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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플러스

친애하는, 우리_연극 <렁스> 배우 김동완·이진희

친애하는,
우리

 

 
연극무대에 처음 도전하는 김동완과 16년차 연극배우 이진희가 <렁스>로 만났다웃고떠들고찡그리고논쟁하고생각하고잠시 쉬고… 촬영장과 무대 위는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editor 이민정 photographer ROBIN KIM stylist 임수정 @A&(김동완), 김나현(이진희stylist assistant 이서아 @A& hair 양형심(yangyangsalon) makeup 김도연(yangyangsalon)


 

 

한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를 낳기 전에는 이렇게 썩은 세상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하다아이를 낳고 나면 친환경자동차로 바꿔야 하는지 일회용품을 좀 덜 써야하는지 생각하게 된다허나 어디까지나 아이가 겪을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지지구를 주인공으로 배려해서가 아니다아마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극 <렁스>의 남녀를 보면 뜨끔할 지 모르겠다때로는 서툴게 느껴지고 때로는 사랑스러운 이 커플은 개인이 선택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생명 탄생이라는 축복의 순간조차 지구 입장을 배려하니까선뜻 꺼내기 불편한 사회의 문제점을 꾸준하게 제기하는 영국 작가 던컨 맥밀란(Duncan Macmillan)의 대표작 <렁스>는 2011년 워싱턴 초연 이후 미국영국캐나다스위스벨기에슬로베니아필리핀홍콩아일랜드 등 전 세계에서 공연되고 있다대사량이 엄청난 2인극인데다 배경세트대도구소품의상 전환도 없이 오롯이 두 명의 배우가 작품 전체를 이끌고 가야 하는 터라 배우들의 볼멘소리는 연습실 밖까지 들릴 정도하지만 연극이 이 정도인 줄 몰랐다는 김동완과 관객들을 제대로 설득시킬 수 있는지 걱정이라는 이진희는 이미 연극적인 매력이 차고 넘치는 작품 속 남과 여로 물들어 있었다그 어떤 작품보다 푹 빠져서 공부했다는(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들과 연극에 대해사랑에 대해인생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흡사 웨딩촬영 같은 분위기였습니다촬영은 어땠나요?  
진희 작품을 위한 컨셉 사진이나 프로필 사진을 찍는 거 말고 이런 촬영은 처음이었어요모두들 편하게 해줘서 너무 감사해요.
동완 진희와 제가 이런 컨셉으로 많이 연습해서 그런지 정말 재밌었어요그리고 빈말이 아니라 의상헤어스타일 다 마음에 들어요.
 
<렁스대본을 읽었습니다독자의 눈으로 읽었을 때와 배우의 눈으로 다시 읽었을 때와 느낌이 다를 것 같았어요.
진희 처음에 읽을 때는 이게 뭐지?’ 당황스러웠어요대본의 형식을 파악하다가 내용을 놓칠 때도 있었죠환경에 대한 얘기가 확 하고 다가오다가 읽고 또 읽으니 여자와 남자의 인생이 올라오더라고요. ‘캐릭터화’ 되어 읽으면서 좋은 사람이고 싶고내가 아이를 낳아도 되는 사람인가 고민하는 남녀의 인생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연습한지 한달 조금 넘은 지금은 엄청 재미있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동완 전 사실 책이나 시나리오를 자세히 읽지 못하는 스타일이에요분석력이 떨어지거든요(웃음). 그런데 이 작품은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어요최근에 화두되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은 거에요입양환경 등 예민한 이슈들어찌 보면 아픈 상처들을 건드리는 거잖아요누구나 속으로 생각한 적은 있지만 미화시키지 않고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굉장히 기발했어요연극이 아니면 언제 우리가 이런 얘기들을 할 수 있겠어요.

