준비하면서 정말 많이 노력하고 고생했거든요.

추구하는 음악의 색깔은 어떤 것인가요.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른 것처럼신기하게도 연주자마다 가지고 있는 소리가 다르고 그건 어느 악기와 활을 쓰든 변하지 않더라고요소리는 공명뿐 아니라 그 울림이 전달하는 온도감정질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저는 최대한 작곡가나 시대에 맞춰서 소리를 내려고 하고피곤한 소리는 피하려고 해요가끔 감정이 앞서거나 왼손 운지와 오른손 활의 타이밍밸런스가 맞지 않을 때 음악이 피곤해지거든요저는 편안한 소리를 내는 것을 집중적으로 신경 써서 연주하려고 하고음악적인 흥미와 디테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2, 3의 임지영을 꿈꾸는 클래식 전공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클래식 전공자 분들의 엄청난 노력에 응원과 박수를 보냅니다저도 불과 몇 년 전까지 같은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 아주 잘 알고많은 고민을 해왔기에 더욱 열렬히 응원하고 싶어요가끔 좌절할 때도 분명히 있겠지만결국 꾸준히 노력하고 끝까지 버티는 사람에게는 답을 주더라고요부디 힘내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무대의 소중함을 절감했고연주자의 역할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됐어요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으며 불안한 이 시기에 음악이 에너지를 줄 수 있다고 믿고음악을 관객에게 전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연주자의 공연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와 함께하며 정신적인 위로와 기쁨이 됐던 음악을 전달하는 연주자로서사회에 역경과 고난이 찾아왔을 때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주는 것이 음악가의 중요한 사회적 역할 아닐까요제 연주를 통해 단 한 분이라도 고통을 잊고 마음에 평화와 안식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것이 연주자로서 저의 가장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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