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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위로를 담아_배우 오승훈

위로를 담아

셔터 소리를 쏟아내는 카메라와 눈부신 조명 앞에서 줄곧 강한 눈빛을 보여주던 그는 작품 이야기를 시작하자 아이처럼 좋아한다.

<베어 더 뮤지컬>의 피터로 찾아온 배우 오승훈.

editor 정연진 photographer 장호

 

 

배우 오승훈은 자신이 맡은 배역을 인연이라고 믿는다. 그는 많은 인연을 만났다. 어떤 이는 드라마 <피고인>의 김석, 또 어떤 이는 연극 <렛미인>의 오스카를 떠올릴 테지만, 연극 <에쿠우스>의 알런 스트랑, <M.Butterfly>의 송 릴링, <나쁜자석>의 고든, 영화 <메소드>의 영우, <괴물들>의 상철, <공수도>의 종구는 물론 광고, 뮤직비디오, 예능까지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가 스스로 역할을 맡는다가 아니라 담아낸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자신의 인연이 닿은 모든 것들로 인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에서는 성 정체성에 대한 죄의식이 있지만 자신의 사랑을 당당하게 밝히고 싶어하는 동성애자 피터로 분했다. 가톨릭 고등학교에서의 동성애, 청소년 임신, 마약 등 10대들의 고민과 방황을 그려낸 이야기에 푹 빠진 그는 새로운 인연이 된 캐릭터를 성실하게 담아내고있었다.
 

프로필에 2013년 데뷔라고 써 있던데 그 시절 얘기 먼저 해볼까요.
소속사 없이 독립영화를 찍을 때였어요. 동네 사진관에 가서 프로필 사진을 찍어 무작정 광고 회사에 보내다 보니 광고의 단역부터 시작하게 됐죠. 메이크업도 헤어도 혼자 다 했어요. 그때 사진 보면 웃기기도 하고,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나 싶어요. 천진난만했어요.
 
무대뽀정신 덕분에 광고에 이어 뮤직비디오, 영화, 예능, 드라마, 연극, 이제 뮤지컬까지 하게 됐잖아요. 어떤 장르가 가장 매력적인가요.
연극이나 뮤지컬은 무대에서 내려오기 전까지 그 인물의 삶을 살아보는 거잖아요.장면이 지나갈 때마다 온갖 감정들이 마음 속에 쌓여가면서 제가 그 인물이 되는 과정을 느낄 수 있는 게 매력적이에요. 제일 중요한 건 관객들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을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무대가 참 좋아요. 다른 장르를 많이 하게 되더라도 꼭 무대로 돌아올 거에요.
 
농구 예능 <버저비터>에서는 외모, 실력, 리더십까지 다 갖춘 주장으로 등장했어요. (그는 고등학생 때 부상으로 농구선수를 그만두게 됐다.)
농구 예능은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어요. 제게 농구라는 것 자체가 너무 큰 아픔으로 남아있었기 때문에 정말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버저비터>에서도 농구선수 시절처럼 주장이자 포인트 가드였는데 비록 방송이었지만 3개월 동안 선수 시절과 똑같이 연습하고 전지훈련 가고, 평소에도 팀원들을 리드하고 의견을 들어주고 팀을 이끌어서 우승까지 했어요. 어릴 때 10년 이상 품었던 꿈을 이룬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제 안에 있던 응어리, 미련, 아픔들이 한꺼번에 쓸려가는 느낌이었어요. 다시 한 번 성장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2016년에는 600:1의 경쟁률을 뚫고 연극 <렛미인>오스카역에 캐스팅 되었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아무것도 몰랐을 때였고 연기 오디션도 처음이었어요. 영화 <렛미인>에서 본 꼬마 아이가 정말 매력적이어서 오디션이라기보다는 그저 오스카같은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었죠. 영화 속 배경은 겨울이지만 그때는 여름이었어요. 저는 코듀로이 바지에 무스탕을 입고 방울 달린 털모자를 쓰고 장화까지 신은 채 오디션장에 갔어요. 그때 제가 얼마나 순수했냐면영화에서 오스카가 나무를 칼로 찌르는 장면이 있거든요. 대개는 빈손으로 마임을 하는데 저는 어색해서 못하겠더라고요. 진짜 칼은 위험하니까 뭘 들고 하지?’ 고민하다가 끝이 둥글고 뭉툭한 돈가스 칼이 집에 있길래 그걸 들고 가서 연기했죠. 또 다른 장면에서 오스카가 여자친구한테 바나나 젤리 먹을래?” 하면서 젤리를 내미는 장면이 있어요. 바나나 젤리를 사러 편의점에 갔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는 거에요. 문득 바나나 과자를 사가면 어떨까생각이 들어서 오디션장에 들고 갔죠. 바나나 과자를 꺼내면서 너 바나나 과자 먹을래?” 이렇게 대사를 바꿨어요. 감독님이 나중에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냥 오스카 같았다고. ‘하지 않는 마음을 알아보셨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어떤 오디션을 보든, 어떤 역할을 하든 순수한 마음이고 싶어요.
 
