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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인생 사이_연극 <아트> 배우 이건명,박건형,이천희

예술과 인생 사이

 

 

연극 <아트>의 배우 이건명박건형이천희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그러나 결국 하나의 답을 향해 걷는 중이다.
editor 김은아 photographer ROBIN KIM stylist 김선미 hair 이선(더세컨makeup 이창은(더세컨)

 


이건명의 래글런 티셔츠는 87mm, 데님 점프슈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건형의 데님 트렌치 코트, 티셔츠와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데님 언밸런스 팬츠는 MMIC. 이천희의 데님 재킷과 팬츠, 티셔츠는 리바이스.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누군가는 예술이 세상을 구원한다고 했고누군가는 예술만이 우리네 잿빛 인생을 총천연색으로 칠할 수 있다고 했다이렇듯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존재라고 예술을 예찬해온 수천 년 전의 고대 철학자도불과 몇 십 년 전의 현대 미술가도 이 한 가지 효과(?)만큼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예술에는 인간의 밑바닥을 드러내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 말이다연극 <아트>의 세 남자가 그랬던 것처럼작품은 예술 작품 하나를 둘러싸고 벌이는 촌극이다. 15년간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이 돈독한 우정을 쌓아온 이들의 사이는 3억 원 짜리 그림 한 점의 등장과 함께 걷잡을 수 없는 균열을 일으킨다터무니없이 비싼 돈을 주고 산 친구의 허세를 견딜 수가 없어 비난을 퍼붓고(마크), 자신의 안목과 진심을 폄하하는 친구를 용서할 수 없는 그림의 주인은 친구의 아내마저 공격한다(세르주).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마음으로 이들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양보로 일관해온 친구는 바로 그 이유로 두 사람 모두에게 손가락질을 받는다(이반). 다 큰 남자들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겠다는 목표 하나만으로 단어 하나 하나 꼬투리를 잡고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광경은 그야말로 볼 만하다그러나 이 유치하고 이기적이고 열등감으로 가득 찬 볼썽사나운 모습을 마냥 남일처럼 웃어넘길 수 없는 것은 셋 중 누군가에게혹은 세 명 모두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트>의 배우 배우 이건명박건형이천희 역시 캐릭터 안에서 자신도 몰랐던 스스로의 민낯을 발견해내는 중이다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철들지 않는 마음 한 구석의 소년으로 분한 듯한 발랄한 차림의 세 남자는 세르주마크이반의 이야기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꺼내올렸다불혹을 지나며 공감의 영역이 훌쩍 넓어졌다는 이들이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고 맞장구를 치던 그 수다의 현장으로.

 

 

이건명의 래글런 티셔츠는 87mm, 데님 점프슈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건형의 데님 트렌치 코트, 티셔츠와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데님 언밸런스 팬츠는 MMIC. 이천희의 데님 재킷과 팬츠, 티셔츠는 리바이스.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예술에 대하여

이건명 <아트>는 정말 캐스팅이 기가 막히지 않니오늘 화보 촬영에서나 인터뷰를 할 때도 다시 한 번 느꼈어건형이와 내가 티격태격 하면 천희가 가운데에서 웃으면서 분위기를 풀어주는 것이 꼭 이반 같잖아그러고 보니 첫 연습 때 생각이 나네천희가 이반의 첫 대사인 제가 이반입니다를 읊고서 눈웃음을 치는데내가 연출에게 그랬다니까어떻게 눈 주름까지 이반 같을 수 있냐고건형이의 열혈 성격이야 이미 많은 분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데마크 역시 뜨거운 사람이잖아나도 세르주에게 공감되는 부분이 있고이런 걸 보고 캐릭터와의 케미가 있다고 하는 건가어떻게 이렇게 캐스팅을 했냐는 생각을 하곤 해.

박건형 캐스팅도 그렇지만우리 셋의 호흡에서도 더 이상 만족스러울 수가 없지. <아트>를 준비하고 공연하는 동안 자주 하는 생각이 있어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공연을 하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어마어마한 행복이라고연습실이 집보다 더 좋을 정도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니 말 다 했지일을 하는데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복 아니면 뭐겠어.

이천희 모든 배역이 트리플 캐스팅이다 보니 무대에서는 잘 만나지 못하지만연습 초반에는 우리 셋이 함께 호흡을 맞춘 시간이 많았잖아워낙 호흡이 잘 맞으니까 연극의 재미나 맛이 이런거구나 새삼 깨달은 순간들이 많았어실제로도 친구인 건형이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 또한 재미있는 부분이고이와 별개로 작품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느껴지는 만족도 크지연습 때도 그랬지만 공연을 하면 할수록 작가가 정말 잘 썼다고 느끼게 되는 것 같아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도 템포의 완곡 조절이 완벽해서 배우가 희곡의 감정선을 그대로 따라가면 되거든웃음을 터뜨리게 만들면서도 그 안에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고.