 

 
이 작품을 선택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진희 2인극을 무대에서 하는 건 외로운 싸움이에요두렵고 기댈 곳이 없죠심지어 어떠한 소품과 장치도 없어서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작품이 가지고 있는 얘기를 함께 해보고 싶었어요. 2020년 우리나라에서 연극을 올리기에 꼭 필요한 작품일 거라 생각했고요지금 관객들이 고민하고 궁금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거라 믿었어요그때는 어떤 배우가 참여할지 몰랐는데 동완 배우라고 해서 놀랐어요.
동완 대본 자체에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지만 저는 무엇보다 연극이 하고 싶었어요누구나 하고 싶어하잖아요.
진희 연극을진짜?
동완 올라가서 반응이 좋지 않으면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무모한 스타일이라히말라야 가는 것과 비슷해요하지만 연극이 하고 싶었고 특히 <연극열전>의 작품은 좋은 극이면서 쉽지 않다고 알고 있어요연극계의 서울대 아닌가요?(웃음막연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대표님께서 이 대본을 주셨어요제가 하고 싶다고 먼저 프로포즈한 거에요.
 
말씀하셨듯 빈 공간인 무대에서 배경도구소품이 없으니 배우들에게 가혹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희 우리나라에서 할 때는 좀 다를 거라 생각했죠.(웃음설마 우리를 무대에서 외롭게 하겠어?했는데 연습할 때마다 소품이 하나씩 빠지더니 결국 우리만 덩그러니 남겨놓더라고요그래야 작품이 더 부각된다는 연출부의 판단이겠죠.
동완 제가 참 두려움을 안느껴요그런데 이 친구들이 두려워하는 걸 보니까 두려워지는 거에요노래 부를 때나 뮤지컬에서 큰 무대에 많이 서 봤지만 사실 관객은 잘 안보이잖아요이 작품은 굉장히 발가벗겨진 느낌이랄까요한번 무대에 들어오면 내려가지도 않을 뿐더러 우리도 서로 명확하게 안보여요그냥 이 안에서 말로 모든 걸 다 해야 해요.
 
배우로서 엄청난 도전이니 한층 성장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진희 제가 16년 정도 연극을 했는데 무대 위에서 버티는 걸 배우는 중이에요대사량도 많고 새로운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에요오빠가 언젠가 연극이 다 이런 건 아니지?” 물었는데 정말 처음이에요.
동완 다시는 연극을 못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이죠저는 저 멀리 히말라야가 보이면 그냥 가는 스타일이고진희는 히말라야 가려고 줄 서 있으면서 날씨위험 가능성장비 등을 섬세하게 체크하는 스타일이고저는 이 작품을 통해 분석력을 배우고 있어요분석 자체는 물론 분석을 해야 하는 이유까지요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굉장히 많은 시간을 쏟아내는 것연극이 이 정도인 줄은 몰랐어요.

 

 
박소영 연출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배우들과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연극을 만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어떤 논쟁들이 기억에 남나요.
동완 한두 개가 아니에요지금도 논쟁 중인 이슈도 있고요사실 저는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일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서 모든 서사에는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누군가 그런 게 어딨어말도 안돼!” 하면 그런 게 왜 없어?”라고 하죠하지만 무대 위에서 저처럼 하면 관객이 물음표를 가질 수 있잖아요연습시간이 마치 워크숍 혹은 수업시간 같아요철학에 대해 공부하고 작가 원문을 들고 영어 공부했다가 다시 환경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보고… 
진희 선과 악에 대한 얘기는 하루종일 했던 것 같아요좋은 사람이란 무언가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가누군가에게 그름이 누군가에게는 좋은 일이 될 수 있지 않는가그렇다면 작가의 생각은 어떠한가배우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제 생각에 대본은 둘 다 괜찮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그렇기 때문에 선택이 중요하다고동완 오빠는 대본을 보면서 자극적인가 적합한가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동완 보완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와 걷기로 했으면 상처에 식초를 뿌려가면서 해야 한다’ 사이의 고민이죠사랑받을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야 하는 데는 동감하는데 관객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작품 속의 여자와 남자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진희 내가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생각이 많고 또 솔직한 사람들입니다그런데 이게 성숙한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믿지만 미성숙하고 모순도 많으니까요.
동완 평소의 저와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복잡한 문제에 대해 늘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고… 작품 여자 주인공 같은 상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스트레스를 주는 여자는 아니지만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고경험도 있는 사람나는 심각하고 흥미를 가지게 되는 문제에 관심 없어 하는 상대를 만날 수는 없지 않을까요살아가는 지향점이 달라지니까.
진희 이 남자가 한심하고 철떡서니 없는 면도 있지만 여자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건 남자의 힘인 것 같아요여자가 쉼 없이 어떤 말을 해도 나 듣고 있어” “듣고 있어” 하니까요
 