작품 속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영감을 얻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원작을 찾아봐요. 영어를 잘 못하더라도 보고 나면 아주 조금의 차이라도 있어요. 번역되기 전에 원작자가 의도했던 단어의 어감이나 뜻이 조금 다를 수 있잖아요. 영어와 한글이 아주 똑같이 표현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어는 한글로 쓰더라도 정확한 뜻을 알고, 어떤 걸 표현하려고 했는지 제 안에 담으면 표현되는 호흡은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오래 걸려요. 해석, 번역하는 게 힘든데도 그만큼 재미있어요.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이 초연부터 삼연까지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라 부담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니아층이 많다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작품 자체에 대한 무게감이 커요. 워낙 좋은 작품이고, 보면 볼수록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작품을 제 안에 담아서 잘 소화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베어 더 뮤지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위로. 제가 이 작품 덕분에 위로를 많이 받아요. 대본을 처음 읽을 때 엉엉 울었어요. 여기 나오는 친구들 다 예쁜 마음을 가졌지만, 우리 모두가 어렸을 때 마음 속에서 느꼈던 감정이나 혼란들을 겪고 있거든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제이슨과 나디아의 Plain Jane Fat Ass’는 저한테 특히 슬프게 느껴지는 넘버예요. 자신의 이야기,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속마음을 털어놓는 노래인데, 마음의 외로움이나 혼자만의 공허함이 저한테 훅 들어왔어요.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와 장면은 무엇인가요.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Are You There?’. 피터를 대표하는 넘버 중 하나죠. 노래하기도 어렵지만 넘버가 담고 있는 뜻 자체도 어려운 곡이에요. 피터의 가사들과 대사에 시적인 표현들이 많아요. 피터의 마음이 순수하고 예뻐서일 거예요. 하나하나 이해하고 파고드는 게 어렵지만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너무 좋아요. 2막에서는 외로운 피터가 수녀님으로부터 위로 받는 장면이 있어요. 떠올리기만 해도 슬퍼져요. 피터의 정체성이나 고민을 알게 된 수녀님은 괜찮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 그저 좀 다를 뿐이다.”라고 말해줘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저도 눈물이 났어요. 피터는 수녀님의 위로 덕분에 한 단계 성장하고 단단한 사람이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피터를 표현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정도를 지키되 진심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표현으로 인해 감정이 과해지지 않고, 기술로 인해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지금 그 상태를 정확히 담아내고 싶은 열망이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작품에 나오지 않는 피터의 삶을 고민해요. 피터가 제이슨을 만나기 전, 피터가 제이슨을 처음 만났을 때, 피터에게 제이슨은 어떤 존재가 됐을까, 천주교와 학교의 율법 안에서 제이슨을 순수한 사랑으로 당당하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가지기까지 피터가 사랑을 대하는 생각과 마음은 어떤 모양, 어떤 형태였을까피터는 사랑을 대하는 마음이 순수하고 예쁘지만 어쩌면 제이슨보다 단단하고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친구라고 생각해요. 나만을 바라보기보다 주변을 볼 줄 알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배려하고 양보할 줄 알잖아요.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인 동시에 깊고 단단한 생각과 마음을 가진 게 신기해요. 그래서 피터를 어떤 표현이나 방향에 갇히게 하고 싶지 않아요. 피터를 제 안에 정확하게, 오롯이 담을 거예요.
 
<베어 더 뮤지컬>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모든 배우들이 머리 싸매고 창작극 초연 준비하는 것처럼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관객 분들이 저처럼 위로를 받아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래서 살아나갈 힘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ATTENTION, PLEASE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기간 2020년 5월 29일-8월 23일
시간 20:00 화 ·목 ·금|16:00 20:00 수|15:00 19:00 토|14:00 18:00 일 ·공휴일, 월 공연 없음
장소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가격 R석 8만8천원|S석 6만6천원
문의 02-556-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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