박건형 여성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도 특별한 점인 것 같아여성의 시선에서 남성들의 관계를 신랄하게 바라보면서도 코미디로 풀어낸 작품이니까그러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는 것이 매력적인 포인트 아닌가 싶어사실 나로서는 이 부분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었지세 명의 배우가 섬세하면서도 철저하게 호흡을 맞춰야 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연습하면서 정말 처절하게 느꼈지.

이건명 분명한 건 어떤 관객이 보든지 쾌감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거야남성 관객이라면 너무나 일상적인 자신의 이야기 같아서 웃음이 터질 것이고여성 관객들에게는 지질한 남자들의 민낯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재미가 있으니까.

 

이건명의 안경은 로렌스폴, 오렌지 컬러 팬츠는 MYTHS by COEVO.

 



이천희 세 캐릭터 중에 자신은 어떤 캐릭터에 가까울지 생각해보게 되지 않아나 같은 경우는 관계마다 다른 모습인 것 같기도 해어떤 모임에서는 세르주어떤 모임에서는 마크아마 관객들도 작품을 보면서 같은 고민을 하지 않을까 싶어.

이건명 신 별로 나를 대입하거나 공감하게 되는 캐릭터가 달라지는 게 재미있는 포인트지.

박건형 지인들이 공연을 보러와서 종종 이런 얘기를 해. “마크는 완전 너 같더라딱히 연기를 안 해도 되겠던데”. 대체 나다운게 뭐냐고!(웃음아마 작품을 준비하면서 마크의 특성들을 극대화해서 내 일상에서 표현해보는 시도를 하다보니 오해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일부러 좀 더 까칠하게 굴어보기도 했으니까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어렵지는 않았던 것이워낙 각자 위치에서 자기 몫을 해내는 두 사람 옆에 있으면 저절로 색이 입혀지는 느낌이었거든그 사이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캐릭터로서의 언어가 만들어지고 템포나 호흡이 생겨나더라고같이 있기만 해도 든든한 느낌이랄까.

이건명 어릴 때는 마냥 재미있게 봤는데불혹을 넘긴 시점에서 직접 그 안의 인물로 존재해보니 느껴지는 깊이가 다른 것 같아세 명이 보여주는 인간 본연의 모습에 대한 이해의 폭이 아무래도 넓어지다 보니 그만큼 표현도 달라지는 것 같아. <아트>라는 작품을 표현하기에 좋은 시기에 작품을 만나지 않았나 싶어.

이천희 특히 우리 나잇대 사람들은 정말 눈물이 찔끔 나올 수 있겠다 싶어한 번쯤 세 친구와 같은 관계를 겪었을 테니까공연을 하다 보면 왈칵 감정이 밀려올 때가 있는데지키고 싶은 소중한 친구들의 갈등을 바라보면서도 내가 손쓸 수 없을 때 엄청 마음이 무겁거든그러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라는 말을 들을 때 엄청 서운한 거야살면서 그런 순간이 있잖아가족이든 친구든 나는 잘 해보려고 했던 건데내 의도와 다르게 너 때문이야라는 말을 듣는 순간나 때문에 상황이 벌어진 건 맞긴 한데그렇다고 그게 왜 다 나 때문인가 하는 복잡한 마음?(웃음)

박건형 어렸을 때 <아트>를 보면서는 느끼지 못한 부분인데세 사람이 이렇게 싸우면서도 결국 끈을 놓지 못하는 건 결국 인간이 굉장히 외로운 존재이기 때문인 것 같아그러니까 그렇게 미워하면서도 손을 잡고 싸우는구나요즘 들어 부쩍 그런 생각이 드네.

 



 

박건형의 트렌치코트와 슬랙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핑크 셔츠는 OSVALDO TRUCCHI by I.M.Z PREMIUM, 화이트 스니커즈는 AGE.

인생에 대하여

이천희 결국 <아트>는 나에게 관계라는 단어로 남는 작품인 것 같아가족과 친구동료… 수많은 관계 안에서의 나는 어떤 모습인지또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우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생각해보게 만드는 연극이야.

이건명 작품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시각 차이라고 말하고 싶어공연에 나오는 앙뜨로와의 작품이 마크에게는 단순한 흰색이지만세르주에게는 그렇지 않잖아특히 요즘 우리 사회는 상식이라는 기준도 사람에 따라서 각양각색으로 나뉘어지는 것 같아나에게 분명히 흰색으로 보인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흰색이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다는 거지사람들이 서로의 시각 차이를 인정해주는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돼.

박건형 선배의 말을 듣다 보니 균형이라는 단어도 떠올라개인적으로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관대한 시선이라고 생각해불균형도 균형을 향하는 과정이고 노력이라는 것을 인정해주어야 하는데불균형의 상태를 사람들이 틀렸다고 이야기하면 단절이 시작되는 거지.