결국 작품 속 남녀는 돌고 돌아 사랑으로 귀결됩니다그런데 실제 모든 문제들이 사랑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동완 저는 사랑보다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진희 아이를 낳아 키우는 동안 이미 지구는 망가졌고 숲이 없어지는 등 환경적으로 굉장히 비관적이에요. “우리만 남는 게 두려워라는 대사가 있듯 서로 의지해서 살아갑니다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치열한 문제도건드렸던 상처도 회복하지 못할 것 같아요.

주연 배우로서 관객에게 이 작품의 메시지를 꼭 얘기해야 한다면요?  
동완 서로 조심하느라 얘기하지 못했던 남자와 여자의 얘기들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하고 있어요지금은 세대간 갈등성별 갈등이 팽배한 시대잖아요이 작품에서는 성별간의 갈등을 얘기하는 지점들이 있어요물론 속시원히 해결해주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요시원하지도 않지만 답답하지도 않은 상황이라도 한번쯤 서로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또한 나는 좋은 사람일까 안 좋은 사람일까를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진희 여자 캐릭터가 기후학자에요기후학자들은 세상에 대해 비관적일 수밖에 없어요마지노선까지 온 거고 환경이 이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내 아이의 노년은 없는 심각한 문제가 코 앞에 와 버린 거죠여자는 아이를 갖는 게 이기적이라고 생각되지만 또 너무 갖고 싶어요내가 아이를 낳은 만한 사람인가 아닌가를 고민하는 동시에 낳을만한 확신을 갖고 싶어 증거를 찾고 유전자를 고민해요이러한 대화들을 보면서 좋은 사람에 대한 기준이 뭘까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동완 아이를 낳아서 안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공감해요지탄받을 만한 말일 수도 있는데 강아지를 길러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강아지를 길러 학대하고 유기하잖아요아이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이 작품을 연습하다 보면 나는 좋은 사람일까 아닐까를 배우 스스로 고민하게 될 것 같아요.
동완 성신여대에서 자율강좌를 한 적이 있어요제가 이런 질문을 던졌어요사기꾼의 필수 요소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사기를 잘 치는 줄 아나요연기뻔뻔함천박함그런데 이것들이 가장 닮아있는 게 배우에요저는 이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물어보죠나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제가 생각하기에 김동완은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좋은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뿐이죠.
진희 무슨 말이에요기준이 너무 높은 거 아녀요오빠 좋은 사람 맞아요(둘다 웃음저는 음… 제 기준으로 사악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저 사람 참 좋아하는 것도 제 판단이잖아요다른 사람이 제게도 좋은 사람이라는 판단을 안기고 싶어요종교성별계급장애 등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평소에도 노력하는 편이긴 한데스스로에게 하는 최면일지 몰라요. ‘나는 나쁜 사람은 아니다.’
동완 좋은 사람을 조심해라’ 이런 격언들 참 많죠.(웃음)
 
이 작품의 제목이 왜 렁스일까생각해 본 적 있어요
진희 왜 렁스여야 할까 생각했을 때 관통하는 대사가 있어요여자가 마구 대사를 쏟아내면 남자가 얘기해요. “숨쉬자” “잠깐 생각을 멈추고 숨셔.” 환경을 떠나서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인생의 여러 문제에 대해서 잠깐 생각을 멈추고 함께 숨쉬자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동완 산소를 공급하는 폐이자 생존을 위한 기본이잖아요평범하지만 반드시 가져가야 하는 필수인 것들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겠죠그런데 저 처음 이 제목 보고 혓바닥인 줄 알았어요.
진희 오빠그건 텅(tongue) 아냐?
동완 아그러네!
 

ATTENTION, PLEASE
연극 <렁스>
기간 2020년 5월 9일-7월 5일
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제작 (주)연극열전
문의 02-766-6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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