이건명 SNS에 한때 유행했던 질문 기억나운동화나 드레스 사진을 놓고 과연 무슨 색일지를 물어보는 것어떤 원리인지는 몰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확연히 다른 색으로 보이는 사진들이었잖아서로 다른 답을 내놓는다고 해도 잘못된 답이라고 할 수 있을까각자의 시각에서 진실을 말한 거니까.

 

 

이천희의 오렌지 컬러 맨투맨은 MILLOGREM, 데님 팬츠는 DON THE FULLER by I.M.Z PREMIUM, 그린 새틴 소재의 하이탑 스니커즈는 컨버스.



박건형 연습 기간에 배우들끼리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잖아캐릭터의 감정이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고어떻게 풀어갈지 모르겠고안 피던 담배까지 다시 필 정도로 정말 치열하게 고민했거든배우들과도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저런 주제에 대해 말했던 것 같은데하루는 건명 형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 있어. “요즘에는 상식적으로’ ‘기본적으로’ ‘보편적으로라는 말이 참 위험한 것 같다세상의 기준점이라는 게 너무나 모호해졌다는 생각이 들어그런 세상에서 나는 그저 소신껏 살면 되는 것인지그렇게 사는 게 외롭다고 느껴질 때도 있고혹은 나만 소신을 지킨다고 의미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변하는 세상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영리하게 살 줄도 알아야 할텐데이렇게 기준점이 모호한 세상에서 어떻게 재미나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또 한 아이의 아빠로서 내 아이에게 어떻게 살아가라고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그게 요즘의 가장 큰 숙제인 것 같아.

이건명 나 같은 경우는 형이 큰 수술을 한 적이 있으시고부모님도 이제 연세가 있으시니까 작은 병 한 두개를 앓고 계시거든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내 모든 안테나는 건강이라는 두 글자로 향하게 되었어크고 작은 문제를 부딪힐 때도 이게 뭐가 중요해건강만 하면 돼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할까건강이라는 화두 외에 나머지는 내려놓으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물론 그것도 쉽지는 않지만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짐이 하나씩 내려놓아지더라고그만큼 에너지를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으니 그것 또한 의미있다고 생각해.

박건형 형님을 처음 만난 때가 벌써 20여년 전인데 그때보다 지금 더 젊어보이시는 게 그래서인가 보다건강을 철저하게 관리해서 몸에 좋은 건 다 챙겨드시니까?(웃음옆에 가면 좋은 약 냄새가 난다니까자신을 잘 챙기는 모습이 후배들에게 정말 귀감이 된다고 할 수 있지하하웃자고 한 이야기지만 보통 남을 챙기는 것이 배려라고 생각하기가 쉬운데그보다 스스로를 잘 챙기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그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니까그런 점에서 건명 형님은 자기관리에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님이지.

이천희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심각한 고민보다는 그저 스스로가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야나는 과연 무엇이 재미있고 어떨 때 행복을 느낄까공연방송영화목공… 모두 내가 좋아서 하는 것들인데 나를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일까 하는 생각들워낙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스타일인데 요즘에는 카누를 사서 타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그렇게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내가 행복해야 우리 가족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지금처럼 연극을 포함해 어떤 일을 하든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변함 없는 내 인생의 화두인 것 같아.

박건형 우리 모두의 이야기는 과정에 대한 것이지만 각자의 방식에 대한 것이고그러면서도 결국 행복이라는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

 

이건명의 안경은 로렌스폴, 오렌지 컬러 팬츠는 MYTHS by COEVO. 박건형의 핑크 셔츠는 OSVALDO TRUCCHI by I.M.Z PREMIUM, 네이비 컬러 맨투맨은 A. GHERARDESCHI by I.M.Z PREMIUM, 핑크 팬츠는 CIRCOLO 1901 by I.M.Z PREMIUM, 화이트 스니커즈는 AGE. 이천희의 레드 컬러 비니는 MLB, 오렌지 컬러 맨투맨은 MILLOGREM, 데님 팬츠는 DON THE FULLER by I.M.Z PREMIUM, 그린 새틴 소재의 하이탑 스니커즈는 컨버스.


* 배우들의 7문7답 자필 인터뷰가 4월호 지면에 잘못 등재되었습니다. 혼란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욱 꼼꼼하게 확인하는 시어터플러스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ATTENTION PLEASE!
연극 <아트>
기간 2020년 3월 7일- 5월 31일
시간 화,목,금 20:00 | 수 16:00 20:00 | 토 15:00 19:00
| 일 14:00 18:00
장소 백암아트홀
출연 이건명, 엄기준, 강필석, 박건형, 김재범, 박은석, 조재윤, 이천희, 박정복
가격 R석 6만6천원 | S석 4만4천원
문의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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